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접근 막는 벽 낮춰 시민에 행정권력 이양해야

정보 접근 막는 벽 낮춰 시민에 행정권력 이양해야
주민이 정말로 주인일 수 있다

은평시민신문 기자들의 하루 일과는 은평구청에서 생산된 문서를 확인하는 일로 시작된다. 지역 행정을 감시하는 가장 빠르고 정확한 절차로 어떤 문서들이 생산되고 있는지 확인하는 취재 작업이다. 은평구청은 예산이 사용되는 각종 사업에서 사업 실시 계획, 집행 과정과 결과 등의 공문을 만드는데 신문사에서는 각종 사업을 검토하고 자료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정보공개청구를 한다.

은평구청은 하루 평균 1천여 개의 공문을 만드는데 이중 신문사에서는 약 30여개의 정보공개를 청구한다. 청구된 정보공개 요청은 대부분 영업일 기준 10일 이내에 공개하도록 되어있는데 공개 시점은 평균 7~8일 정도다. 언론사 입장에서 공문을 받는 시점은 이미 뉴스로서 가치가 떨어진 경우가 많은데 게다가 만약 비공개나 부분공개 처리가 되는 경우에는 이의신청 과정을 통해 최대 약 한 달의 시간을 기다릴 때도 있다.

어렵게 구청으로부터 받은 모든 공문이 기사화되는 것은 아니다. 이슈가 되고 쟁점인 부분이 있을 때 기사에 쓰이는 참고자료가 된다. 그렇다고 취재에 쓰이지 않는 공문이 버려지는 것은 아니다. 체계에 따라 분류되고 축적되어 필요할 때 꺼내볼 수 있도록 저장된다. 구청의 행정 행위는 모두 취재대상이 될 수 있지만 물리적인 시간을 고려해 중요성이 높을 것으로 보이는 공문들에 대해 정보공개를 요청한다.

모든 정보공개가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만은 아니다. 은평시민신문은 정보를 얻기 위해 구청 공무원과 갈등을 빚기도 하고, 행정이 정보 비공개  판단을 내릴 때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가령 정보공개법 9조 1항 5호에 따라 의사결정·내부검토 과정에 따라 행정 정보가 비공개되는 과정이나 7호에 따라 법인 등의 정당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을 때 정보가 비공개되는 경우다.

특히 은평구청은 5호에 따라 비공개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의사결정과 내부검토 과정에 의해 비공개되는 사항은 공무원이 가장 쉽고 간편하게 행정 정보를 비공개 결정하는 경우다. 행정에선 공문을 생산한 부서가 내부 검토과정이라 결정하게 되면 언론사 입장에서 이를 뒤집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중요한 게 ‘정보공개심의제도’다.

정보공개심의제도란 행정이 정보공개 결정 가부가 결정하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구제제도다. 공무원과 민간위원들로 구성된 정보공개심의위원회는 특별한 이유없이 행정 공무원의 의해 정보가 비공개되는 것을 막고, 시민들의 정보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정보공개심의제도가 만사형통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비공개된 행정정보를 공개시킬 수 있는 가장 간편한 수단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난 2년 반 동안 은평구청이 이 정보공개심의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점이다. 은평시민신문이 꾸준히 정보공개제도를 이용해 정보를 취득하고자 해도 중요한 공문의 경우 정보공개심의위원회 회부되지도 않고 기각되는 건이 많아 취재의 어려움을 겪을 때가 있다.

일반 시민들은 언론사가 정보 접근의 벽을 느끼는 것보다 더 높은 벽에 부딪치게 된다. 단적인 예로 지난 2월에 실시한 인공암벽장 주민감사청구 결과다. 당시 주민감사 결과에는 인공암벽장 추진과 관련해서는 감사에 적발될 특이할만한 점은 없었지만, 은평구청이 정보에 접근하려던 시민들에게 정보공개법에 따라 행정정보를 공개하지 않아 갈등의 정도가 커졌다는 점을 지적받았다.

비슷한 사례로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와 관련한 시민들의 정보 접근권이다. 은평구 광역자원순환센터는 구청이 추진하는 대규모 사업 중 하나지만 동시에 주민들의 반발이 가장 큰 사안이기도 하다. 이에 대해 사업 반대 주민들은 행정정보 접근을 위해 정보공개청구를 하지만 내부검토과정이라는 이유로 비공개 되는 사례가 일어난 일이 있었다. 앞의 사례처럼 행정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막고 이를 통해 행정은 갈등을 더 키운 셈이다. 

이처럼 행정이 정보를 독점하고 제공하지 않는 행위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시민들의 반발을 일으킨다. “정보를 가진 자가 권력자”라는 말이 있듯 정보력이 부족한 시민들에게 행정은 높은 벽으로 보일 수밖에 없다. ‘주민이 주인인 은평’을 만들기 위해 은평구청이 필요한 것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행정에 다가갈 수 있는 정보공개 환경을 만들어 행정 권력을 주민에 이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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