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어디에서든 수많은 강좌들이 범람하고 있는데,

‘시민대학’이란 이름으로 또 다른 배움이 필요한가에 대한

우리의 답은 ‘필요하다!’입니다.

배움을 통해 개인의 성장을 넘어 건강한 시민으로서

공동체 발전까지 도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2015. 은평시민대학 자료집 서문 中 -

# 시민사회? 시민대학?

‘시민사회’란 무엇인가요? 요즘 어느 매체에서든 ‘시민’과 더불어 ‘시민사회’라는 말을 빈번하게 접하게 되는데요, 자주 듣는 용어지만 정의하기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정부나 시장을 제외한 나머지 영역? 제3섹터? 비영리기구? 아니면, 비정부기구? 용어들을 살펴보다보면 시민사회가 존재 그 자체로 정의되기보다, 우선되는 다른 존재들이 이미 있고, 그 외 ‘제3의’ 혹은 ‘비(非)-’로 정의되는 기타 등등의 존재 같습니다만, 저는 오히려 거꾸로 생각합니다. 근대 국가가 시작되는 순간에 해당 국가를 구분 짓는 구성원(시민)들의 집합체 자체가 ‘시민사회’이고, 시민사회 안에서 필요에 의해 시민들로부터 국가운영 권력을 이양 받은 ‘정부’영역과, 생산과 소비 경제를 주도하는 ‘시장’영역이 생겨난 것이죠. 말하자면, 정부나 시장 영역을 포괄하는 범주로 시민사회 영역을 봐야하지 않을까 합니다. (정부와 시장을 포괄하는) 시민사회는 시민 각자가 사회 구성원으로서, 언제든지 공공의 목적이나 사회 의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결사체 모양으로 결집하기도 하고 해산하기도 하는, 유기체적인 시민들의 (공익)활동 생태계로 볼 수도 있겠습니다.

‘시민대학’ 얘기한다더니 웬 시민사회냐 하겠지만, 은평구평생학습관의 평생학습 사업 특히, 은평시민대학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은평시민사회라 그렇습니다. 은평시민대학은 은평에서 시민사회 활동이 한창 활성화되고 다분야로 활동 영역이 세분화되던 2010년대 초중반에 본격 논의가 시작되었습니다. 은평시민사회 확장과 맞물려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고민이 공존했던 그 당시, 평생학습이 대안이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가 내심 모두에게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은평시민대학 ≒ 지역네트워크형 대안대학

2015년 시작한 은평시민대학은 ‘지역네트워크형 대안대학’을 표방하고 있는데요, 이는 두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첫째는 여러 시민단체·기관들과 협력하여 지역 곳곳에서 캠퍼스가 열린다는 의미이며, 둘째는 오늘날 학교교육이나 평생교육이 담아내지 못해온 대안적인 학습을 만들어간다는 의미입니다.

‘지역 네트워크형’에 대해선, 단일 주체라면 신속하게 진행할 사업을 굳이 여러 기관 협력을 통해 추진하느냐, 타 분야에서 하는 하향식 공모사업과 뭐가 다르냐는 질문을 여러 번 받기도 했는데요, 크게 두 가지로 답변할 수 있겠습니다.

우선은,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을 추구하는 시민단체·기관의 성장이 ‘깨어있는 시민, 공동체적 시민’을 지향하는 시민대학의 목적과 맞물리기 때문입니다. 인권, 평화, 시민정치, 사회적경제, 사회혁신, 생태환경, 대안적 삶 등 다양한 사회적 가치를 학습주제로 다루는 시민대학의 특성상, 각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시민단체·기관들과 협력하여 학습을 통해 해당 단체들의 자기역량을 키우고 새로운 학습자 유입으로 외연을 넓혀가는 것이, 시민단체·기관의 내실 강화에서도, 사회적 가치의 확산 차원에서도 유의미하다 여기기 때문입니다.

기관 간 협력은 아무리 공동기획·운영이라 할지라도, 한 기관에서 다른 기관으로 보조금사업을 위탁하는 일방향 방식에서는 진정한 의미의 협력(협치) 관계가 쉽지 않음이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선, 시민대학 본부인 은평구평생학습관이 ‘중간지원조직’의 운영 특성을 가진 게 강점이라 하겠습니다. 아무래도 민과 관의 직접 협력관계보다 훨씬 유연하고 시민사회 친화적이기 때문입니다. 서울 여타 자치구보다 시민사회가 활성화되고 성숙된 은평 지역사회의 특성도 간과할 수 없겠습니다.

‘대안대학’, ‘대안학습’의 경우, 은평시민대학에만 한정되지 않고 은평구평생학습관 주관의 모든 평생학습 프로젝트에 적용되는 지향점입니다.

여러분에게 묻습니다. 학창시절을 얘기할 때, ‘공부’에 대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기억은 무엇인가요? 제게는 맨 뒷자리에 앉아 만화책을 보다가 복도를 지나던 교감선생님에게 된통 혼나며 반성문 열 장을 썼던 기억이 먼저 납니다. 반에서 1,2등 하던 우등생이 아닌 이상 ‘공부’에 대해 좋았던 경험보단 부정적인 경험이 먼저 생각나기 마련인데요, 덕분에 학교만 졸업하면 공부는 끝이라 생각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공부는 원래 재미있고 함께하면 더 즐겁다는 것, 배우고 실천하며 삶 자체가 배움이란 것을 경험하도록 돕는 것이 평생학습 기획자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동네 구석구석 다채로운 생활공간이 학습공간이 되고, 문화 활동이나 놀이 같은 워크숍이 학습이 되는 은평시민대학, 평생학습도시 은평을 만들어갑니다.

# 은평시민대학, <감사의 밤>을 준비하며

(사)은평상상, 은평시민정치네트워크, 전환마을은평네트워크, 은평협동조합협의회, 은평노동인권센터, 은평아동청소년네트워크 등 함께 해온 모두에게 감사합니다. 어쩌면, ‘모두에게 감사’란 말보다 ‘모두와 함께 자축’이란 말이 더 적절하겠습니다만, 시민대학 본부 주관의 만찬 자리라 그렇다고 여겨주시기 바랍니다.

2012년 12월 은평시민대학 첫 연구모임 태동 이래, 2015년 은평시민대학 개시, 지난 4년 반 동안 9번의 학기 운영과 4,500여명 학습자들과의 만남과 배움, 그리고 2019년 10월 제16회 대한민국 평생학습 대상 공모에서 대상을 수상하기까지, 은평시민대학은 은평의 28개 시민단체·기관 관계자들 모두가 함께 고민하고 땀흘려온 결실이었기에, 그 어떤 정량적 성과에도 쉬이 견줄 수 없는 사회적 의미와 공공의 가치를 발해왔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아직 운영체계나 학습과정 등 여러 방면에서 시민대학이 풀어야할 과제가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까지처럼 앞으로도 함께 고민하며 만들어갈 시민사회 동료시민들 덕분에, 적어도 오늘 이 자리 <감사의 밤>을 모두와 함께 마음껏 자축할 수 있어 기쁘고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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