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진시대  (사진: 정민구 기자)
당진시대 (사진: 정민구 기자)

당진시대는 93년 11월에 출발해 올해로 창간 28년이 되는 지역 주간지다. 당진시대 창간의 주축은 당진사랑 시민운동에 함께 참여했던 이들이다. 당진사랑에서는 소식지도 만들고 다양한 문화 활동을 벌였지만 그것만으로는 지역을 변화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는 걸 체감하고 지역신문 창간에 들어갔다. 보수적인 색채가 짙은 충남에서 새로운 지역신문을 만들어나가는 일은 쉽지 않았지만 당진시대는 ‘당진항 지정’ 기획기사, 중부권특정 폐기물 반대 주민운동을 이끌며 지역사회에 확실히 뿌리를 내리기 시작했다. 

은평시민신문은 <지역언론의 길을 묻다> 네 번째 방문지로 당진시대를 찾아 최종길 편집국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두 시간 가량 이어진 인터뷰에서 최 국장은 “우리는 왜 지역신문을 만드는지,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을 놓쳐서는 안 된다”며 “어려울 때일수록 초심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진시대와의 인연은 어떻게 되는지? 

다른 지역에서 여러 활동을 하면서 언젠가는 고향 당진에 내려가 시민운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있었다. 여담으로 말씀 드리자면 결혼할 때 주례를 리영희 선생님이 해주셨다. 그 때 고향에 가면 지역신문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이야기 했는데 결국 약속을 지키게 됐다. 

-93년 창간 당시 실무자는 몇 명이었나?

다섯 명이 함께 했다. 저하고 취재기자 한 명, 광고, 구독, 편집 및 경리를 보는 이가 각각 한 명이었다. 주로 당진사랑 청년회에서 활동하던 친구들이 실무진으로 결합했다. 

지금은 당진에도 새로운 사람들이 많이 유입되어 진보, 보수 세력들이 어느 정도 균형을 이루고 있지만 그 때만해도 상당히 보수적인 지역이었고 당시 정치도 자민련이 주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항상 정치권과 신문사의 긴장감이 치열했다. 

창간 당시에도 이미 지역에 두 개의 지역신문이 있는데 왜 또 신문을 만드냐는 비판도 받았는데  몇 가지 큰 싸움을 하면서 그런 이야기는 사라졌다. 

최종길 당진시대 편집국장 (사진: 정민구 기자)
최종길 당진시대 편집국장 (사진: 정민구 기자)

-어떤 일이 있었는지?

94년 3월에 “산업쓰레기 처리장 당진설치계획” 관련 기사를 내보냈다. 당시 환경부에서 전국을 광역단위로 나눠 특정폐기물(산업쓰레기) 매립장을 건설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그 중 중부권 지역의 산업쓰레기 처리장을 당진에 건설하려고 한다는 걸 알게 됐다. 당진시대에서 관련 내용을 심층취재하면서 산업폐기물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도하면서 당진에서 환경운동이 크게 일어났다. 3천여 명이 모여 군민회관 앞에서 결의대회를 열기도 했는데 결국 그 운동으로 중앙정부의 정책이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은 그 지역에서 해결하는 정책으로 바뀌었다. 지역신문이 당시 중앙정부의 정책도 바꾸고 지역에서 최초로 환경운동이 시작된 계기도 된 셈이다. 

또 하나는 울산에 있는 유공(현 SK) 석유화학단지가 당진 석문산업단지에 들어오려고 한 것을 오랫동안 보도했고 지역에서 범국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반대하면서 결국 철회됐다. 

-지역신문의 문제제기가 중앙정부의 정책도 바꾸게 했다니 놀랍다. 

당진항 지정운동도 빼놓을 수 없다. 당진, 평택, 아산 등 항구들이 있는데 이걸 평택항이라고 부르고 예산을 평택에서 집행을 한다. 우리 지역에도 항이 있는데 당진이라는 우리 이름을 안 쓰고 평택항이라 불러도 여기에 대해서 별 문제의식이 없었던 거다. 왜 당진에 있는 항을 평택항이라고 부르는지 이 문제에 대해 당진시대에서 처음으로 기사를 썼고 이후에 당진항 추진위원회도 구성이 되고 지역주민들이 권리를 찾기 위한 운동이 시작됐다. 

당시 해양수산부를 상대로 노무현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을 인터뷰했고 노 장관으로부터 “당진항 지정이 가능하다”는 긍정적인 답변을 얻어내기고 했다. 이후 뉴욕 뉴저지항·LA·롱비치항 등을 방문해 합동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당진시대 창립선언문을 읽어보니 민주주의와 지방자치를 강조하고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지방분권은 아직도 요원한 부분이 있다. 지방자치는 노무현 정부 때 굉장히 활발히 추진되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들어서 후퇴했고 문재인 정부 들어 큰 기대를 했는데 결국 실망감만 안겨줬다. 문재인 정부에서 가장 소홀한 부분이 지방분권이라는 생각이 든다. 많이 아쉽다. 

