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출처: 아수나로 묵은지>

“선생님은 반바지 NO! 학생은 짧은 치마 NO!”

인천의 A중학교는 지난달 26, 27일 하교 시간에 2, 3학년 여학생들을 대강당으로 집합시킨 뒤 1시간가량 30cm 자로 학생들의 치마 길이를 쟀다. 학부모들은 “과도한 규제로 학생 자율권을 침해했다”며 반발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국민신문고에 민원을 제기하기도 했다. 치마 길이 점검은 이전보다 강화된 복장규정을 안내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는 게 학교 측 설명이었다. 중학교 2.3학년인 학생들뿐 아니라 그들의 부모들도 지나친 규제로 느껴지는 일이 학교에서 벌어진 것이다.

복장 때문에 볼멘소리를 했던 건 학생이나 학부모만이 아니다. 지난달 말 교육부는 교사들의 청바지와 반바지 착용금지 등의 내용을 담은 공무원 복장관련지침을 공문으로 전달해 논란이 된 적 있다. 얼핏 보면 장발 단속을 하고 미니스커트 길이를 재던 1970년대로 타임머신을 탄 듯 하지만 말 그대로 최근의 상황이다.

‘여름교복이 반바지라면 깔끔하고 시원해 괜찮을 텐데 
사람들 눈 의식하지 말아요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어요“

DJ DOC-DOC와 춤을(1997)  

여름교복이 반바지여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노래 가사가 나온 것은 지금으로부터 22년 전이다. 그때 태어난 사람들은 대부분 교복을 벗을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이미 오래전인 2006년 4월 여름 교복이 반바지인 학교도 등장했다. 학생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비효율적인 교복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학교가 그것을 받아들여 반바지 교복을 적용한 것이 10년도 더 전의 일이다. 그러나 여전히 일부학교에서는 70년대 마냥 치마길이를 재고, 교육부에서는 선생님들의 반바지 착용을 금지한다는 공문을 보낸다.

“시선 따라 변하는 인권, 학교는 어느 편에 서야하는가?”

인권이란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가에 대한 이야기다. 소재가 무엇이든 인권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이야기할 수 있다. 2019년 7월 인권이야기의 소재는 옷이다. 내가 입고 싶은 교복을 결정하는 것. 근무할 때 입는 옷을 결정하는 것. 이 모든 것이 내 권리의 표현이다.

학생다운 복장을 규정하려고 치마길이를 재는 학교와 선생님다운 모습을 요구하며 특정 복장을 제외시키는 교육부. 규제의 대상은 다르지만 규제 이유는 같다. 학생답고 선생다워야 한다는, 사회가 정한 이미지를 구성원에게 강요했고, 강요를 받은 대상은 불쾌했다.

내가 입을 옷을 결정하는데 본인의 의사를 표시할 수 없는 곳이 학교다. 입고 싶은 옷과 입히고 싶은 옷이 충돌한다. 규정에 따라 복장은 내가 입을 수 있는 옷, 입을 수 없는 옷, 입어야 하는 옷이 된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바라보는가에 따라 나와 내 옷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비록 내 본질이 변하는 것이 아님에도.

학교는 대부분의 학생이 사회로 나가기 전 거쳐 가는 곳이다. 학교가 권리를 보장하는 곳이 되느냐 권리를 막는 곳이 되느냐의 문제는 학생들의 가치관을 형성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것이 어떤 옷을 입어야하는가 또는 입지 말아야 하는 가에 대한 이야기라고 해도 말이다.

2019년 여름, 학교가 구성원의 권리를 어떻게 바라보는가? 구성원 중 가장 힘 있는 자의 시선으로 보는 인권과 힘없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는 인권이 다르다면 학교는 어느 편에 서야 하는 가? 이 물음의 답이 인권의 척도다. 이 질문에 대한 고민이 인권이 존중받는 학교가 되는 첫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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