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과 병동에 주치의로 파견을 나가 일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당시에는 스마트폰은 없었지만, 그래도 삐삐를 대신하여 휴대폰이 주치의와 당직 의사를 콜하는 기본수단으로 자리 잡았던 때였지요. 제가 담당하고 있던 5세 소아 환자에게 피검사를 하기 위해 주사실 침대에 눕혀서 병동 간호사들과 함께 열심히 혈관을 찾고 있던 때, 막 혈관을 찾아서 라인을 연결할까 했던 때, 뇌전증으로 입원을 하였다지만 병원 검사에서는 계속 정상이어서 진단이 불명확했던 그 아이가 경련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주치의로서 “산소 걸어주세요, 라인 연결해서 수액 틀어주세요, 무슨 약품 몇 밀리그램 투여해주세요”를 입으로 주문처럼 외면서, 휴대폰으로 아이의 경련 장면을 동영상 촬영하기 시작했습니다. 뇌전증의 경우에는 경련의 양상을 보는 것이 가장 중요한 진단툴이기 때문에, 낮은 화소수로 촬영된 그 휴대폰 영상이 백만 원이 넘는 대학병원의 비싼 검사들보다 더 진단능이 좋았던 것입니다.

최근에는 환자 대부분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잘 활용하고 있어서, 진료실에 있는 저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경련이나 틱이 의심되는 순간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오기도 하고 피부질환의 진행양상을 날짜별로 차례로 찍어오기도 하지요. 특히 두드러기처럼 밤에는 나타나고 낮에는 사라져버려 병원 갈 시간에는 피부가 멀쩡해지는 질환을 진단하는데도 유용합니다.

저도 때에 따라서는 귀내시경 화면이나 피부 현미경 화면을 보여주고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놓도록 안내하기도 하지요. (다음에 오셨을 때 귀내시경 사진 다시 저한테 보여주세요, 중이염 얼마나 좋아졌는지 보게요.)

그런데 이렇게 활용도가 높은 촬영기능인데도 의외로 처방전을 촬영해 놓으시는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외국처럼 주치의 의료기관 딱 한 곳만 방문한다면 필요가 없을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같은 환경에서는 일단 처방전이나 약봉투를 받으면 촬영해서 저장해 놓는 것이 좋습니다.

의료법과 개인정보보호법에 의하여 병의원 간에도 환자의 처방기록이나 진료기록은 자동적으로 공유되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환자들 개개인이 자신의 진료기록을 보관하고 정리하는 것이 어느 정도는 필요하거든요.

오늘은 진료실에서 스마트폰 활용하는 방법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1. 이상한 증상이 생기는 경우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촬영해둡니다. 피부질환, 이상한 동작, 어눌한 말투, 기저귀까지 어떤 것이든 사진·동영상 촬영할 수 있습니다. 응급상황인 경우에도 119에 전화를 한 후, 대원들이 오기 전까지 촬영을 할 수도 있습니다.

2. 병·의원에서 처방받은 기록은 처방전을 촬영해 놓거나, ‘파프리카케어’ 같은 처방전 관리앱을 통해 저장해 놓습니다. 처방전 관리앱은 약의 이름만이 아닌 약 성분까지도 한눈에 볼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편리합니다.

3.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앱을 통해 ‘내가 먹는 약 한눈에’ 서비스를 신청하고 공인인증해 놓으면, 지난 1년 동안 건강보험을 통해 처방받은 약들을 스마트폰에서 검색할 수 있습니다.

4. 건강보험공단의 ‘건강인(in)’앱을 통하면 지난 10년 동안의 공단건강검진 결과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5. 예방접종은 ‘질병관리본부’ 사이트에 꼭 등록해 달라고 접종한 병의원에 요청합니다.

여기에 주치의와 함께 쓰는 수첩까지 있다면 금상첨화겠지요? 혈압·혈당을 기록하기도 하고, 그날그날의 진료기록을 요약하거나 교육자료·생활처방전을 기록하고, 아플 때 어디가 아프고 진료실에서 무엇을 주로 상담할지 일기처럼 미리 적어놓는 그런 수첩이요. 그런 수첩만은, 아직은 좋은 앱이 없으니 아날로그 감성으로!! (우리가 나중에 같이 만들까요?) 주치의와 함께 기록을 차곡차곡 쌓고 정리해가시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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