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장우원 시인>

강화도는 항몽 유적지와 개화기 외세의 침탈에 짓밟힌 아픔이 남아 있는 곳이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고창 고인돌과 함께 우리나라 최대의 고인돌 군락지이기도 하다. 마니산 참성단까지 있으니 섬 중에서 이토록 우리 옛 역사와 연관이 많은 곳도 드물다. 우리 동네에서 석모도를 가려면 김포를 거쳐 강화대교를 건너야 한다. 뭐, 네비게이션이 길은 알아서 안내할 것이니 어느 방면으로 갈 것인지만 정하면 된다. 2년 전 강화도와 석모도를 잇는 석모대교가 완공되어 배를 타지 않고 입도가 가능하다.

강화 읍내를 거쳐 섬 가운데를 지나는 방법

차만 안 막힌다면 가장 가까운 길이다. 강화대교 지나자마자 왼편에 있는 갑곶돈대와 강화전쟁기념관을 거쳐 갈 수 있다. 가는 길 중간에 선원사지를 거치는 것도 좋다. 대장경판이 해인사로 가기 전 이곳 선원사에서 판각을 했다고 한다. 현재 선원사지가 정확한 판각 장소인지는 이견이 있는 모양이다. 옛 외포리 선착장 조금 못 미쳐 사시사철 알이 가득 찬 꽃게요리 집이 둬 군데 있다. 좋아한다면 가는 길 점심이나 오는 길 저녁도 괜찮다. 

강화대교 왼편으로 한강 나들목을 지키던 포대와 망루를 따라 해안도로를 지나는 방법

앞서 말한 강화전쟁기념관과 갑곶돈대를 비롯 광성보, 덕진진과 초지진을 지나는 해안도로다. 마을과 해안을 아우르며 풍광을 구경할 수 있는 길. 광화도의 서남쪽을 에돌아가기 때문에 거리는 앞에 말한 길보다 곱절이 넘는다. 하지만 그만한 값어치는 한다. 등산을 계획했다면 정족산이나 마니산과 연결된다. 또 초지진을 지나 남쪽의 동막해수욕장에 이르는 광대한 갯벌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갖춰 갯벌습지보전지역으로 지정되었다. 두루미·노랑부리백로나 저어새와 같이 멸종 위기 국제보호조류의 중간 기착지이거나 서식지로 알려졌다. 강화도에 바다가 아니라 갯벌을 보러온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다.

북쪽으로 난 길을 따라 강화자연사박물관, 역사박물관과 고인돌유적지를 지나는 방법

강화대교를 건너 오른편으로 4차선 도로가 넓게 잘 둟렸다. 이 길은 교동도로 이어진다. 중간에 고인돌 유적지와 강화역사박물관, 민속박물관을 관람한 뒤 아직 80년 대 강화도의 풍경이 남아 있는 동네 사이를 지나는 길이다. 양철로 인 기와집과 드믄드믄 슬레이트 지붕이 해묵은 향수를 볼러올지도 모른다. 강화도 내륙을 지나는 첫번째 코스와 길이는 비슷하다.

석모도는 해안 일주도로가 뚫리지 않았다. 석포리선착장과 석모대교를 지나는 짧은 해안도로, 그리고 보문사 앞을 지나는 짧은 해안도로가 바다와 가까운 길이다. 해안 일주도로는 없지만 낙가산 주변을 끼고도는 길은 멀리 바다를 조망할 수 있다. 2차선 구불구불한 길은 나름 운전하는 맛을 제공한다. 최근 서남쪽 해안이 보이는 곳에 ‘팬션’이 많이 들어섰다.

보문사는 서해를 보고 자리를 잡았다. 석굴과 눈썹바위 아래 마애불이 눈에 띈다. 마애불 앞에는 천인대라는 평평한 암반도 있다. 마애불에 오르는 길은 계단이다. 모두 420여 개. 위치상 갯벌 뒤로 떨어지는 일몰을 감상하는 데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부근 전망이 좋은 카페가 여럿 있으니 다과를 들면서 일몰을 감상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다리가 놓이기 전에도 휴일이면 사람이 많이 몰리는 곳이 보문사다. 지금은 겨울이라 찾는 사람이 많지 않으니 평일에도 다녀가기 딱 좋다. 

사진은 보문사 경내 왼편 석굴 앞에 있는 느티나무. 근처에는 추정 나이 7백년인 향무나도 있다. 대웅전 쪽으로 퍼진 가지가 잘린 느티나무가 왠지 눈에 더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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