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하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 이사장

1,2,3,4,5...10...15. 이렇게 헤아려봅니다. 숫자에 둔감하게 살지만 이번에는 손가락으로 하나씩 더해서 꼽아봅니다. 은평이란 지층에 열다섯 해 신문지를 겹겹이 쌓아 형국을 만들고 그 위에 사는 사람들의 땀 냄새를 먹여 시민이라는 이름을 달고 15세 건장한 신문이 되었습니다.

우리 은평시민사회의 토양에서 함께 부대끼면서 쉽지 않는 신문 내기가 쉼 없이 이어 온 것은 조합원, 독자 그리고 울타리가 되어 준 시민사회의 따뜻한 격려 덕입니다.     

스스로 자라나기가 잘 되고 있는 것일까? 

정약용은 제자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나무를 심는 사람은 나무를 심을 때 그 뿌리를 북돋아주어 나무의 줄기가 안정되게만 해줄 뿐’이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고 나면 나무에 진액이 오르고 가지와 잎사귀가 돋아나면 그때에야 꽃이 피어나는 이치니 꽃을 급하게 피어나게 할 수는 없다는 평범한 기다림의 미학의 말씀일 것입니다. 

해를 거듭할수록 신문에 대한 기대와 요구가 다양하게 제시되고 있습니다. 미디어 상황이 아주 빠르게 전환되고 지방분권, 협치, 시민사회, 협동조합의 가치 확장 등 시대성에 맞게 융통성과 가변성이 요구됩니다. 이에 우리 신문도 구조적으로 보완하고 변화를 가져야겠다는 고민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좀 더 나은 정론지로 나아가고 나잇값을 하기 위해 우선 과제로 세 가지를 설정하고 다듬고 있습니다. 

우선 지면평가위원회를 꾸리고 몇 차례 회의를 진행했습니다. 분기별로 위원회를 개최하여 신문에 결과를 공유하게 될 것입니다. 특히 시민사회의 지향과 협동조합 정신을 잘 살려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논조(論調)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그리고 미래가치를 생산해내고 공동체의 관심 이슈가 있는 사회적 문제는 좀 더 심층적인 기획취재 등의 형식으로 대안을 만들어 나가도록 할 것입니다. 가치지향적 문제제기와 기획취재를 통해 관점을 드러내고 시민사회와 공론의 장에서 숙의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각계의 시선을 드러낼 수 있는 의제를 선정하여 지역사회의 필진의 칼럼, 시론 등의 형식으로 소통하는 지면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하겠습니다.

아직 월력이 두 장이나 남아있는 11월입니다. 

울울창창하던 숲과 울긋불긋 색깔자랑에 뽑내던 나무도 서둘러 잎을 떨구며 겨울 채비에 한창입니다. 11월에 대한 상념은 서로 다르겠지만 저에게는, 사라져가는 것을 사라지지 않게 하는 달입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기 전에 잠시 심호흡이 있는 페이지 같은 달입니다. 걷던 길 위에 잠시 멈춰 사라져가는 기억을 소환하는 달이고 성찰을 부르는 달이고 살을 에는 추위에 나목으로 맨 몸을 드러내면서 정체성을 확인하는 달입니다. 조합원, 독자 그리고 응원해주시는 여러 후원자님들과 열다섯 생일상을 함께 받으며, 다시 먼 길 갈 행낭을 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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