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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 명 이상의 주민서명, 이제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 박은미 기자
  • 승인 2019.12.10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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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권리 철저히 무시한 결과가 주민소환 불러와

주민소환 온라인 청구제 시급히 시행돼야

주민소환추진 대표 김한영 씨가 선관위에 서명부를 제출하고 있다 <사진 : 정민구 기자>

11월 27일 은평구선거관리위원회에 ‘진관동 구의원 주민소환 서명부’가 제출됐다. 지난 7월 은평구의원들이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을 추진하는 은평구청을 견제하지 못하고 주민의견 수렴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주민소환을 추진하기 시작한 지 5개월만의 일이다. 주민들은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하기 위해 서명을 받는 ‘수임인’을 모집했고 9월 23일부터 수임인을 중심으로 서명요청활동에 들어갔다. 은평시민신문은 주민소환 추진대표 김한영 씨를 만나 주민소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주민소환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를 반대하는 과정에서 은평구청이나 은평구의회와 소통하고 얘기하면서 느낀 박탈감, 우리들의 권리가 무시당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은평구청을 찾아가면 셔터내리고 은평구의회를 찾아가면 방청을 막겠다고 공무원들을 동원해 막아버렸다. 이해할 수 없었다. 의원들에게도 우리 얘기를 전달하고 도와달라고 했는데 철저히 무시당했다. 은평구청이 자원순환센터 관련 예산을 200억, 추경예산으로 편성할 때 반대가 아니라 기권을 하는 의원의 모습을 봤다. 주민 편에서 단 한 명이라도 얘기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크다. 

본격적으로 주민소환이 시작된 건, 언제부터고 어떤 과정을 거쳤는지 궁금하다. 

저를 포함해서 188명의 수임인이 있었다. 수임인이 되는 조건도 까다롭다. 공무원도 안 되고 사립학교 교원도 안 되고 통반장도 안 되고, 공공의 영역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판단되면 안 된다고 한다. 이외에도 거주지, 전입일 등도 따진다. 9월 23일 대표자 증명서를 받았고 10월 1일 수임인 교육을 진행했는데 수임인 교육시작부터 어려웠다. 진관동주민센터에서 하려고 했는데 정치적 이용목적인 경우에는 대관이 안 된다고 해서 거절당했다. 정치인들이 의정보고회도 하는 공간이 주민센터인데 시민들이 직접 일상의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주민소환을 두고 정치적이라며 불허하는 건 주민자치를 실현하지 않겠다는 거 아닌가?

주민소환 추진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지?

거리에서 ‘주민소환 서명해주세요’라고 홍보를 못하고 누군가를 특정해서 부르는 건 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저기 빨간 옷 입고 가시는 분, 주민소환 서명해주시겠습니까?”는 된다는 건데 이게 말이 되나? 결국 거리에서 서명 받는 건 불가능하고 한 사람 한 사람 찾아가서 서명을 받아야 했다. 퇴근 이후에 집집마다 찾아가서 벨을 누르고 설명을 하고 주민소환 서명, 그것도 2명의 의원을 모두 받는 건 쉽지 않았다. 

집집마다 방문하면서 에피소드도 많았을 거 같다. 

일단 저녁시간이어도 불이 꺼진 집이 많아서 서민들이 참 늦게까지 일한다는 걸 실감했다. 주민소환 때문에 찾아갔는데 아파트 관리문제 등을 한참 얘기하는 주민들도 있고. 어느 집은 문이 열려있어서 주민소환서명 받으러 왔습니다하고 살짝 들어가니 제사를 지내고 있는 집도 있고(웃음) 사람 사는 모습이 참 비슷하다는 걸 느낀 시간이었다. 

주민소환 실제로 추진해보니 어떤가?

주민소환제는 일 못하는 지방의원이나 지방자치단체장 등에 대해 소환투표를 실시해 임기 종료 전 해직할 수 있는 제도다. 2007년도부터 도입됐지만 저조한 실행률을 보이는 건 이 제도를 제대로 시행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일단 주민소환 추진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시급히 온라인 청구제가 도입되어야 한다. 주민소환 조건도 완화되어야 하고 개표 요건도 폐지되어야 하는데 이런 내용이 담긴 주민소환 개정안이 여전히 국회에서 잠자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법이 2006년 2월 공포되면서 제주지역에 한해 주민소환제도가 먼저 도입됐고 이후 2007년 5월 주민소환법이 시행되면서 전국적으로 확대됐지만 실효성 있게 진행되지 못했다. 빠른 시일 내에 제도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 

만 명 이상의 주민서명을 받아서 제출했는데

처음엔 힘들어서 그만둘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말없이 움직이는 시민들이 많았고 점점 일에 가속이 붙었다. 은평구청이나 은평구의회가 만 명이라는 숫자를 이제는 좀 무겁게 받아줬으면 좋겠다. 우리 의견을 ‘소수다, 님비다, 반대하는 사람 별로 없다’고 매번 축소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좀 기억하면 좋겠다. 진관동 만 육천 세대 중 만 세대의 의견을 받은 건데 이제 지역민심이 이렇다는 걸 좀 알고 지역 정치인들도 입장을 좀 표명할 때가 아닌가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선관위에서 서명부 확인절차를 마칠 때까지 일단 기다려야 한다. 만약 서명부가 통과된다면 투표를 해야 하니까 최대한 투표에 참여할 수 있게 투표운동을 할 계획이다. 주민소환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이상이 투표해서 과반수가 찬성표를 던져야 하니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다. 

 

 

 

박은미 기자  yasodhara@e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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