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연락이 왔다. 아는 사람이 건설현장에서 일을 하다가 사망했다는 것이다. 그 아는 사람은 이주 노동자였고, 아이가 4살인 젊은 노동자라고 했다. 나는 요즘 산재보험의 적용이 확대가 됐으니 웬만하면 적용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 상황을 하나하나 물었다. 살수차 운전을 했는데, 밖에서 운전을 하고 가다가 회전을 하면서 차가 전복이 돼서 사망을 했다는 것이다. 

2018년 7월 1일부터 소규모 건설현장에 대한 산재적용이 시행됐다. 그 전까지는 2000만원미만, 100제곱미터 이하 공사에는 적용이 되지 않았던 것이 확대된 것이다. 그리고 2019년 1월 1일 부터는 기존에 건설기계 중에서 레미콘만 적용됐던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산재 부분이 국토교통부령에서 정하는 건설기계 27종으로 확대 됐다. 

산재보험의 적용은 최근 많이 확장됐다. 2018년 1월 1일부터 출퇴근 중 재해가 인정됐고, 2018년 7월 1일부터 소규모 건설현장과 1인 미만 사업장도 적용이 되게 됐다. 하지만 아직도 가사사용인과 법인이 아닌 5인 미만 농업, 어업, 임업, 수렵업은 적용이 되지 않는다. 

현장실습생과 중소기업사업주,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산재보험이 적용되지만 특수형태근로종사자는 9개 직종으로만 제한되어 있고 산재보험을 사업주와 반반씩 나눠 내며 적용제외신청을 할 수 있는 문제점이 있다. 

나는 고인이 ‘노동자’라면 당연히 차를 타고 가는 것이었으니, 업무 중이거나 퇴근 중이라도 산재적용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했다. 하지만 노동자가 아닌 ‘지입차주’라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 중 적용되는 건설기계에 해당해야했다. 그래서 ‘건설기계관리법’에 따른 건설기계가 도대체 어떤 것인지 구체적으로 찾아보기 시작했다. 시행령 별표에 27개 기계이름이 써있는데, 26번째는 특수기계로 노동부 고시로 정한다고 했다. 그래서 노동부 고시까지 찾아봤다. 하지만 그 속에서 살수차는 찾지 못했다. 

나는 장례식장으로 차를 타고 가면서, ‘설마 이주노동자인데 직접 차를 사서 운전을 했을까, 아니겠지’ 하는 바람을 머릿속에 되뇌었다. 장례식장은 썰렁했고, 가족들 몇몇이 있는 정도였다. 내가 인사를 하니 처음에 경계를 했고, 지인의 이름을 말하니 매우 반갑게 맞았다. 억울한 사고 내용, 건설현장, 건설회사의 무책임한 모습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나는 어느 정도 이야기를 들은 이후에 ‘살수차의 소유자는 누구였나요?’라고 물었다.  가족들은 그게 무슨 중요한 문제이냐고 생각하는 듯 하며 ‘본인’이었다고 답을 했다. 설마, 설마 했는데. 가족들은 퇴근 중 재해인 것 같으니 산재가 가능하냐 물었고, 나는 힘들 것 같다고 답을 하고, 더 알아보고 연락을 드리겠다고 했다. 혹시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 ‘근로자성’ 인정여부에 대한 질문들을 던졌다. 그러나 던지면 던질수록 근로자성 인정기준에서는 멀어져갔다. 위로의 말을 전하고 헤어질 때, 고인의 배우자에게 명함을 건네니, ‘저희 아이랑 이름이 같네요’라고 답을 했다. 나는 돌아오는 길에 어떤 방법이 있을지 계속 생각을 하고, 배우자의 말, 유족들의 말이 떠올랐다.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했던 것 같아서 너무 마음이 아팠다. (혹시, 내가 잘 모르는 어떤 방법을 아는 분이 있으면 알려주시면 좋겠다.)

나는 산재보험 적용이 확대돼서 건설현장에서 작업을 하는 대부분의 사람이 산재보험은 적용 되겠다 생각했었다. 하지만 건설현장에 필수적인 살수차에 대해서 적용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건설기계관리법에 정해진 27개 건설기계 이외의 것들은 적용이 되지 않는 것이다. 지금 많이 산재보험 적용이 확대됐지만 아직도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그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을 만난 것이다. 

5인 미만 축산업에서 일을 하다가 닭에게 심하게 쪼여서 다쳤는데, 산재가 가능하냐는 상담에 ‘지금은 적용이 되지 않는다’고 답을 한지가 7, 8년이 지났다. 가사사용인으로 일을 하는데, ‘뜨거운 물에 팔이 심하게 데었는데 산재가 되는지’ 물음에 답을 못한지도 10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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