-이 좁은 나라에서 무슨 지방분권이냐 비판하는 이들도 많은데.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중앙에서 권력을 가진 사람들 아닌가? 여전히 지역이나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소외돼 있다. 어느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누구는 기득권화 되고 누구는 소외되면 안 되지 않을까? 

서울에서 당진으로 오는 길에 서해대교를 건넜을 텐데 서해대교를 기점으로 평택까지는 수도권이라 부르고 서해대교를 건너면 지방이라고 부른다. 평택에서는 공단 지정을 더 많이 해달라는 게 지역 현안 중 하나다. 하지만 서해대교를 건너 당진으로 오면 공단은 비어있고 여기에 기업입주 좀 하게 해 달라는 게 지역 현안이다. 이게 현재 상황이다. 

최종길 당진시대 편집국장 (사진: 정민구 기자)
최종길 당진시대 편집국장 (사진: 정민구 기자)

-당진시대는 지역 언론의 성공 사례로 이야기된다. 

지역신문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본 거 같다. 그 중에서도 제일 중요한 건 저널리즘을 통해서 지역사회의 신뢰도를 높이고 영향력을 키워나간 부분이다. 그리고 그 힘을 바탕으로 여러 콘텐츠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독자 한 분 한 분 놓치지 않으려고 꼼꼼하게 챙겨왔다. 

-당진시대는 1기 임원진부터 굉장히 탄탄하다. 

조직구성에도 전략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당진시하고 사업하는 분들이 이사회에 있으면 많이 힘들고 당연히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초기에 저희들은 변호사, 회계사처럼 전문직 분들을 많이 참여시켰다. 그리고 다른 곳과 회의가 겹쳤을 때 당진시대 회의에 올 수 있는 분들을 모시려고 했다. 

-새로운 신문사가 지원받고 성장할 수 있는 지원체계가 있으면 좋겠다. 

지금은 지역신문에 대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한 시기다. 앞으로 지역신문의 미래가 있는가? 이런 고민들이 필요하다. 우선 우리가 왜 신문을 만드는지, 저널리즘에 대한 고민이 늘 있어야 된다. 그리고 공적자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 제도를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 하는 고민과 자체 수익모델을 발굴해 나가면서 우리 스스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들에 대한 고민 이 세 가지가 균형을 맞춰서 가야 된다.

지역신문을 고민하고 저널리즘을 이야기하고 우리 스스로 모델을 찾아보자 이런 이야기 나눈 지가 굉장히 오래됐다. 그건 교육을 통해서 누가 해주는 건 아니다. 가장 어려울 때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그런 게 좀 필요한 시기가 아닐까 한다. 

-공적지원은 필요하지만 공적지원에만 의존하면 안 된다는 말씀에 동의한다. 

지역신문이 살아남으려면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당진시대는 3~4년 전부터 지역신문발전기금 사업은 모두 영상 쪽에 초점을 맞춰서 하고 있다. 우리의 미래는 영상 쪽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지원 없이 우리가 추진하다보면 시행착오도 많이 겪고 비용도 많이 드는데 그런 사업을 지원사업을 통해 시도해 보는 거다. 그러면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어떤 공적자금지원을 받더라도 전략이 필요하다.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고 턱에 걸친 이른바 ‘턱스크’ 공무원을 실명보도 했다는 이유로 당진시공무원노조가 크게 반발하면서 당진시대 구독을 끊는 일이 있었다.   

우리도 좀 당황스러웠다. 지역신문에서 최고 권력자들과 갈등은 있었지만 공무원노조라는 특정 집단과의 갈등은 거의 없었다. 더군다나 저희가 취재했던 대상이 공무원노조 조합원도 아니고 고위직 공무원이다. 당진시에서도 적극 중재에 나서려고 했고 이 갈등이 공직사회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부분에 대해서 우려를 하고 있었다. 이후 공무원노조와 만나서 이야기를 충분히 했다. 

-당시 실명보도를 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진시대는 실명보도를 원칙으로 한다. 실명보도 원칙은 공인인지 아닌지가 기준이다. 공인인 경우 고위직인지 아닌지로 다시 구분이 될 수 있다. 당시 턱스크 논란을 일으킨 이는 과장이었다. 과장 직책을 맡고 있는 이는 당연히 실명보도를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 우리만 실명으롭 보도하고 다른 언론사에서는 다 익명으로 보도하니 우리가 잘못된 것처럼 된다. 

