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언론의 견제와 비판기능, 쉽지 않지만 지역에 꼭 필요한 일

올해로 4회째를 맞이하는 은평상상콘퍼런스는 시민사회의 고민과 해결과제 등을 이야기나누는 공론장이다. 은평시민신문은 이번 은평상상콘퍼런스에 참여하며 ‘자치분권시대, 지역신문 활성화 정책의 필요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었다. 2004년 인터넷 은평시민신문으로 출발한 이후 2009년 종이신문 발행, 2014년 협동조합 전환 등 지난 15년 동안 지역신문을 유지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을 정리하고 이후 대안 등이 논의됐다. 

이 중 은평시민신문 제작을 담당하고 있는 박은미 은평시민신문 편집장과 정민구 기자의 현장 이야기와 지역주민으로 독자로 바라본 은평시민신문 이야기를 전해 준 신효근 님의 이야기를 정리해서 지면에 싣는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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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지역신문에 대한 투자는 민주주의를 위한 공공투자" - 박은미 은평시민신문 편집장

 

박은미 은평시민신문 편집장

2009년 12월 처음 종이 신문을 발행해 지난 8월에 200호가 나올 때 까지 3530일이 걸렸다. 한 달에 2번씩 신문을 내니까 지금까지 250호 정도의 신문이 나와야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그만큼 지역신문을 발행하는 것이 힘들다. 1호 종이신문의 1면 제목이 ‘다수당 일방통행 - 입맛대로 통과’였다. 이 제목을 볼 때마다 우리 신문이 어떤 역할을 하려고 지역 신문을 시작했는지 느껴진다. 지금도 시민들은 행정이나 의회에서 어떤 일을 하는 일들을 알기 어려운데 2009년은 지금보다 더 어려웠을 것이다. 지금은 스마트폰으로 훨씬 쉽게 취재하고 전달할 수 있지만 10년 전은 찍어 많이 힘들었다. 최근 발행한 200호 1면을 보니 우리가 참 많은 이야기를 담고 많은 사람을 만났구나 싶다. 

2009년에 시작된 종이신문은 2012년 8월까지 유지되다 휴간을 맞이하게 됐다. 그리고 그해 12월에 다시 복간을 했다. 이때 신문이 왜 휴간을 하게 되었고 그리고 다시 복간을 하게 된 이유 등을 충분히 논의하지 못했다. 정답은 없지만 빨리 복간을 해서 뭔가를 만들어 가는 게 최선이라는 판단과 얼마간 쉬면서 탄탄히 준비를 하는 건 어땠을까하는 마음도 있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충분히 그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본다. 

지난 10년 동안 가장 큰 변화는 주식회사에서 협종조합으로 조직전환을 했다는 점이다. 협동조합으로 갈지 말지 1년 정도 이야기를 나누다 나중에는 죽이 되는 밥이 되는 일단 협동조합으로 가보자하는 마음이 들었다. 해봐야 알지, 문서로만 보는 협동조합은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렇게 6년 째 협동조합으로 운영이 되고 있다. 협동조합으로 가려고 한 이유는 지역신문 특성상 중앙 언론처럼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구조가 아니라 소수의 사람들로 운영이 되다보니 이 소수의 사람들이 지치지 않고 신문이 지속적으로 발행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 시민들이 조합원으로 참여해 당당히 얘기할 수 있다면 그게 신문을 지탱하는 힘이 되지 않을까했다. 그러나 지금도 역시 상근 기자 2명에 청년활동가 1명의 구조다보니 그저 신문을 만드는 것만으로도 벅차서 원했던 조합 활동이 되고 있지는 못하다.  

