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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관점에서 지역문제 바라보는 일이 지방분권의 출발"
  • 박은미 기자
  • 승인 2019.11.10 23:33
  • 댓글 1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 내년 총선출마 의사 밝히고 활동 시작
-“다음 총선은 치열한 싸움되겠지만 과거로 회귀해서는 안 돼”

“지방분권이 되면 지역주민들의 협력 속에서 혁신을 가져올 수 있고 그 혁신은 지역주민들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는 과정을 통해 완성될 수 있다”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해 제도개혁과 자치발전을 위한 정책마련에 힘썼던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은 금융위기 이후 우리사회가 겪고 있는 문제들이 대부분 지역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지역정치와 지방분권을 강조했다. 

이어 “실패하면 끝나는 사회가 아닌, 실패의 축적에서 혁신이 나올 수 있도록 정부가 역할을 해야 하고 미래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개혁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내년 21대 총선출마 의사를 밝히고 활발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김 전 구청장을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 <사진 : 정민구 기자>

청와대 근무를 마치고 은평으로 돌아온 소감은?

골목으로 마을로 다니면서 다시 은평 사람들을 만나니 기분이 좋다. 청와대에 있을 때는 워낙 많은 이슈가 있다 보니 일에 대한 의무감이 커서 조금 삭막하기도 했는데 지역사회는 희노애락이 있고 살아있는 느낌이다. 즐겁다. 

청와대에서는 어떤 역할을 수행했는지? 

제도개혁비서관과 자치발전비서관으로 근무했다. 자치발전비서관으로 일하면서 전국 지자체와 연관된 대부분의 일들을 담당해야 해서 바쁘게 뛰어다녔고 제도개혁비서관으로 활동할 때는 마을에서 혁신을 해왔던 경험을 기초로 의욕적으로 제도개혁을 추진했다. 

대통령은 포용국가를 이야기하는데 포용국가가 되려면 공무원의 공감지능이 높아져야 한다. 사회적으로 배제되고 고립된 사람들을 찾아가서 그들을 마을 속으로 편입시키고 사회관계망 속에 포용될 수 있게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고립된 사람들에 대한 연민과 그들에 대한 이해의 폭을 높이는 쪽으로 공무원의 상이 정립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공감 능력을 갖춘 공무원 상이 필요하다고 보고 공무원 평가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서 활동 했다. 

제천 화재사건 이후에 청와대에 화재 TF를 설치하고 국민안전대진단을 했다. 재난으로부터 국민의 목숨과 재산을 지키는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게 예방적 위기관리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이 아니라 예방적 위기관리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데이터를 분석해서 위험 우선순위를 정하고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에 대한 행정에서의 우선순위를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가 ‘포용국가’, ‘나라다운 나라’, ‘국민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안전한 국가’를 중요한 국정 과제로 삼고 있다. 우리가 현장에서 경험한 것들이 국가 운영에 있어서 중요한 경험으로 작동할 수 있겠구나 등을 많이 생각했던 시기였다.

지방자치에 대한 고민과 활동을 많이 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 헌법에 지방정부라는 개념이 없고 ‘지방자치단체를 둘 수 있다’로 되어있다. 2010년 민선 5기 이후에 ‘내 삶을 바꾸는 마을의 변화’를 지방정부단위에서 이끌고 있고 혁신을 만들고 있는 중인데 여전히 우리의 헌법이나 법·제도는 과거의 단체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것이 근본적인 한계다. 중앙정부에서 바라보는 지방은 여전히 생산성이 떨어지고 지자체장의 홍보용 정책 등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강하다.

그리고 재정을 쥐고 있는 기재부 등이 지자체를 바라볼 때 ‘고양이한테 생산 맡긴다’는 식으로 보는데 이건 편견이다. 물론 지자체들이 다소 토건 중심이고 지역유지나 소수의 지역 향토세력에게 의사결정을 맡기는 등의 과거의 폐단이 있지만 많은 도시에서 새로운 변화를 일구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분권 주장은 중앙과 지방이 서로 격돌하고 누가 더 많이 갖는, 그런 게임을 하자는 게 아니다. 중앙정부는 현장을 모르면서 위에서 결정하는 등의 과도한 짐을 갖고 있다. 그 폐단으로 드러난 게 바로 세월호참사였다.

