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굳이 일을 하려고 하나요?" 공무원 핀잔 듣기도

취업보다 수급비 지급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 

여기 한 청년이 있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세상일에 관심 갖고 참여하길 좋아한다. 보통의 청년들처럼 친구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는 일을 좋아한다. 지금은 힘들지만 완전한 독립을 꿈꾸고 있다. 본인의 의지대로 움직이고 활동할 수 있는 독립, 권리와 의무를 다하는 한 시민으로서의 독립을 꿈꾼다. 그가 독립을 하기 위해서는 안정된 주거도 필요하고 일자리도 필요하다. 

이 청년은 중증장애인이다. 장애정도가 심하지만 본인의 이야기를 솔직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나라에서는 매월 20일이면 이 청년에게 80만 원 정도의 생계급여를 지급한다. 서울형장애인연금, 생계급여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생계급여는 수급자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상생활에 기본적으로 필요한 의복비, 음식물비 및 연료비 등이 포함된 금액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라 지급된다. 

청년은 이 돈으로 식비, 의료비, 주거비 등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지출한다. 매달 최소 6만 원 이상의 의료비, 경우에 따라 10~30만원 사이의 주거비, 그리고 식비, 의복비 등을 쓰기에도 빠듯한 금액이다. 게다가 휠체어라도 고장 나면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긴다. 자립을 꿈꾸는 청년에게 월80만원은 턱없이 부족한 금액인 셈이다. 

나라에서 지급하는 생계급여로는 결코 자립할 수 없다고 생각한 청년은 비록 힘들지만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겨우 재택근무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중증장애인인 청년이 일주일에 이틀씩 꼬박 다섯 시간씩 앉아서 일을 했다. 이렇게 해서 청년이 추가로 지급받은 돈은 대략 20여만 원이었다. 이미 생계급여를 받고 있는 상황이어서 추가수입이 있어도 그 중 30%만 인정을 받는다. 

청년에게는 청천벼락 같은 소식이 뒤늦게 전해졌다. 이미 지급된 수급비를 다시 내놓으라는 수급비 징수 독촉장이 날아들었다. 수급비 외에 발생한 소득은 구청에서 최소 3개월 이후에나 확인이 되기 때문이다. 생계급여를 초과한 급여를 받는 일자리에 취업한 경우 수급자격도 탈락된다. 누구도 그에게 이런 상황이 벌어질 거라고 사전에 자세히 이야기를 해주지 않았다. 

매월 일정한 금액으로 살아가는 수급자에게 많은 금액의 환수조치는 기초생활조차 영위할 수 없는 상황으로 몰아갈 수 있다.

청년이 은평구청을 방문했을 때 공무원이 말했다. “장애가 있어서 기초수급 대상자인데 굳이 일을 하지 않아도 국가에서 보호해주고 우리가 알아서 다 해주는 뭐하려고 일을 하냐?”는 핀잔을 들었다. 

청년은 “서울시가 중증장애인에게도 장애유형별로 적당한 일자리를 제공한다고 발표했고 공무원을 대상으로 장애이해교육도 한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자립하겠다고 일을 하겠다고 나서는 장애인에게 적절한 지원은커녕 일 자체를 하지 말라고 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2019년 1/4분기 장애인 구인·구직 및 취업 동향’에 따르면 취업자의 절반은 월 평균 급여가 100만 원 정도라고 한다. 

결국 일을 해서 받는 임금과 수급비의 차이가 거의 없는 셈이다. 사회구성원으로서 당당히 함께 살면서 일을 하려면 그동안 지원받던 생계비, 의료비, 보험료 혜택 등의 지원이 모두 중단된다. 100만원으로 모든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이 때문에 많은 장애인들이 취업보다 수급비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권성철 사회복지사는 “장애인들이 자립을 하고 수급자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지만 성공하는 경우를 찾아보기 힘든 수준이다. 장애인 자립을 도울 수 있는 제도가 추가로 마련되어야 하고 장애인들에게 충분한 정보를 주는 일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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