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초부터 건강검진을 받아야지 생각하지만, 왠지 꼭 건강검진은 10~12월이 되어야 받을 생각이 나곤 합니다. 전국의 각 검진센터 전화기들이 요즘 불이 나고 있는데요, 이렇게 몰리지 않고 편안하게 받으려면 언제쯤이면 제일 좋을까, 저도 곰곰이 생각해봤는데 아무래도 건강검진 받을 적기는 2월~7월까지인 것 같습니다.

1월은 중순 무렵이 되어야 그 해의 건강검진 대상자들의 명단이 건강보험에서 결정되어 온라인에 입력되기 시작하니, 1월 초에 검진센터를 방문하시는 경우 아직 검진 대상자인지 아닌지 잘 모르는 경우들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많은 건강검진센터들이 연말까지 과로한 직원들을 위해 1월에 휴가를 배치하기도 하니, 여유있고 편안하게 진료받기 위해서는 2월 이후부터 8월 여름휴가 전까지의 시기를 고르시는 것이 가장 좋겠습니다. 

연말이 되어 건강검진이 몰리기 시작하면 검진센터들은 정신없이 돌아갑니다. 이럴 때 검진을 받으신 분들은 마치 ‘컨베이어벨트에 올라탄 것 같았다’고 평가를 하시곤 하죠. 그러나 한국과 같이 검진단가는 낮으면서 검진센터 운영비용은 높은 곳에서는 이런 사태를 피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저도 살림의료복지사회적협동조합에서 일하기 전 위내시경 스킬을 좀 더 다듬기 위해 검진을 전문으로 하는 센터의 내시경실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이곳은 오전 4~5시간 동안에만 위내시경이 40여건 예약이 잡혀있는 곳이었습니다. 거의 한 시간에 10건에 가까운 검사가 진행되지요. 내시경을 할 수 있는 의사 한명 당 위내시경 기계가 1대, 몸 속에 들어가는 스콥이라고 불리는 내시경카메라가 4개, 내시경 소독기가 3대 배치되어 있었습니다.

즉 스콥 1개는 현재 수검자의 몸 속에 있고, 나머지 3개는 모두 소독기에서 소독되고 있다는 뜻이었습니다. 내시경이 3~5분 사이에 끝나고 침대가 빠진 후, 뒤를 돌아 선 자세에서 컴퓨터에 내시경 소견을 입력합니다. 다시 뱅그르르 뒤를 돌면 이미 검사 준비를 마친 다음 수검자가 새 침대에 누워 들어와 있고, 방금 소독기에서 나온 내시경스콥이 내시경기계에 이미 세팅되어져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렇게 검사받는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하루에 40개씩 내시경을 하는 의사의 내시경스콥을 넣고 관찰하는 솜씨나, 내시경 소독, 수검자 모니터링 등 검사실을 운영하는 간호스태프들의 솜씨는 가히 세계 어느 나라의 의료진들도 따라오지 못할 경지에 이르렀으니까요. 그래도 상담을 위한 시간을 좀 더 확보하고 싶다면, 그리고 의료진이 나를 좀 더 꼼꼼히 봐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신다면, 연말이 아닌 기간에 검사를 잡으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의료진들도 사람이라, 뒤에 30명이 더 검사를 기다리고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바빠지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하/지/만 오늘은 이미 12월! 아직도 올해의 검진을 받지 않으신 분이라면 지금이라도 검진을 받으셔야겠죠? 검진 후 한 가지 주의사항을 말씀드릴게요. 특히 내시경 후에요! 연말에 내시경 검진을 받은 후, 1~2주일이 지난 후 속이 쓰리다며 내원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내시경을 받을 때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는데, 왜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속이 쓰린지, 그때 검사를 대충 했던 것은 아닌지 불신에 차 있는 분들이죠.

저는 ‘내시경 검사를 전후로 술을 드셨는지?(3일~1주일) 내시경 검사 후에 소화가 힘든 음식을 드셨는지?(맵고 짜고 기름진 음식)’ 여쭤봅니다. 내시경은 위장/대장벽에 있는 병변들을 잘 보기 위해 장에 공기를 넣어 풍선처럼 부풀려서 검사를 진행하게 되는데, 이렇게 장을 인위적으로 부풀릴 때 장벽의 점막에는 미세한 상처들이 남게 됩니다. 또한 스콥이 긁으면서 지나가거나 할 때도 상처가 남게 되지요. 이렇나 상처들이 있는 상태에서 알코올, 맵고 짠 음식 등이 들어가게 되면 급성 출혈성 미란과 같은 질환이 쉽게 생기는데, 아주 속이 쓰리고 아프게 됩니다. 다시 내시경을 해보면 장벽 여기저기 피와 상처가 나 있기도 하고요.

내시경 후에 생기는 이러한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1. 내시경 당일 및 최소 3일~가능하면 1주일까지 금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연말이라 검진 받은 후 홀가분한 마음으로 송년회에 가시려는 분들은 저는 뜯어말리고 있어요.)

2. 내시경 당일과 1~2일 후까지 맵고 짜고 자극적인 음식은 드시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럼 올해 검진받으시는 분들은 검진 후 몸을 더 보살펴주시고, 내년에 검진받으시는 분들은 검진센터가 너무 복잡해지기 전에 미리미리 검진 받으시자고 꼭 기억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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