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만드는 어른들…"아이들에겐 놀이가 밥"

뛰고, 뒹굴고, 엎어지고, 소리지르고. 그야말로 자유로운 모습이다. 물풍선을 친구에게 던지기도 하고, 물을 뒤집어써도 행복하다. 아이들이라면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놀 권리지만 도시 속에서 살아가는 아이들에겐 쉽지 않다. 도시는 점점 삭막해지고 위험해지기 때문인데 그러다보니 점점 아이들은 놀 공간을 잃어가고,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하루 일정에 따라 학교·학원·집을 빙빙 돈다.

골목길에서 놀던 아이들의 모습이 사라진 것은 스마트폰 때문도 아니고 아이들이 더 이상 밖에서 뛰어 노는 것을 더 이상 즐기지 않아서도 아니다. 자유롭게 놀 수 있는 필수 조건인 ‘안전한 공간’과 ‘충분한 시간’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나 도시에는 점점 아이들이 놀만한 안전한 공간이 부족해져 가는데 이를 위해 지역의 어른들이 한 달에 한 번 마음껏 놀 수 있는 ‘놀이[터]’를 만들어주고 있다. ‘놀이[터]’에서 ‘[터]’를 강조한 것은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자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지난 4월부터 매달 열리는 이 ‘놀이[터]’의 준비물은 놀 수 있는 시간만 있으면 된다. 녹번동에 사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놀이[터]’를 기획했지만, 초등학생이면 누구든 와서 어울려 놀면 된다. 열려있는 공간이기 때문에 길을 지나다 우연히 참여하고 싶어 한다면 어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함께 어울려 놀 권리를 누리면 된다.

‘놀이[터]’에 놀러온 아이들은 대부분 처음 만난 사이다. 어린시절 골목길에서 놀던 옛 모습을 떠올리면 매번 함께 노는 친구들은 그날 시간이 되는 아이들로 바뀌었다. 이처럼 처음만난 아이들은 어색할 시간도 없이 함께 뛰고, 줄다리기를 하고, 줄에 매달려 놀고, 흙 바닥에서 뒹굴기도 하며, 물총으로 서로에게 물을 뿌리기도 한다. 놀거리가 없으면 바닥에 있는 놀이감으로 새로운 놀이를 만들기도 한다.

아이들이 안전한 곳에서 스스로 놀 수 있게끔 ‘놀이[터]’를 기획한 은광지역아동센터 김명자 센터장은 “아이들이 노는 공간을 마련한 지역의 어른들이 함께 돌보고, 아이들은 놀이활동을 통해 성장하고 즐길 기회를 주는 차원에서 기획됐다. 어떤 장소에 가두고 아이를 돌보는 것이 아니라 자유롭게 놀 수 있도록 하여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명자 센터장은 “아이들에게 놀이는 ‘밥’과 같다. 그만큼 어린시절 노는 경험을 아이들을 성장시키는데 꼭 필요한 것이다. 앞으로 놀이 공간 문화가 확산되어 지역 곳곳에서 마을의 안전한 놀이공간이 많이 생겨났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그동안 ‘놀이[터]’는 4월부터 녹번초, 은평평화공원, 혁신파크 피아노 숲에서 열려왔다. 앞으로 9월 25일에는 은평구청 은평홀, 10월 30일에는 꿈나무 마을에서 ‘놀이[터]’ 행사가 열릴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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