콧물이나 기침이 계속 있다고 환자들에게 진료실에서 물어보는 질문이 있습니다.

“담배를 피우거나 함께 사는 가족 중에 담배를 피우는 분이 있나요?”
“아니면 혹시 반려동물을 키우시나요?”
긴장하는 표정으로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대답하는 분들.
“아, 그런데 저는 계속 키울 건데요.”

저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말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이렇게 지레 경계 태세를 보이는 분들을 가끔 만나게 됩니다. 다른 의사들에게 이미 다른 말들을 들으셨나보다 짐작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웃으면서 말씀드리죠.

“네, 당연하죠. 계속 키우셔야지요.”

‘나는 동물털 알레르기는 없으니까 괜찮아’라고 생각하고 일단 반려동물을 입양해서 키우기 시작했는데 실제로는 알레르기 발견되는 경우들이 종종 있습니다. 대개 심각한 알레르기는 동물을 직접 키우기 전에도 알 수 있으므로(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친구 집에만 가면 기침을 심하게 하는 등) 키우기 시작하고 나서야 겨우 발견되는 알레르기는 반려 동물을 포기해야 할 정도의 증상을 유발하지는 않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알레르기가 있는 줄 모르던 분들은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알레르기 반응은 어느 정도의 노출과 감작이 있어야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하므로, 이전에 동물털에 노출되었던 적이 별로 없다면 나에게 알레르기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살 수도 있습니다.

흔히 ‘동물털 알레르기’라고 얘기하지만, 정확히는 ‘털’이라기보다는 털에 묻어 있는 동물의 침, 피부의 상피세포, 비듬 등이 원인입니다. 그래서 알레르기 반응이 나타나는 분들이라면, 털과 침 관리를 잘 해주시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적어도 침대에는 못 올라오게 하거나 잠자는 공간을 분리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됩니다.

저는 몇 가지 가전제품도 추천드리는데, 바로 로봇청소기와 빨래건조기입니다. 구석구석 쌓여있는 털뭉치들을 매일 제거해주는 로봇청소기와 이불에 붙어있는 털이나 세포조각들을 잘 털어내주는 빨래건조기의 이불털기 기능은 알레르기 반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로봇청소기가 여의치 않다면 진공청소기로 자주 청소를 해주시고, 빨래건조기가 없다면 빤 이불을 실외 공간에서 팡팡 털어주거나 넣어놓고 방망이를 두들겨 섬유 사이에 끼어있는 털들을 제거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불을 빨기 힘들면 이불 털기라도 자주 해주세요. 코가 덜 막히는 훨씬 더 편안한 잠자리를 가질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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