지난 6월 국회에서 지역신문 관련 토론회를 했다. 그 때 고양신문 대표님이 지역신문의 가치에 대해 “지역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언론이라는 것이 중요하고 민주주의 실현의 장이이며 바른 지역신문에 대한 투자는 민주주의를 위한 공공투자”라고 강조했다. 언제부터인지 뉴스는 공짜로 읽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 뉴스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비용이 든다. 그 비용은 어디서 충당이 되는 걸까? 특히 지역신문은 구독도 광고 확보도 쉽지 않다. 결국 누군가의 노력과 희생으로 겨우겨우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들의 노동환경이 매우 열악한데 어떻게 개선해 나갈지 고민이 많이 된다. 

2006년 12월 장창익 은평구의원이 “개발독재시대 보내주던 신문을 아직까지도 하고 있냐. 뉴스는 요즘 인터넷이나 방송으로 충분히 볼 수 있는데, 당장 구의회에 들어오는 신문부터 넣지 말라.”고 말했다. 당시 공보과장이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일이다.”고 답변했는데 현재까지 크게 변화된 부분이 없고 심지어 해마다 예산이 늘어나고 있다. 지역 신문은 공공성을 담고 있기 때문에 시장논리 만으로 접근할 게 아니라 제도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최근 미디어스라는 언론사와 인터뷰를 했는데, 2012년도에 문 닫으려고 하다가 왜 다시 복간을 했는지에 대한 질문이 들어왔다. 그래서 우리가 창간할 때 하던 이야기를 다시하게 되었다. “중앙 정치가 아무리 변해도 지역이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지역 언론이 제 역할을 하고 있는지 계속 고민하면서 가야 한다. 힘들지만 지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낸 다양한 사례들도 있다. 압박이 여기저기서 들어와서 힘들지만 은평시민신문이 그만큼 역할을 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다. 우리가 하는 이야기가 100% 맞고 우리 이야기가 정답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부족하더라도 우리 은평에 지역신문의 자리는 마련해 두어야 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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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시민신문 정민구 기

"지역을 기록하고 변화시키는 일, 바로 지역신문의 힘" - 정민구 은평시민신문 기자

우리나라에는 언론이 많은데 지역 언론은 부족하다. 특히 서울시 25개 자치구에는 더더욱 부족하다. 은평구에는 50만 인구가 살고 있고 이들을 위해 일하는 은평구청과 은평구의회 등 공공기관들이 있는데 이들을 감시할 마땅한 언론사가 없다. 게다가 시민단체의 감시활동도 부족하다. 지역 언론이 꼭 필요한 이유라고 본다. 

지역신문 기자로 일하면서 보통 9시 반에 출근해서 12시쯤에 퇴근하니 하루 평균 노동시간이 15시간 정도 된다. 주말에도 출근하기 일쑤다. 이렇게 긴 시간동안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사례를 통해 이야기 해보려한다. 

올해는 정보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를 화두로 삼았다. 지역에서는 최소한의 절차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공공기관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다. 언론사는 행정이 최소한의 절차를 지킬 수 있게 견제하고 시민들은 행정에서 하는 일을 쉽게 알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행정에서 만들어지는 문서에는 중요한 정보들이 많다. 

예산의 경우 계획, 집행 과정, 결과까지 중요하지만 이런 정보는 정보공개 청구를 해야 겨우 볼 수 있다. 관련 절차와 정보를 시민들이 쉽게 알 수 있게 하는 게 지역 언론의 역할이다. 또한 정부는 (시민의 세금을) 재분배의 역할을 하는데 이 재분배가 시기적절하게 이루어지는지 대상은 적절한지 등의 가치 판단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그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지 감시하는 것 역시 지역 언론의 역할이라고 본다. 

