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30일. 

은평시민신문은 2009년 12월 29일 첫 번째 종이신문을 발행한 이후 2019년 8월 28일 200호를 발행할 때까지 꼬박 3530일 걸렸습니다. 매월 두 번씩 신문을 내겠다고 계획을 세웠으니 지금쯤 250번 정도의 신문이 발행되었어야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이제야 200번째 신문을 만나게 됩니다. 

‘중앙의 정치와 권력이 아무리 바뀌어도 우리 삶은 크게 변하지 않더라, 우리 삶을 바꿔내는 건 우리 지역의 변화가 있어야 가능하지 않겠나!’ 하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은평시민신문이 출발했습니다. 처음엔 인터넷 신문으로만 운영하다 2009년이 되어서야 종이신문을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은평시민신문이 초창기에 취재를 담당했던 선배 기자들은 ‘은평시민신문이 뭐야, 이런 신문도 있었냐’며 무시당하기 일쑤였다고 합니다. 은평에서 취재다운 취재를 하는 기자, 신문다운 신문을 만들어 내는 언론사로 자리 잡고 성장하기 위해서 얼마나 애쓰고 노력했을지 가늠하기도 어렵습니다. 선배 언론인들이 고단했던 하루하루를 버텨냈던 그 용기와 애씀에 다시 한 번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200번의 종이신문을 만드는 동안 은평시민신문도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주식회사에서 협동조합으로 조직을 전환한 일입니다. 협동조합의 길을 가야겠다고 생각한 가장 주요한 이유는 은평시민신문은, 지역신문은 몇 사람의 희생으로 만들어져서는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은평시민들의 신문, 우리들의 신문으로 굳건하게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6년 째 협동조합의 길을 걷고 있지만 아직 채워진 것보다 부족한 부분이 더 많습니다. 조합은 더 무거운 책임감으로 튼튼한 기반위에 좋은 신문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더 많은 시민들이 조합원으로 또 구독자로 함께 걸을 수 있어야 진짜 ‘오래가는 건강한 지역신문’을 만들 수 있습니다. 

건강한 지역신문은 어떤 것을 의미할까요?

오랜 시간 은평시민신문과 함께 하면서 깨달은 제일 중요한 사실은 ‘세상에 공짜는 없더라’입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러하듯 지역신문도 마찬가지입니다. 건강한 지역신문이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질 리 없습니다. 누군가는 중앙언론만큼 지역언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건강한 지역신문을 만들기 위해 뛰어다녀야 합니다. 한 사람이 아니라 여러 사람,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할 때 건강한 지역신문은 가능합니다. 

많은 신문사들이 보도자료에 의지해 신문을 만듭니다. 보도자료는 그야말로 자료에 불과한 것인데 그 자료가 갖고 있는 의미나 맥락은 들여다보지 않습니다. 특히 포털과 제휴를 맺고 있는 인터넷언론사들이 별 상관없는 보도자료 기사를 쏟아내는 일이 많습니다. 결과적으로 언론과 여론을 왜곡하는 일이 됩니다. 건강한 지역신문은 보도자료로 나오지 않는 우리 곁의 수많은 일들의 숨어있는 맥락을 짚어내고 현재시점에서 재해석해야 합니다. 

현실은 지역언론이 역할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지역언론이 갖고 있는 중요한 역할에도 불구하고 이를 지원할 근거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지역언론이 무엇인지, 지역에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이를 위해서는 어떤 제도가 마련되어야 하는지 등등이 아직 논의되고 있지 않다는 의미입니다. 은평구만 이런 것은 아닙니다. 몇 몇 자치구들 빼고는 이런 고민을 시작한 곳이 별로 없습니다. 

저는 그 고민이 은평에서 먼저 시작되기를 바랍니다. 건강한 지역신문을 만들어보겠다는 은평시민신문협동조합이 있고 건강한 시민사회를 꿈꾸는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하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운’ 건강한 지역신문이 500호, 1000호를 만들면서 따뜻한 은평사람들의 이야기가 더 많이 담기길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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