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곽길 낙산과 백악구간을 걸으며 가을을 느껴보자 <사진 : 장우원>

 

한양 도읍 500년이 지났다. 최근 두 차례 몰아친 태풍을 보면서 풍수에 대해서 생각해 볼 기회가 있었다. 왜 한양인지, 그리고 한양 중에서도 백악산 밑에 궁궐을 두었는지. 역사 이야기는 접어두고 인구 천만이 넘는 도시 안에 산이 많은 수도는 세계적으로 드물다. 그런데 서울은 아니다. 남이든 북이든, 어떤 곳으로 움직여도 산을 맛나고 산을 오를 수 있는 도시 서울. 그 한 복판에서 사람 사는 냄새와 가을 냄새를 맡을 수 있는 곳, 낙산과 백악구간이다. 눈 덮인 겨울도 운치가 있지만, 때만 잘 맞추면 정말 제대로 된 가을 풍경을 만날 수 있다.

낙산 구간은 흥인문에서 시작한다. 옛, 이화병원이 있던 곳으로 방향을 잡고 조금만 오르면 한양도성박물관이 보인다. 뭐, 배우는 학생이 아니라도 서울성곽 축조방식과 성문 제작 방법을 한번쯤 살펴봐도 재미있을 것이다. 서울도성 관련 자료와 도시개발 때 나온 유구들도 전시되어 있다.

오른편으로 성곽을 두고 조금만 오르면 낙산공원 맨 위-다닥다닥 붙은 허름한 집들과 골목이 왼편으로 펼쳐진다. 7-80년대 산동네의 모습이 아직 남아 있다. 열린 대문과 길에 노출된 창문, 떨어져나간 시멘트 벽과 옥상에 만든 텃밭, 그리고 집 앞에 내놓은 조그만 화분들이 정감을 더한다. 더러 카페나 찻집으로 영업을 하는 곳도 있다. 

동네가 끝날 즈음, 붉은 단풍나무가 반긴다. 여기부터는 성곽 위를 걷거나 성곽을 나와 아랫쪽에서 걷는 게 가능하다. 성곽 밖, 오른편에서는 높다란 성을 왼편으로 쳐다보면서 오른쪽은 창신동과 성북동으로 이어지는 작은 집(달동네로 표현할 수 없는!)과 골목들이 정겹다. 멀리 북악산과 더 멀리 구기동 사모바위를 거쳐 도봉산을 지나 수락산까지 조망이 가능하다. 축조시기에 따라 성곽을 이룬 돌 색과 다음은 모양도 다른데 재미삼아 연대 맞추기 내기를 하면서 걷는 것도 재미있겠다. 

성곽 아랫길과 윗길은 멀마 가지 않아 다시 만나고 낙산구간은 창경궁로를 만나면서 끝이 난다. 그러나 창경궁로만 건너면 바로 건너 혜화문을 시작으로 북악구간으로 이어진다.

혜화문에서 성곽길로 접어들려면 팻말을 잘 살펴야 한다. 성곽터나 성곽을 벽 또는 축대로 삼고 지은 집들과 학교로 막힐 수가 있기 때문이다. 와룡공원께에서 왼편으로 내려가면 북촌 구경도 가능하다. 죽, 가면 3호선 안국역과 만난다.

북악산 전망대에 오르면 서울의 동서남북을 다 볼 수 있다. 아차산, 남산, 관악산과 인왕산을 비롯, 서울 주변 산들에 단풍이 덮인 풍광 말이다. 이곳을 지나 청와대 뒷산을 넘어가려면 반드시 신분증이 필요하다. 개방된 지 오래 되었지만 여전히 ‘완전 개방’은 아니다. 아무튼 신분증만 있으면 큰 불편은 없다.

북악산 구간 끝까지 가면 창의문이다. 자하문 길을 건너면 인왕산 구간으로 이어진다. 인왕산 구간 초입에 윤동주 문학관이 있다. 창의문 바로 아래는 부암동, 카페와 맛있는 닭튀김이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는 곳.

낙산과 백악산 구간은 천천히 3시간 정도. 창의문까지 가기 전 전망대 왼편으로 내려가면 삼청공원으로 연결된다. 삼청공원 역시 새소리와 잘 자란 단풍 나무들이 운치를 더한다. 이 길을 택했다면 청화대 왼편,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도 반겨 줄 것이다.

인왕산 구간이 시작되는 윤동주 문학관에서 아랫쪽에 있는 인왕산 둘레길을 선택하면 삼청동과 종로, 남산 일대를 조망하면서 수정동 계곡을 거쳐 서촌으로 나올 수 있다. 수정동 계곡도 운이 좋으면 앙증맞게 자그만한 바위 사이로 물이 흐르는 풍경도 가능하다. 수정동 계곡 마을 버스 정류장 바로 앞에는 정선이 ‘인왕제색도’를 그린 장소와 서촌방향으로 윤동주가 하숙을 한 집터도 있다. 

서울, 이렇게 가까운 곳에서 이번 가을맞이를 한 번 해 보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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