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공원 일대는 2002년 월드컵 경기를 위해 만들어졌다. 직전에 열렸던 2000년 호주 시드니 올림픽의 영향을 받아 생태·환경을 염두에 두고 쓰레기 하치장이었던 곳을 공원으로 조성한 것이다. 온갖 우려를 떨쳐내고 현재 하늘공원 일대는 쓰레기산이라는 오명을 씻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가 되었다.
필자는 공원으로 조성되기 전 ‘난지도 쓰레기장’과 두 번의 인연이 있다. 80년대 초, 덤프트럭 조수석에 올라 쓰레기를 직접 부린 경험이 첫 번째다. 당시 난지도는 포화상태였고, 쓰레기를 버리는 거의 막바지에 이르렀다. 각종 건축폐기물은 물론이고, 필자가 탄 덤프트럭에는 산업 쓰레기가 실려 있었다. 진흙같은 산업 폐기물이었는데 오물보다 냄새가 지독하고 삽으로 뜨면 무겁기가 진흙의 몇 배는 될 성 싶었다. 물론 위에는 위장하기 위해 흙과 일반 쓰레기를 살짝 덮은 채였다.
두 번째는 난지도와 가장 가까이 있는 학교에 부임했을 때. 파리가 많이 보였고 날이라도 조금 습할 때면 쓰레기 썩는 특유의 냄새가 떠나지 않았다. 후각이 둔해져 퇴근해서 집에 가면 아내는 코를 쥐어 잡았다. 옷부터 갈아입어야 했다. 1km 남짓 떨어져 있음에도 강바람이 불면 냄새는 곳곳에 배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 ‘난지도’였기 때문에 필자 개인적으로는 공원이 가능할까 의심부터 들었다. 공원 초기 나무가 없어 맨흙이 드러난 강변북로 쪽은 검게 흐르는 침출수가 육안으로도 선명했었다. 침출수와 메탄가스가 빠져나간 곳은 땅꺼짐도 나타났다. 그러나 필자의 우려와 달리 난지도는 버드나무와 아까시나무를 시작으로 무수한 나무들이 자리를 잡았다.
그에 따라 조류와 양서류도 서식을 했다. 침출수와 메탄가스도 관리가 되기 시작했다. 그리고 20년이 흐른 지금은 과거의 ‘쓰레기 하치장’을 기억하는 사람은 얼마 되지 않게 되었다. 필자 역시 근 10여 년 만에 찾은 하늘공원에서 울창한 숲을 보고 자연의 위대함과 더불어 인간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다.
하늘공원, 노을공원, 난지천공원은 모두 ‘난지도 쓰레기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 이 중 하늘공원이 비교적 많이 알려졌다. 10월 말이면 공원 전체를 뒤덮는 은빛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그렇다고 하늘공원에서 억새만 유세를 떨지는 않는다. 누가 작명을 했는지 모르겠으나 필자 생각에 하늘공원에서 보는 하늘이야말로 최고의 경관이 아닌가 싶다. 그것도 선명하기 이를 데 없는 가을 하늘이 백미다. 하늘공원에서는 한강을 중심으로 고양시와 북한산, 강남북과 관악산, 부천, 김포 어느 곳 하나 빠짐없이 눈에 들어온다.
하늘공원을 오르는 방법은 두 가지다. 월드컵 경기장 쪽-공원 동쪽에서 촘촘한 계단으로 오르거나 한강 쪽으로 에돌아 남쪽에서 ‘희망의 숲길’을 걷는 방법이다. 사람도 적고 가파르지 않는 길은 당연히 숲길이다. 주차장 왼편-최근 개통한 월드컵 다리 방향으로 거대한 메타세콰이어 숲길이 5백여 미터 이어진다. 이 길 끝에서 완만한 계단을 타고 오르면 곧장 하늘공원 입구에 닿는다. 부분부분 벚나무, 모감주나무, 산수유, 산딸나무가 구획을 나누어 심어져 있다. 구기자와 산딸나무는 빨간 열매를 탐스럽게 매달았다. 모감주나무는 꽈리처럼 생긴 열매가 특징이고 산딸나무는 봄에 탐스럽게 흰 꽃을 피운 뒤 가을에는 사탕같이 둥그런 열매를 맺는다.
하늘공원 한가운데는 화가 임옥상이 세운 ‘하늘을 담는 그릇’을 형상화한 희망전망대가 있다. 3층, 약 5m 철제 구조물은 등나무로 덮였다. 위에 오르면 서울과 김포, 고양시는 물론 하늘공원 전체가 내려다보인다. 이 전망대를 중심으로 길은 갈대 사이를 누빌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벌써 만개한 억새도 더러 보인다. 어른 키보다 높은 억새꽃 너머로 눈부신 가을 하늘이 빛난다. 아직 제철이 아닌지라 드문드문 마주치는 사람들 표정만 봐도 즐겁다. 군데군데 벤치가 놓여 있지만 전체적으로 그늘이 없다. 햇볕이 싫다면 대비하는 게 좋겠다.
공원 입구 왼편에는 핑크뮬리를 심어 놓았다. 이제 꽃망울이 벙그는 중이니 때를 맞춰 온다면 귀한 사진 한 장 정도 남길 수 있겠다. 입구 우측 방문자 센터에 들러 공원 역사를 살펴보는 것도 괜찮겠다. 방문자 센터 앞 너른 길에는 길게 갈대를 심어 놓았다. 이곳에서 갈대와 억새를 구별하는 방법도 익힐 수 있겠다.
하늘공원 주차장 건너편은 난지천을 끼고 ‘유아 숲 체험원’이 있다. 나무의 형태를 그대로 살려 아기자기한 동물 모양으로 만든 수십 개의 의자가 눈길을 끈다. 모험 놀이를 할 수 있는 밧줄놀이 시설도 보인다. 정자도 몇 동 있고 돗자리를 깔거나 의자를 놓고 그늘에서 숲 향기를 맡으며 쉬기에도 적당하다. 이곳에서 난지천을 따라 죽 내려가면 난지천공원, 널따란 잔디밭에서 마음껏 뛰놀 수도 있다.
하늘공원 입장료는 무료, 셔틀버스(맹꽁이버스)는 편도 2천 원, 주차장은 5분 150원. 주차면적이 충분하지 않아서인지 휴일에는 인근 도로에 주차한 차들이 많이 보이고, 단속은 하지 않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