-그 이전에 당진시와는 크게 갈등이 없었는지, 혹시 정보공개 청구를 문제 삼지는 않는지 궁금하다. 

기사 나갈 때마다 부서와는 부딪히는 일이 있었다. 턱스크 논란은 단지 이번 보도만으로 갈등이 생긴 건 아니고 그동안 누적된 불만이 나오는 게 아닐까 한다. 당진시대에서 계속 실명보도를 하고 공무원들이 알리고 싶지 않은 정보들, 그런 것들을 취재하고 보도하는 것에 대해 불만이 많이 있었던 거 같다. 

우리도 정보공개 청구 많이 하고 있다. 취재의 출발점이 정보공개청구를 토해서 생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보공개청구를 두고 시에서 불만을 제기할 수는 없다. 예전에는 정보공개를 하지 않아 행정심판까지 간 일도 있는데 지금은 시에서도 최대한 공개하는 편이다. 

-바른지역언론연대 회장도 역임하셨는데 기억나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2004년 지역신문발전특별법이 통과될 때 현장에 있었다. 당시 주로 언론을 규제하는 법들만 있는 상태에서 지원을 통한 건강한 언론사 성장시키고 사이비 언론을 정리하는 취지를 갖고 특별법이 출발했다. 당시 가장 핵심적인 문제 중 하나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사무국을 언론재단 내에 둘 지 아니면 독립 사무국을 둘 지였는데 지금 와서 보면 그건 양보하면 안됐던 사안이었다. 하지만 그 당시에는 지역신문발전특별법을 만드는 일이 굉장히 의미 있다고 보고 사무국 문제는 양보할 수 있는 사안으로 정리했다. 

-지역신문발전특별법 취지가 많이 무색해 진 거 같다. 

처음 만들어졌을 때는 지역신문발전위원들의 결정권이 컸고 정책을 결정하는 가장 핵심적인 집단이었는데 지금은 문체부나 언론재단에서 거의 결정을 하고 있다. 지역신문에 대해 고민을 하고 현장을 이해하는 사람들이 정책도 결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 그게 안 되고 있다. 예산도 많이 축소됐지만 그 예산도 정말 지역신문에 필요한 예산일까 고민이 되는 부분도 있고 지역신문이 경쟁력을 갖추는데 초점을 맞춰야 되는데 그렇게 되고 있는지 다 같이 좀 생각해볼 필요가 있는 거 같다. 중앙정부, 지역신문발전위원회, 지역신문 모두 제도에 대해 근본적인 고민들이 좀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그리고 지역신문발전특별법을 만들 때도 느꼈는데 사실 모든 걸 중앙에서 결정하는 구조다. 지역신문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현장을 지키기도 버거운 상황이다. 최근에 ABC협회 부수조작 문제가 드러났다.  ABC협회를 이용하지 않으면 다른 걸 만들어야 하는데 그 때 지역신문의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뭔가 새로운 것들이 시도되지만 그게 지역신문에게는 얼마나 득이 될 지 고민되는 부분이 많다. 

-민주당이 언론개혁을 추진 중이다. 

법과 제도를 통한 개혁도 있지만 규정만 바꿔서도 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너무 원칙적인 측면에서 추진하게 되면 쉽지 않다. 예를 들어 광고비 집행도 중앙지, 지역 일간지, 지역 주간지 별로 비율을 정해놓고 집행하면 많은 부분을 변화시킬 수 있다. 

당진시대 신사옥 (사진: 유지민)
당진시대 신사옥 (사진: 유지민)

-지역신문이 지속되려면 어떤 것들을 고민해야 할지?

공적자금을 이용하는데 있어서 전략이 필요하다. 보통 지역신문발전 기금사업이나 자치단체 사업만 생각하는데 조금 더 확대를 하면 지역 문화영역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많다. 예를 들어 지역에서 문화예술인 기록사업을 한다고 하면 우리보다 잘할 수 있는 곳이 없다. 이런 일은 인터뷰가 중요한데 지역에서 기자로 활동했던 사람들이 잘 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당진에는 포구가 많은데 개발되면 다 없어진다. 이런 기록이 지역에서 굉장히 중요한데 이런 일도 지역신문이 잘 할 수 있는 일이다. 이런 일들을 잘 찾아야 한다. 

-서울에서 지역신문 하기가 만만치 않다. 응원의 말씀을 부탁드린다. 

그 때는 잘 몰랐는데 90년대 특정 정치집단이 권력을 장악하고 있으면서 당진시대도 굉장히 힘든 시기를 보냈다. 그 때 열심히 싸운 전투력이 당진시대가 성장하는데 큰 힘이 된 거 같다. 은평시민신문도 이런 고난의 역경을 겪고 이겨내야지 신문사의 내공이 쌓인다. 구성원들이 지치지 않게 잘 해나가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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