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봄날 두물머리 풍경 <사진 : 장우원 시인>

한강을 끼고 오르는 남한강과 북한강은 여전히 매력적인 곳이다. 경춘선이 전철로 바뀌었으나 ‘청춘열차’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경춘선을 누비던 옛 ‘청춘’들은 이미 50대가 넘었지만 말이다. 통기타 매고 새우깡에 소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던 시절의 ‘청춘’은 이미 오래 전 일이지만 경춘선 인근에는 아직도 청춘이 묻어나는 곳이 많다.

수종사

필자가 좋아하던 강화도의 정수사를 오르는 길도 오래 전에 아스팔트가 깔렸다. 그런데 수종사는 아직도 비포장 길을 한참 올라야 한다. 수종사가 있는 운길산은 600여 미터로 높지는 않지만 두물머리가 한눈에 잘 들어온다. 수종사는 이 산 8부 능선 가파른 벼랑에 둥지를 틀었다. 운전이 좀 미숙하다면 겁이 날 수도 있는 정도의 경사다. 수종사에서 20여분만 올라가면 운길산 정상에 닿는다. 

일주문 바로 앞에 10여대 주차 공간이 있다. 일주문을 지나 불이문까지는 평탄한 길, 길지 않는 길이다. 가을까지는 수풀이 그늘을 만든다. 길가 야생화도 많이 핀다. 불이문부터는 돌계단이다.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수종사 마당에 닿는 해탈문까지 계단은 이어진다. 계단을 오르기 전 아래에 서서 해탈문을 바라보는 시선이 제법 짜릿하다. 오른쪽으로는 깎아지른 낭떠러지, 두물머리가 나무 사이로 내비친다. 겨울에는 두물머리가 훨씬 선명하게 잘 보인다.

경사면을 막아 터를 잡은 수종사는 경내도 비좁다. 왼편으로 법당이 있고, 오른쪽은 테크를 놓아 전망대를 만들었다. 여기서도 두물머리가 환하게 보인다. 가파른 곳에 지은 탓인지 수종사는 산문에 온 것이 아니라 마치 한옥 골목 같은 느낌이 난다. 수종사오층석탑이 보물이다. 법당이 끝날 즈음 거대한 나무가 반긴다. 수령 5백년 된 은행나무다. 산 아래에서 올라오는 바람을 맞으며 그냥 서 있기만 해도 머리가 맑아진다. 햇살까지 따스한 날이라면 테크에 주저앉아 두물머리를 바라보며 해바라기를 해도 좋겠다. 창건 설화가 어떻고 문화재가 어떻고 하는 것들은 다 잊어버리고 쉬는 것도 좋겠다. 혹여나 절 이름처럼 물방울이 떨어져 만드는 종소리가 들릴지도 모를 일이다.

다산공원과 경의중앙선 옛 철길

남양주한강시민공원까지 차로 이동한 다음 한강을 따라 산책길이 이어진다. 자전거 길과 병행하는 이 길은 덕소에 있는 다산지구공원까지 강을 보며 걸을 수 있다. 거의 전구간이 평탄하다. 그늘이 없기 때문에 한여름에는 대비를 해야 한다. 다산공원 안에도 산책길이 이어진다. 강이 바라다 보이는 긴 의자에 앉아 날아다니는 철새를 보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는 건 어떨까? 청춘남녀가 아니더라도 흙을 밟으며 나무 사이를 걷는 기분은 누구나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이곳은 생태공원으로 꾸며 놓았으나 겨울에는 꽝꽝 언 한강이 반겨줄지도 모른다. 다산묘역을 보며 어쨌거나 민초의 삶을 염려한 위대한 사상가의 체취를 느끼는 시간도 의미가 있겠다. 걷는 게 힘들다면 다산 공원까지 차로 이동이 가능하다.

경의중앙역 양수역에서 걷는 길은 또 다른 매력이 숨어 있다. 옛 철로를 걷어내고 길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기차가 다니던 그 정취와 경치를 동시에 맛보는 게 가능하다. 사람과 자전거만 통행할 수 있고 마을을 끼고 이어지는 길이어서 정감이 많이 간다. 꽤 기다란 굴도 그대로 남았다. 금방이라도 기적이 울릴 듯한 두려움이 생기지만 터널을 지나는 기분은 오히려 짜릿하다. 가는 길에 자전거 대여소도 있으니 활용할 수도 있겠다. 

두물머리

사람들이 많은 찾는 곳, 겨울 두물머리는 그래서 황량할 수도 있겠다. 햇볕이라도 짱하게 내리쬔다면 그나마 위로가 될 수 있을까? 두물머리를 좋아하는 사람은 겨울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어느 지인의 말이 생각난다. 나목과 강물의 얼음과 철새와 강바람. 그리고 나지막이 멀리 이어지는 산봉우리들.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를 되새기며 조용히 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란다. 필자도 한겨울 두물머리는 가보지 못했다. 그 쓸쓸함을 이겨낼 자신이 없지만 꽁꽁 언 강물 앞에 선 기분이 어떨지 궁금하다.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