지방자치제도를 꽃피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중앙집중의 의사결정은 경제성장도 더디게 하고 4대강 사업처럼 잘못된 선택으로 경제 활력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지방으로 분권하고 위임하면 지방민들의 자발적 협력 속에서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추가성장은 지역혁신을 통해 가져올 수 있다. 지역의 시민사회·대학·공공기관·연구소·관청 등이 지역 협력적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그 속에서 지역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합리적이면서도 협력적인 플랫폼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2010년 민선 5기만 해도 ‘세계적으로 생각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라’고 주장했다. 선진 문화를 습득해서 그 문화를 가지고 지역의 변화를 일구라는 톱다운 정서였다.

그런데 지금은 ‘지역적으로 생각하고, 세계적으로 행동하라’는 정반대의 이야기를 한다. 그 얘기는 각 지역마다 갖고 있는 고유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지역사회에서 질문 그룹을 만들고 우리 지역의 문제가 무엇인지, 우리지역의 산업과 경제를 일으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는 일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전 세계적으로 구해야 한다. 

혁신은 ‘질문하는 것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면 은평이 전형적인 베드타운이어서 갖는 가장 절실한 문제가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고 그 해답을 전 세계에서 찾아야 한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이 만들어진 것도 따지고 보면 지역주민들이 질문을 던진 데에서 시작됐다. 서울시에, 건축설계사들에게 던졌더니 건물을 이어붙이는 새로운 방식의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다.

‘중앙의 기준으로 지역을 볼 것인지, 지역민 스스로가 지역 문제를 볼 것인지’ 관점을 옮기는 일이 결국 지방분권의 출발이다. 그 결과로서 재정을 얼마나 지방에 많이 옮기느냐가 따라오는 거다.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에 대한 문제는 우리 스스로가 생각하고 질문을 던지는 것이다. 결국 ‘협력적 관계’, ‘질문하기’ 이 두 가지가 분권의 핵심적인 내용이다. 

성장 동력을 만들어내는 일은 미래 먹거리를 만들어 가는 과정인 만큼 대단히 중요해 보인다. 

우리 재정 건전성이 독일보다 좋다. 정부가 돈을 안 쓰니 가계 빚이 많고 그래서 가계 소비가 줄어들고 골목경제가 돌지 않는다. 소득주도성장이 갖는 의미는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여서 기업이 생산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활발하게 구매할 수 있게 하고 그러면 기업도 살고 소비자도 생활력이 올라 갈 수 있고 동반 성장할 수 있다. 

우리 복지 수준이 OECD 국가들에 비해서 현저히 떨어진다. 우리나라 바로 뒤에 멕시코가 있고 미국이 복지를 잘 안하는 나라임에도 우리나라는 미국의 절반 수준이다. 복지를 안 하고 있으니까 노인 빈곤율이 50%나 된다. 어르신들이 산업화 과정에서 나라와 사회에 헌신했고 국민소득 3만불 시대인데 노인들은 이제 노후에 안정적인 삶을 보장받을 권리가 있다. 

김우영 전 은평구청장 <사진 : 정민구 기자>

내년 21대 총선에 도전장을 냈는데 그 이유는? 

우리나라는 금융위기 이후에 금융자본과 글로벌 금융 자본주의 체제 안에 편입됐다. 결과적으로 경제 주체라 할 수 있는 노동자들의 소득을 증진 시켜주지 못하고 대부분 비정규직화 시켰다. 그러면서 단기 이윤을 높여서 주주들에게 최대한 많은 배당을 해주는 주주 자본주의 경향으로 가다보니 우리 경제의 성장이나 지속가능성을 잃어버렸다. 

그 모든 문제의 모순이 터져 나오는 곳은 지역이다. 저는 10년 동안 그런 현장에 있으면서 약자들이 최악의 선택을 하지 않도록 복지의 개념을 도입하는 현장의 경험들을 갖고 있는데 의사결정권자들은 현장을 잘 모른다. 예산을 편성하는 정부 공무원들도 지역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고 예산을 심의하는 국회의원들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국회의원들은 주로 공급자 마인드를 갖고 있다. 진짜 지역민들의 삶속에서 깊이 생각하는 건 부족하다. 

대신 자신이 속한 정당과 본인의 의정활동을 알리는 데 집중한다. 밑바닥의 실제 어려운 점을 깊이 들여다 볼 기회가 없다 보니 문제의 겉만 알지 속을 모른다.

현장의 경험이 있고 마을이 어떤 원리로 작동되는지 몸으로 체득하고 사회적 경제, 마을공동체, 주민참여예산제, 도시재생 그리고 미래의 소통능력까지 축적한 이들이 정치의 변화를 주도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계속 소모적인 갈등만이 이어진다. 

