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해고자 김용희씨가 삼성이라는 거대한 기업에 맞서 목숨을 담보로 50일 넘게 싸우고 있다 <사진 : 장우원>

노조를 설립하려는 했다는 이유 하나 만으로 해직은 물론 삶이 송두리째 뿌리 뽑힌 노동자, 김용희씨입니다. 삼성이라는 거대한 기업에 맞서 목숨을 담보로 50일도 넘게 싸우고 있습니다. 

눕는 것은 고사하고 편히 앉아 있기도 불편한 공간. 헌법에 보장된 노동자의 권리를 깡그리 무시하는 삼성은 무노조 경영을 내세우며 최근에는 외국에서도 노동조합 탄압으로 원성을 샀습니다. 이에 한국작가회의에서는 그의 싸움에 연대하는 문화제를 매일 진행하였습니다. 이 사건이 언론에도 보도가 되고, 시민단체가 삼성이 협상테이블로 나오도록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지금은 향린교회에서 매일 저녁예배를 통해 김용희씨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식염과 식수마저 거부했던 김용희씨는 이런 연대에 힘을 얻어 음용식을 시작하였습니다. 목숨을 버리는 대신, 길게 가더라도 이기는 싸움을 하자는 것입니다. 이에 상응하여 8월 둘째 주부터는 매주 수요일 저녁 7시에 길거리 강연회로 연대를 이어갑니다. 

아래 시는 한국작가회의 연대문화제에서 낭송한 시입니다. 노동자라는 말조차 불온시 되어 ‘근로자’로 불렀던, 누구나 노동자인 이 시대에 김용희씨의 싸움에 힘을 실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을 담았습니다. 무노조 경영이라는 미개한 방식을 무너뜨리고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세상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습니다. 화려한 강남역 사거리, 현란한 광고전광판에 묻혀 잘 보이지도 않는 노동자 한 사람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억눌린 분노가 폭발하기 전 이 사회가 잘 조율했으면 좋겠습니다.

 

총을 주세요

  -철탑 농성 중인 김용희 노동자를 빌어

 

총을 주세요

비싸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총알 잘 장전된

총을 주세요

 

총을 좀 주세요

멋있지 않아도 상관없습니다

완벽하게 발사되는

총을 좀 주세요

 

그리고 과녁에는

무노조를 끼워주세요

노조파괴도 끼워주세요

가정파괴도 끼워주세요

 

1990년 야밤

내게 각목을 휘둘러 중환자를 만든

다섯 청년과

노조포기 각서를 요구하며 나를 납치한 하 과장

마침내 성추행범으로 몰아 부당 해고한 회사

내 아내 성폭행범 황순경

이 사건에 연루된 

삼성시계 전 과장과 그의 아내 임모씨도 끼우고

 

1991년 해고 이후

집까지 찾아 와 회유한 회사

결국 유언장만 남기고 행방불명인 아버지

이처럼 악랄하게 집안을 박살낸 

회사는 다시 끼우고

 

1994년 대법원 판결 직전

원직 복직 약속을 어기고

러시아로 발령 내 감금과 폭행 후

한국 땅을 밟지 못하도록

5년짜리 싱가폴로 재발령 낸 회사

이를 거부하자 해고한

회사는 다시 또 끼우고

 

1995년 3년 뒤 복직을 약속했으나

삼성시계라는 회사가 없어졌다는 이유로

복직 약속을 말아먹고

나를 두 번이나 고소한 회사

과녁에 정확히

다시, 또, 다시 끼우고

 

방아쇠를 당길게요

총알이 지나 간 자리

뻥 뚫려 아름다운 공간

 

비로소 당신과 내가 마주한 통로

 

내가 왜 총을 원하는지

내가 왜 방아쇠를 당기고 싶어하는지

그 통로가 보여 줄 것입니다

 

그러니 총을 좀 주세요

총알 잘 장전된

총을, 제게, 제발 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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