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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호’ 묻기에서 ‘토론’ 과정으로 변화해야숙의민주주의 위해 소규모 민회와 상시적인 숙의 공론장 운영필요
  • 정민구 기자
  • 승인 2019.10.28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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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에게 선호를 묻는 데 그치면 피로감만 높아진다. 토론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21일 열린 ‘은평 숙의민주주의 발전모색 토론회’에서 박태순 한국공론포럼 대표가 강조한 말이다. 숙의민주주의란 투표나 여론 조사를 통해 일반 시민들의 선호를 조사해 중요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방식을 대신해 열린 토론을 바탕으로 참여의 질을 높여 공공문제 해결을 추구하는 것을 말한다.  

이날 열린 토론회에는 조재학 은평구 협치조정관과 김미윤 은평구 시민민주주의정책관 등이 발제를 맡아 은평구 숙의민주주의 현황과 발전을 제안했다. 

특히 토론자로 참석한 박태순 한국공론포럼 대표는 “현재 수준의 숙의 민주주의는 사람들에게 ‘선호’를 묻는 것에 그치는데 다음 단계인 ‘토론’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공론장에 의한 피로도만 상승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숙의의 가장 중요한 과정인 ‘동의’와 ‘사고의 전환’이 일어나려면 토론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은평구 숙의민주주의의 방향성을 짚어주었다.

참여예산과 협치 중심의 은평 숙의민주주의
시민 참여 담아낼 정교한 제도 만들어져야

은평구의 숙의 민주주의는 ‘참여예산’과 ‘협치’를 중심으로 작동되고 있다. 참여예산은 주민들이 직접 예산 편성과 집행, 심의하는 과정을 거친다. 협치는 다양한 이해당사자 주민이 행정에 적극 참여해 민간과 민간전문가, 행정 공무원이 정책을 함께 결정하고 운영해나가는 과정을 말한다. 

조재학 협치조정관은 ‘은평 숙의민주주의 진단과 현황, 평가’를 주제 발제에서 “은평구는 숙의 민주주의 잘해내고 있다”며 “특히 참여예산은 더 많은 주민이 사업을 제안할 수 있도록 방식을 바꾸고 이를 ‘정책과제화’하고 있으나 ‘정책과제화’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많은 사람들이 광장에 나올 수 있는 ‘더 넓은 민주주의’와 실제 지역사회문제을 위한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는 ‘더 깊은 민주주의’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어야한다.”며 “최대한 많은 주민이 배제되지 않고 더 깊이 있는 토론을 할 수 있는 방향으로 변화시켜가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김미윤 정책관은 숙의민주주의의 의미를 해석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어떻게 담아낼지에 대한 고민과 과제를 통해 소규모 민회와 상시적인 숙의 공론장 운영 등의 은평 숙의민주주의에 대한 제안을 했다.

김 정책관은 “시민들은 행정에 사업 제안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시민들의 직접 행동과 실험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정치력을 발휘해 이해관계를 조정하고 합의를 이루어내는 중”이라며 “시민들은 더 이상 대의민주주의의라는 엘리트주의에 머물지 않고 시민 그 자체로 평등하고 권한이 있는 존재로 일상적 참여를 원하기 때문에 참여확대를 위한 구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김 정책관은 정책과제 발굴·제안·사업화·실행의 전 과정을 시민이 주도할 수 있는 시민참여단 구성, 소규모 민회 등 상시적인 숙의공론장 운영, 지역의 중요한 정책을 결정하는  시민총회 공식화, 시민교육 확대 등을 앞으로 은평구 숙의민주주의 발전 방향을 위해 제안했다.

 

공공 기여하는 시민 위한 민주주의 비용 필요
주민이 스스로 지역문제 고민하도록 토양 길러내야

발전 방향을 위한 토론에는 최승국 은평구 협치회의 공동의장, 부미경 은평상상 이사장, 이춘희 은평마을공동체지원센터장, 박태순 한국공론포럼 상임대표, 정병순 서울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정호 주민참여예산위원장이 참여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시민들의 참여를 위한 더 많은 민주주의를 위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 더 깊은 숙의 민주주의를 위해 단순 선호를 묻는 지금 수준에서 ‘토론’할 수 있는 지점까지 변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등의 의견이 나왔다.

토론에서 최승국 협치회의 공동의장은 “공론장에 1천명을 모아놓고 토론회를 여는 것은 이벤트에 불과하다. 대상과 주체를 좁혀나가는 방식의 고민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미경 은평상상 이사장은 “주민참여 과정에서 행정이 주도하는 방식이 아닌 시민이 바라는 바를 행정에 녹여낼 수 있는 유의미한 권한 행사를 가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고민과 “공공에 기여하는 사람들의 노력에 대해 보상할 수 있는 방식을 제도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태순 한국공론포럼 상임대표는 “행정에 의한 공론화란 점차적으로 스스로 문제를 찾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공론장의 활성화가 있지 않은 이상 피로감으로 인해 단명할거라 생각한다”며 “자발적으로 주민들이 스스로 제기하는 문제가 공론장에서 논의되면 되는 것이고 꼭 행정에 관한 것일 필요도 없다. 그렇기에 주민들이 스스로 지역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토양을 길러내는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대표는 “현재 우리나라의 숙의 민주주의는 사람들에게 선호를 묻고 통계를 내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데 여기서 더 나아가 토론이 일어나지 않으면 다른 생각에 대한 ‘동의’와 ‘사고의 전환’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사람들에게 단순히 선호를 묻는 방식에서 토론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는 은평구청·은평구평생학습관·(사)은평상상·은평시민협력플랫폼이 운영한 은평시민대학 ‘질문하는학교’는 총 6개 강좌 중 마지막 강좌로 이루어졌으며 앞선 강좌에서는 시민참여와 숙의민주주의 이해와 사례, 공론의 이해, 숙의민주주의 현장에서 배운다 등의 강좌가 진행됐다.

정민구 기자  journalkoo@e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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