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공개제도의 이상적 선순환 (출처: 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지역사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분들이 위원으로 참여한다” “회의를 충분히 한다” “회의록을 꼼꼼하게 남기고 공유한다”...

저는 기회가 될 때마다 은평구의 정보공개심의회가 얼마나 많은 미덕을 가지고 있는지 이야기 했습니다. 그간 적지 않은 곳에서 목격되던 요식행위로 진행되는 회의, 행정기관의 입맛에 맞춘 외부위원 위촉, 폐쇄적인 회의운영 등 행정의 거수기 노릇을 하는 정보공개심의회와는 달리 은평구 정보공개심의위원회는 실제 주민의 알권리를 위해 노력한다고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그 말을 했던 것을 후회합니다. 제가 조금 경험한 단편만으로 ‘모든 것이 좋다’고 확신해버려 알권리가 침해되고 있는데도 알아채지 못한 것을 반성합니다. 

지난 달 저는 은평시민신문 기자에게 “정보공개청구 한 것 중 이의신청한 것들 대부분이 담당 부서에서 정보공개심의위원회로 회부하지 않고 바로 기각해버리는 일이 많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습니다. ‘신뢰하는 은평구정보공개심의회가 그럴 리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게다가 은평구정보공개심의위원인 제가 이런 사실을 전혀 모를 리가 없다고도 생각했고요. 하지만 기자의 말은 사실이었습니다. 은평구는 정보공개심의회에서 공개여부를 판단해달라고 하는 은평시민신문의 이의신청에도 불구하고 이를 무시했습니다. 

정보공개법에 따르면 ▲명백하게 같은 내용을 반복적으로 청구해서 심의회를 개최하더라도 결과가 동일할 것이 명백히 예상되는 경우 ▲법에서 정한 기간이 지난 뒤의 이의신청 ▲청구인이 요구한 대로 공개 결정을 할 경우, 이 세 가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이의신청이 들어온 때에는 반드시 정보공개심의회를 개최해 공개여부를 판단해야 합니다. 

저는 은평구의 정보공개심의회 운영이 어떤 식으로 이뤄지는 지 확인하기 위해 은평구에 해당 내용을 정보공개청구 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2017년 1월 1일부터 2019년 6월 30일까지 2년 6개월 동안 은평구에 접수된 이의신청 건수는 총 119건입니다. 이 중 반드시 정보공개심의회를 개최해야 했던 건은 80건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서에서 자의적으로 심의회도 열지 않은 채 비공개 해버린 건은 무려 60건에 달합니다.

정보공개심의회는 공공기관이 자의적으로 정보를 비공개해 시민의 알권리가 침해되는 것을 막기 위해 법으로 정한 기구입니다. 그래서 공공기관의 정보비공개를 납득하지 못한 시민들이 이의를 제기했을 때 정보공개여부를 재검토하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은평구는 시민의 이의신청 건은 반드시 심의해야 한다는 법의 원칙을 무시한 채, 극히 일부만 심의회를 거쳐 공개여부를 판단했습니다. 이는 명백한 시민의 알권리 침해이고, 부서의 권한 오남용입니다. 

은평구가 일부러 심의회를 열지 않은 것인지, 몰라서 열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든 지금까지 해온 위법행위가 인정될 수는 없습니다. 그 결과가 ‘알권리’라는 시민의 인권을 침해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의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정보를 원천적으로 차단한 반민주적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은평구정개혁시민모임(준)은 은평구가 해 온 반복적인 정보비공개 행태에 대해 주민감사청구를 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께서도 꼭 주민감사청구에 동참해 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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