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은평구의회는 <은평구의회 의원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 심사위원을 공개모집했습니다. 그동안 많은 지방의원들의 공무국외여행이 외유성으로 전락하고, 결과물도 표절하는 등 시민에게 신뢰나 필요를 주지 못했었는데요. 은평구의회가 심사위원을 공개모집하고, 위원을 추첨제로 선출하는 것은 신뢰성과 투명성 면에서 다른 지방의회에 비해 선도적인 조치이기도 합니다. 

은평시민신문 : 2019.05.13. 국외출장규칙 개정…심사위 민간위원 구성 강화

링크 : http://www.e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6436

이제껏 폐쇄적이고 불투명하게 결정되고 집행되어왔던 지방의회 공무국외출장의 내용이 궁금했던 저는 기회는 이때다 싶어 응모(?)를 했는데요. 운 좋게도 추첨이 되어 앞으로 2년 동안 <은평구의회 의원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할 예정입니다. 함께 추첨된 김용관, 김원중, 박은미, 이춘태, 윤현식 위원도 은평구의원의 공무국외여행을 꼼꼼하게 심사하게 되었습니다. 

9월 3일에 심사위원회 첫 회의를 했고, 9월 9일에는 은평구의회 홈페이지에 회의록이 공개됐습니다. 일주일 만에 회의록을 공개하다니! 

하지만 공개된 회의록에서는 ‘사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은평구의회가 공개한 회의록에는 누가 위원인지, 회의에는 누가 참석했고 누가 불참했는지, 발언을 한 위원이 누구인지 전혀 나와 있지 않습니다. 발언내용이 기록되어 있기는 하지만 위원 명단이 땡땡땡 등으로 표시되어 있을 뿐입니다. 

 

은평구의회 의원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 회의록 일부

<서울특별시 각종 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조례>에는 회의록에 기본적으로 “회의의 명칭, 개최기관, 일시 및 장소, 참석자 및 배석자 명단, 진행순서, 상정안건, 발언내용, 결정사항 및 표결내용, 그밖에 시장 또는 위원회가 정하는 사항”을 기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서도  회의록 작성을 하도록 의무화한 회의에 대해서는 “회의의 명칭, 개최기관, 일시 및 장소, 참석자 및 배석자 명단, 진행 순서, 상정 안건, 발언 요지, 결정 사항 및 표결 내용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기록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서울특별시 각종 위원회 설치 운영에 관한 조례 일부

회의에 대한 신뢰성과 투명성은 회의의 권한을 부여받은 사람, 즉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의 전문성과 자질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또한 회의에서 어떤 말들이 오갔는지, 그 말을 한 사람은 누구였는지를 통해서 볼 수 있고요. 

과거 은평구의회 공무국외 심사위원회는 친분과 이해관계에 엮인 사람들이 의원들의 해외연수 심사를 요식행위로 전락시켜 비판을 받은 사례가 있기도 합니다. 

은평시민신문 : 2015. 10,30. 해외시찰 사전 심사가 부실할 수밖에 없는 이유 - 부실심사 책임져야할 위원 또 위촉, 구의원과 친분 있거나 이해관계자로 위원회 구성

링크 : http://www.e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2843

그런 면에서 공모 추첨제로 하는 은평구의회 의원 공무국외출장 심사위원회의 운영은 방식 면에서는 환영할만하나, 여전히 아쉽습니다. 

회의 자체를 공개해서 (시민들이 회의를 방청할 수도 있고, 회의를 온라인으로 생중계 할 수도 있겠죠.) 심사과정의 투명성을 높이거나 그게 어렵다면 회의록이라도 꼼꼼히 작성하고 공개해 누가 어떤 발언을 했는지 공개해야 합니다. 

신뢰가 땅에 떨어진 구의원들의 해외시찰이 시민들에게 인정받으려면 이 정도의 개선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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