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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막 뒤편에 남겨진 것들
  • 신효근 민관협치 위원
  • 승인 2019.08.18 2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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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 곳곳에 내걸린 불법현수막들

도시 내 사람들이 주로 다니는 곳들, 그 중심엔 틀림없이 마주하는 것이 있다. 정보를 전달하는 출력매체인 현수막이다. 이 천 위에 잉크로 출력한 현수막은 소상공인에게는 경쟁력, 지역의 다양한 단체들에게는 의미 전달력, 정치인들에게는 시민들에게 자신을 알리는 정치력으로 연결되는 중요한 수단이다. 

자신들의 정보를 보다 많은 이들에게 알리기 위한 현수막, 시민들의 활동반경이 정해져있는 도시라는 환경 속에서 좋은 위치란 당연히 제한적이다. 모두가 제한된 이 장소들을 원하고 있다보니 특정 장소들은 ‘현수막 공해’라고 불릴 만큼 많은 현수막들이 집중되어 있다. 이러한 '현수막 공해'는 특히 환경문제, 기회문제 그리고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첫째, 환경문제인 현수막 소재, 현수막 사용방식, 현수막 뒤처리에 대한 문제이다. 현수막은 위에 언급한 바와 같이 현수막천(그래픽천)에 잉크로 출력한다. 야외에 노출된 이 현수막은 잘 관리된 경우 6개월 정도 그 수명을 유지한다. 물론 지정 게시대 기준 교체 시기는 대체로 1개월을 배정받기에 기전에 폐기된다. 자연에 무해하다고 말하기 어렵고, 땅에 묻힌 현수막의 경우 잘 썩지도 않는다. 

이러한 현수막 환경오염에 대한 문제 인식으로 폐현수막 재활용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나오고 있어 반갑기도 하지만, 여전히 문제는 남아있다. 현수막 교체시기가 상당히 빠른 편이라 폐현수막 생산이 현재 재활용 속도보다 빠르다는 점과 폐현수막 재활용으로 대표되는 천가방 생산에도 한계는 존재한다는 점이다. 현재 그 활용 영역이 늘어나고 있으나 소비보다 생산되는(버려지는) 현수막 수가 더 많다는 점과 기존 현수막을 환경적으로 재활용하는 과정 비용이 현수막 생산비용보다 높아 여전히 숙제가 남아있다.

둘째, 기회의 문제이다. 2010년 전후로 무분별한 현수막에 대한 단속이 늘어나며, 각 지자체별로 지정게시대를 설치하여 현수막 공해를 줄이는 시도가 시작되었다. 지정게시대의 방식은 대표적으로 기둥을 설치하고 번호를 부여하여 활용·관리하는 방식인데, 가로변에 1~2개의 게시대가 나란히 있는 방식이 은평구에서는 진행되고 있다. 

이러한 방식이 도입되고 나서 불법현수막은 일부 감소한 효과가 있으나, 여기에도 아쉬움은 있다. 원하는 정보를 전달하는 홍보의 특성상 시기와 위치가 중요한데, 지정게시대 번호를 부여받기 위해 기다리는 절차와 시간적인 부분과 시민의 제한된 활동반경으로 인해 효과성이 높은 게시대 위치는 정해져있는 부분이다. 지정게시대로 인해 낮게 위치하여 시야를 빼앗지도 않고, 적당한 배열로 현수막이 눈에 피로를 주지 않으나, 위치가 더욱 제한적이고, 눈에 피로를 주지 않는 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눈에 잘 보이지 않는 이유로 작용한다. 

그리고 넓게 많은 영역을 활용하다보니 절대적인 게시대 수가 적어 현수막 게시를 원하는 이들에게는 기회 자체가 부족한 문제로 이어진다. 이렇다보니 홍보효과를 높이기 위해 지정게시대보다 높이, 사람들이 잘 보이는 곳에 불법으로 게시하는 선택에 영향을 주기도 한다.   

춘천시니어클럽 작업장 마당에 부려진 폐현수막들이 산처럼 쌓여 있다 <사진출처 : 오마이뉴스>

마지막으로 형평성의 문제이다. 특별히 언급하는 영역은 정치·정당, 지자체, 경찰 등이 이에 해당되는데, 소상공인, 시민단체, 개인 등에 비해 가지고 있는 권력이 높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알다시피 법에 대한 지식이 높은 영역, 또 공무에 대한 권한이 높은 영역은 자연스럽게 힘으로 이어지며, 이는 차별 아닌 차별을 유발하여 형평성에 문제를 야기한다. 

지난 ‘6.13 지방선거’의 경우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발표한 지방선거 현수막은 모두 13만 8,192장이었다. 얼굴을 알리는 실물 매체이며, 거리 이동 중에 만나는 매체이기에 익숙해지는 홍보로, 현수막 효과가 강력하다. 시민의 대변자, 헌신자에겐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일 수 있지만, 이는 선거 중에 가능한 일이다. 

허가되지 않은 정치현수막은 불법현수막이다. 시민들에 모범을 보이고 앞장서야할 영역에서 시민들이 부여한 시민의 힘을 권력으로 역이용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보아야한다. 이러한 시민이 부여한 힘은 공공성이 있는 영역 역시 동일하다. 지자체가 진행하는 지역 홍보는 가능하고, 시민단체가 진행하는 홍보는 불가능한 것인가? 경찰이 이야기하는 홍보는 당연히 가능한 것인가? 이 역시 함께 고민해가며 풀어야하는 숙제이다.

지역사회에 정보를 알리는 홍보수단으로서 큰 역할을 수행하는 현수막, 우리사회에 현수막은 각 정보에 따라 다르지만 필요한 매체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현재 현수막이 안고 있는 환경문제, 한정된 기회의 문제, 형평성의 문제를 방치할 수도 없다. 현수막 소재, 현수막 게시대의 형태를 바꿔보는 것은 어떠할까? 또 지금 현수막 관련 법안을 수정하여 모두가 함께 지켜나갈 수 있는 약속으로 바꾸어가는 것은 어떠할까?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어감에 있어서 사람과 환경을 생각하고, 다양한 구성원들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약속들이 필요한 시기이다. 

신효근 민관협치 위원  what_s_up@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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