지역에서는 갈등이 있었지만 해법을 찾았다고 본다. 지역민들이 현장에서 계속 보고 있기 때문에 일방적인 주장만 할 수가 없고 어떤 식이든 간에 합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주권자들과 함께 있을 때는 그럴 수밖에 없다. 주권자들하고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싸움만 하는 것이다.

주민참여 총회 등을 직접 경험하고 조직해본 그런 현장 경험자들이 국회 안에서 새로운 정치 권력의 비전을 다시 모색할 필요가 있다.

정치인에게 필요한 자질은 뭐라고 생각하는지?

정치를 하고자 하는 이에게는 두 가지 자격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하나는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점이다. 나도 한 때 그런 편향이 있었다. 여의도에서 보좌관을 오래하면서 은평은 변두리라는 생각도 하고 우쭐한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렇지 않더라. 내가 모른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두 번째는 ‘내가 권력이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정치인이 스스로 권력이 있다고 생각하면 유권자는 그 권력의 지위로부터 그 자를 끌어낸다. 세계 모든 나라가 다 그렇다. 권력은 무언가를 통제하고 행사하는 게 아니라 연결하는 것이다. 권력은 ‘선한 연결자’여야 한다.  

구청장이었을 때와 지금 시점에서 바뀐 시각이 있다면?

구청장일 때 동네 행사를 가면 바삐 지나가고 앞만 보고 가게 되는 일이 많다. 실제로 동네축제를 많이 갔지만 제대로 즐겨본 일은 거의 없다. 일종에 코미디언이 연기하듯이 그렇게 되어있다. 

은평에 다시 돌아와서 시민으로서 축제에 참여해보니 금방 보이더라. 구청장이 올 때까지 동네 사람들이 대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관례라는 거대한 문화를 고민하게 된다. 이런 문화를 깨고 극복하는 일 아니면 유지 발전시키는 일, 어떤 관점에 서야 할까?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수용가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모순점에서 차분하게 잘 접근하면 앞으로 훨씬 더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생각한다. 

정치인 김우영은 정치를 통해 어떤 사회를 만들고 싶은가?

‘포용적인 사회’, ‘기댈 언덕이 되는 정부’, ‘미래에 투자하는 국가’ 이 세 가지다. 

먼저 포용사회라고 하는 것은 마을단위에서 관계망에서 벗어난 사람들을 마을 커뮤니티 속으로 참여시키는 것, 이게 핵심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방이 곧 미래다’라는 개념을 갖고 접근해야한다.

두 번째는 기댈 언덕이 되어야 한다. 실패하면 끝나는 사회, 패자 부활이 안 되는 사회가 아니라 실패의 축적에서 혁신이 나오고 실패를 지적 자산화 하는 것이 중요하다. 실패한 사람은 나에게 좋은 교훈이 되기 때문에 국가가, 사회가 실패의 지식 자산을 수용해주어야 한다. 실패한 자가 정부에게 기대어서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세 번째가 미래에 투자하는 국가인데, 요즘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청년 수당을 지급하거나 일자리를 늘린다는 식으로만 보는데 사실 청년문제는 청소년 문제의 결과다. 그래서 청소년을 미래세대로 보고 국가의 자원과 재정을 투자하는 것이다. 그들이 저마다의 기량을 펼칠 수 있도록 또 그들이 고립되어서 스펙 쌓는 것이 아니라 관계 연습을 할 수 있고 다양한 사회적 관계 속에서 미래를 준비하는 정신적 근육을 키울 수 있도록 투자해야한다. 

결론은 청년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려면 청소년에 대한 투자를 많이 해야 한다. 그들이 힘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청년들 스스로가 관계 훈련, 사회적인 연대의식을 가져야 한다. 

진보 세력이 됐든 민주당이 됐든 개혁을 지체하면 두 배의 부담으로 돌아온다. 개혁을 지체하면 안 된다. 문제는 무조건 개혁을 주장한다고 해서 개혁이 되는 것이 아니고 실행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다. 행정 권력은 좀 움직일 수 있는데 국회 권력이 작동을 잘 안 한다. 

그래서 이번 총선이 중요하다. 이번 총선은 중간 평가적 성격도 있고 박근혜 탄핵에 대한 저항이나 보복심리도 작동하면서 강력한 저항선이 형성 되고 있다. 아주 치열한 싸움이 될 것 같다. 국민들이나 유권자들이 과거로 돌아가면 안 된다. 선거 과정에서 이런 대화를 통해 유권자들에게 진지하게 말하고 들을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박은미 기자  yasodhara@e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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