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의 결과라면 그 의미 퇴색시키지 않도록 고민했어야

은평구청이 지난해 ‘다산목민대상’을 수상한 이후 내일신문에서 발행한 ‘다산에게 길을 묻다’ 책자 1,000권을 구매했다고 한다. 15,000원 하는 책을 1,000권 샀으니 총액은 1,500만원이다. 책 값 뿐만이 아니다. 수상 이후 내일신문 광고비도 높게 책정했다고 한다. 내일신문 광고비는 2017년 330만원에서 2018년 1,100만원으로 훌쩍 뛰어올랐다.

은평구청은 수상 대가로 책자를 구입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시민과 행정이 몇 년간 열심히 노력한 대가로 수상한 것을 폄훼한 것이라며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광고비를 높게 책정한 것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내일신문이 그만한 광고효과가 있기에 집행했다고 한다.

언론의 문제제기는 ‘왜 상을 받았는가?, 이 상은 공정한가?’가 아니다. 수상 이후 관련 책을 대량으로 구매한 것이 과연 적절했는지, ‘다산목민대상’ 주최 측인 내일신문에 높은 광고비를 책정한 것이 적절했는지 묻는 것이다.

하지만 은평구청이 내놓은 답변은 궁색했다. 대량으로 책자를 구매한 것은 그간 수상 단체의 혁신사례를 벤치마킹하기 위함이고 광고비를 높게 책정한 것은 내일신문이 독자들의 접근성이 높아 자치구 홍보에 적합하다는 이유였다. 게다가 책을 제작한 업체인 ㈜디자인내일과 내일신문은 별도법인으로 수상에 대한 보답으로 볼 수 없다는 답변도 내놓았다.

한 발 떨어져서 일련의 사건을 다시 살펴보자. 은평구청의 주장대로 책을 다량으로 구매한 일과 광고비를 높게 책정한 일이 ‘다산목민대상’ 수상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 일일 수 있다. 그렇다면 ‘다산에게 길을 묻다’에 실린 25개의 혁신사례를 어떻게 벤치마킹 할 것인지, 인터넷 내일신문에 기사로 올라와 있는 이 사례들을 굳이 1,500만원을 들여 사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좀 더 친절하게 시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일률적으로 책을 사서 각 부서와 주민센터에 뿌리듯이 배포하는 게 아니라 이 책이 필요한지 각 부서와 주민센터에 물어보고 결정하는 과정을 거쳤는지도 설명해야 한다. 만약 그 과정이 미흡했다면 그 부분을 인정하고 대안을 마련해나가면 될 일이다.

홍보비도 마찬가지다. 신문사별로 ‘창간기념광고’ 명목으로 혹은 ‘신년광고’ 명목으로 지출하는 금액이 왜 다른지 설명할 필요가 있다. 신문사별로 모두 같은 금액을 집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행정이 어떤 기준을 갖고 신문사별로 33만원에서 550만원까지 홍보비를 집행하고 있는지 대답해야 한다.

㈜디자인내일과 내일신문이 별도법인이어서 수상과 상관없다는 해명을 살펴보자. ㈜디자인내일은 내일신문 직원들이 출자한 회사로 내일신문사에서 발행하는 다양한 매체들의 디자인 인쇄를 대행하는 업체다. 게다가 은평구청은 정보공개청구 답변에서도 해당 책 발간 주체를 내일신문이라고 답했다.

결과적으로 ‘다산목민대상’ 상금으로 받은 2,000만원은 고스란히 상을 준 주최 측으로 돌려 준모양새가 됐고 오히려 ‘다산목민대상’의 의미를 퇴색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을 남겼다.

‘외밭에서 벗어진 신발을 다시 신지 말고 오얏나무 밑에서 머리에 쓴 관을 고쳐 쓰지 말라’는 옛말이 있다. 은평구청 주장대로 주민과 은평구청이 몇 년간 노력한 결과로 받은 상이라면 그 노력의 의미를 퇴색시키지 않기 위한 노력을 끝까지 기울였어야 한다. 상을 받은 일, 책자를 대량 구입한 일, 광고비를 높게 책정한 일을 하나의 연장선상에 두고 고민했어야 한다. 그 고민을 뒤로한 채, 문제를 제기하는 이들에게만 발끈할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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