실제 취재현장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첫 번째는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건립과 관련해서 지역주민과 행정 간에 일어난 갈등이다. 광역자원순환센터는 재활용 폐기물을 분류하고 생활쓰레기를 적환하는 300톤 규모의 폐기물 처리시설이다. 폐기물 처리시설이 들어설 때는 지역 주민들의 반발이 생기기 마련인데 행정이 주민들을 설득하는 과정이 좀 미흡했다고 본다. 주민들이 광역자원순환센터 반대 현수막을 아파트에 걸었는데 구청에서 자진철거를 요구했다. 이유는 ‘현수막이 떨어져 자동차 앞 유리에 붙는 사고가 날 수 있다’였다. 행정은 온갖 현수막을 다 걸면서 주민들에게는 자진철거를 요구했다. 정치인들이 현수막을 내걸면 행정에서 뭐라고 하지 못하면서 주민들에게만 높은 잣대를 들이대는 게 아닌가 싶다. 

지난 6월 광역자원순환센터 관련 예산안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이를 반대하는 주민들이 은평구의회 심의 과정을 방청하고 싶어 했지만 구청 공무원 50여명이 세 겹의 벽을 만들어서 은평구의회 정문을 틀어막았다. 사전에 충돌을 예방한다는 이유였다. 절차가 무시당한 날이었다. 이건 문제라고,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일이라고 말해주는 개인과 단체가 있었으면 좋았겠지만 녹색당을 제외하고는 없었다. 지역에서는 이런 일들이 자주 일어난다. 이후 실제 관련 예산이 최종 통과되는 날 주민 2명이 은평구의회를 방청할 수 있었는데 이 주민들을 둘러싸고 공무원들이 위협하듯 감시했다. 정말 황당했다. 

지금은 의회 생방송도 안 되고 회의록도 바로 올라오지 않는다. 회의록은 회기의 마지막 날로부터 30일 이후 공개가 규칙이다. 은평구의회는 회기가 끝난 후 바로 볼 수 있게 임시회의록을 올리는데 일반 시민들은 볼 수 없고 공무원만 볼 수 있게 되어있다. 이 부분도 문제제기를 계속 했더니 9월부터는 임시회의록을 공개하겠다고 한다. 

아침에 출근하면 공공기관에 평균 30건 정도의 정보공개를 청구한다. 그 중 비공개 처리가 되면 이의신청을 한다. 그러면 정보공개심의의원회에서 이를 두고 회의를 하는데 은평구청에서 심의위원회도 거치지 않고 비공개 처리를 한 비율이 75%나 됐다. 이건 심각한 권한남용이다. 이번에 정보공개 관련 기사를 쓸 때, 관련 시민단체에서 팩트체크를 해주고 논평도 나와서 기사에 힘이 실렸다. 실제로 이 때 정말 많은 힘을 얻었다. 

최근 ‘은평구행정정보공개조례 시행규칙’이 개정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이 조례 개정에 따라 시민들이 쉽게 알 수 없는 정보들이 추가로 공개된다. 그리고 은평구청에서 굉장히 많은 연구용역 사업을 하는데 그 정보들도 공개된다. 구청장의 공약사업 위주로 연구 용역을 하고 그 결과를 갖고 근거를 만들고 사업을 추진하는데 이런 자료들을 그간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은평구의회 공무국외여행 심의규칙 강화’도 할 얘기가 많다. 우리 신문에서 공무국외여행 심의를 강화해서 투명하게 운영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했다, 결국 규칙이 개정돼 심의위원회를 공개모집하고 민간인 비율도 늘렸다. 지난 2017년도에 은평구의회에서 공무국외여행을 가는데 몇 시 출발인지 등등이 전혀 공개가 안 됐다. 아침 7시에 구청 앞에서 기다리다 10시쯤 출발하는 모습을 찍었다. 공무원들은 내가 사진 찍는 걸 막고 의원들은 굉장히 불쾌해했다. 

