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주민들이 함께 만든 축제,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길

21일 열린 금암문화예술제 중 '캡틴 밥' 뮤지컬 공연 <사진 : 정민구 기자>

금암문화예술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었다. 올해가 몇 해째인가? 해마다 이맘때면 열리는 마을축제를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바쁜 일정을 뒤로하고 취재를 핑계 삼아 길을 나섰다.

마을축제 현장은 소리를 지르며 뛰어다니는 아이들 모습, 삼삼오오 모여 앉은 동네주민들의 떠들썩함으로 분주하다. 무대에 오르는 공연을 보며 공연하는 이들보다 지켜보는 이들이 더 신이 난다. 정돈된 자리도 아니고 일사분란한 모습도 아니다. 그래서 이게 진짜 마을축제구나 싶다. 

21일 열린 금암문화예술제는 올해 7번째 마을축제다. 동네 탐방에 나섰던 이들이 금암기적비를 발견하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를 들으면서 축제는 시작됐다. 

조선시대 진관동은 의주로 향하는 역참이 있는 곳이었다. 당시 이곳은 한양에서 북쪽 지방으로 통하는 관문으로 중국을 오가는 사신이나 상인들은 반드시 이곳을 거쳐 가야 했다. 왕자 신분이던 영조가 아버지인 숙종의 묘인 명릉을 참배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곳 역참에서 며칠 머무르게 되었다. 명릉은 고양시에 있는 서오릉 안에 있다. 숙소에 머무는 도중 영조는 남의 소를 훔치려던 도둑이 잡히는 사건이 일어난 것을 보고 그 이유를 물었다. 도둑은 본심은 아니었지만 여러 날을 굶어 어쩔 수 없이 도둑질을 하였다고 말하며 서럽게 울었다. 이 말을 들은 영조는 도둑을 타일러 그냥 돌려보내고 이런 일은 정치의 잘못이라고 한탄했다. 왕위에 오른 이후에는 이 일을 떠올리며 어진 정치를 펴기 위해 노력했다. 

훗날 정조는 숙종의 묘를 참배하고 돌아오는 길에 이곳에서 할아버지 영조가 겪었던 일을 기념해 친히 글을 짓고 비석을 세우도록 했다. 이 비석이 바로 금암기적비다. 

진관중학교 학생들의 공연 모습 <사진 : 정민구 기자>

백성을 헤아리는 정치, 진관동 주민들은 오늘날 ‘백성을 헤아리는 정치’가 무엇인지 다시 해석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봤다. 이 금암기적비를 통해 아이들이 바른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는 계기를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에 이르고 결국 금암문화예술제를 꽃 피우게 된다. 아이들이 참여하는 마을 방과후 활동 ‘토요금암문화학교’를 중심으로 마을축제를 꾸리고 혁신학교인 은빛초등학교에서 진행했던 마을연계수업의 결과물을 마을축제에서 선보였다. 

올해 금암문화예술제는 은빛초 학생 학부모 풍물동아리의 길놀이를 시작으로 진관중학교의 오케스트라 공연과 국악앙상블 연주, 은빛초등학교 아이들의 합창, 밥할머니를 주제로 한 뮤지컬 등이 차례로 선보였다. 공연 이후에는 전통놀이, 골목놀이터, 나무책갈피 만들기 등의 체험과 신나는 마을공동부엌에서 준비한 먹을거리 등을 나누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축제의 풍성함과는 달리 누구도 다음 축제를 선뜻 기약하지 못하고 있었다. 마을축제를 만들어가는 주체와 비용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금암기적비가 기적처럼 우리 앞에 다가왔듯이 내년, 내후년 금암문화예술제도 기적처럼 이어지길 기대한다. 다만 그 기적은 여러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일을 나누고 주변에서는 이 축제가 이어지도록 적절한 지지와 지원을 보낼 때 가능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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