'자치분권시대, 지역신문 활성화 정책의 필요성'에 관한 이야기를 은평상상콘퍼런스에서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 은평상상콘퍼런스>

다음은 은평구 체육회관련 취재이야기다. 은평구민체육센터에서 태권도교실을 운영했는데 강사들 개인계좌로 매달 승급심사비가 들어가는 걸 확인했다. 원래는 구청 세입으로 들어가야 맞는데 무려 8년 동안 개인계좌로 들어갔다. 대충 계산을 해보면 1억 원이 넘는 돈이다. 근데 생각만큼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최근에 서울시의회 체육비리조사특별위원회에서 우리 기사를 보고 이 문제를 다시 수면위로 올렸다. 다시 재조사에 들어갔다고 하고 이 기사 덕분에 재조사를 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서울시의원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넷이나 종이신문에 지역소식을 기록하는 게 신문의 힘이다. 몇 년 전의 기사도 다시 수면위로 올라올 수 있는 힘, 이게 바로 지역신문의 힘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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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시와 견제 역할 앞으로도 충실히 하길" - 신효근 은평시민신문 독자

신효근 / 은평시민신문 독자 - 주민의 입장에서 본 지역신문

2011년 7월 즈음, 사회복지학과를 다니고 있는 대학생이었다. 당시에 우리 동네를 ‘지역사회’라는 이름으로 만나고 멘토와 함께 다양한 단체와의 회의, 활동을 견학하며 조금씩 은평을 알아가고 있었는데 그러다 은평시민신문이라는 작은 사무실에 견학을 오게 됐다. 

당시 신문사 사무실에는 수북하게 쌓인 신문을 접고 있던 한 분이 있었고, 저는 실습동기 몇 명과 함께 그 신문을 접기 시작했다. 사실 우리 동네에 지역 신문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다. 조선, 중앙, 동아, 한겨레, 국민일보, 일부 스포츠일간지 정도를 신문의 전부로 알고 있었기에 지역신문이 신기했다. 

은평에서 학교를 졸업하고 동네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지역의 다양한 이야기를 알기는 어렵다. 시민을 대신해 일하고 있는 일꾼들이 제대로 일하고 있는지, 주민들의 목소리를 담아야하는 곳에는 정말 목소리가 담겨있는지 알기 어려운 정보들이 지역신문에 담겨있다. 

지역의 크고 작은 일들, 더욱 다양한 동네 이야기가 지역 신문에 담기면 좋겠다. 얼마 전 큰 불길로 인해 북한산 낮은 곳에도 불이 번진 일이 있었는데 그 순간순간 SNS 매체까지 활용하여 사고 소식을 전해준 것도 지역 언론이었다. 거기에 불길을 끄고 있던 소방관, 지역주민 다양한 활동, 모습이 담겨있어도 더욱 좋겠다는 생각이다. 

매우 민감할 수 있지만 시민사회가 제대로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는지, 물론 힘들고 어려운 환경 속에서 노력하고 있는 곳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것은 없는지, 시간이란 흐름 속에 익숙해진 것은 없는지도 사실 지역 언론을 통해 되돌아 볼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지역 언론은 이래저래 욕을 많이 먹는 곳이다. 친하다고 더 살피거나, 싫어한다고 편파적인 역할을 할 수도 없다. 누군가를 칭찬하고 응원하는 이야기도 있겠지만, 대부분 지역주민을 대신하여 이쪽저쪽과 관계없이 두루 살피며 이야기를 펼쳐나가기에 지역 언론이 쉽지만은 않을 것 같다. 

지역의 이야기에 지역주민이 보다 높은 관심과 날카로운 시선을 보낼 수 있을 거라고 본다. 앞으로 지역 언론은 보다 강해질 거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의 재정자립도가 중요하다. 광고, 스폰 등의 방식이 아니라 은평시민신문이 택하고 있는 협동조합 방식이 더욱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느 쪽으로 치우치지 않기 위해 자치실현을 위해 언론이 가져야하는 방식이 우리 동네 주민들의 관심이 아닐까 싶다.

우리 동네 주민들의 힘이 모여 감시와 견제 그리고 다양한 소식을 함께 전할 수 있을 때, 보다 힘 있고 건강하며 의미 있는 지역 언론으로 자리해주실 것이라 생각하며 잘 버텨주시길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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