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출처 : 아시아경제>

저는 조금 독특하게 진료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입니다. 매주 세 군데의 병·의원을 순회하며 진료를 하고 있지요. 월·금요일은 경기도 구리시의 느티나무협동조합에서, 화·목요일은 이 곳 살림의원에서, 수요일은 구리시 원진녹색병원에서 진료를 합니다. 세 의료기관의 공통점은 인간적인 의료, 적정진료를 추구한다는 데 있습니다.

저를 ‘정신건강의학과 순회진료 의사’라고 생각하면 쉽습니다. 순회진료 모델은 쿠바 의료에서 힌트를 얻었습니다. 주치의 제도가 잘 정착되어 있고 비용효율이 우수하면서도 사람이 중심에 있는 의료가 특징입니다. 쿠바에는 대략 인구 600명당 가족주치의 한 명과 간호사 한 명이 일하는 하나의 진료소(consultorio)가 있습니다.

비교적 많은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전문과목인 정신과, 산부인과, 소아과의 전문의들은 기본의료팀(Basic provider team)을 이루어 여러 진료소를 순회하면서 진료를 합니다. 필요에 의해 전문과목 진료가 이루어지기에 과잉진료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 제도에 영감을 받아 저는 뜻을 같이하는 병·의원과 협의하여, 최초의 대한민국형 정신과 베이직 프로바이더가 되었습니다.

문턱을 낮추고 싶었습니다. 2016년에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한 정신질환 실태조사에 의하면 대한민국 국민 4명 중 한 명은 평생 한 번 이상의 정신질환을 경험합니다(정신질환 평생유병률 25.4%). 한·두 가족 중의 한 명은 살다 보면 정신의학의 도움이 필요한 때가 온다는 말이지요.

하지만 도움이 필요한 분들 5명 중의 한 명도 채 정신과 의사를 방문하지 않습니다(정신질환서비스 평생이용률 16.6%). 진학·취업 시의 불이익, 보험가입의 어려움, 약물 의존에 대한 염려 등으로 적지 않은 분들이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를 주저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염려는 실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믿을 수 있는 주치의 선생님 옆에서 보조하며, 정신의학을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돕고자 합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의 두 축은 상담을 토대로 하는 ‘정신치료’와 적절한 약을 이용하는 ‘약물치료’입니다. 정신치료는 쉽게 생각하면 ‘솔직하게 내 마음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자체가 마음의 회복에 큰 도움이 됩니다. 원하면 약을 이용하지 않고 ‘정신치료’ 만으로 치료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와는 달리 90년대 이후에 개발된 정신과 약물은 치료 효과가 좋으면서도 부작용이 현저하게 적습니다. ‘정신치료’의 효과를 극대화 하고, 일상에서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기에 저는 약도 이용하길 권합니다.

약물치료를 설명할 때 저는 두 가지를 꼭 말씀드립니다. 하나는 ‘모든 약은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박카스도 부작용이 있습니다. 하여 자주 생기는 부작용과 몸을 힘들게 할 수 있는 부작용은 반드시 말씀 드립니다. 다행히 약을 복용하다 보면 없어지는 부작용이 대부분입니다.

두 번째는 ‘약 사용에 대해 환자분과 함께 상의하여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약 사용의 주체는 저를 찾아오시는 분들이십니다. 약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점들과 약으로 불편할 수 있는 점들을 함께 알려드리고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고자 합니다. 이는 저만의 치료 철학이 아닙니다. 21세기부터 점차로 대두되는 함께하는치료결정모델(Shared decision making model)을 기반에 둔 것입니다.

저는 ‘정신과 환자’, ‘정신질환’, ‘정신과 치료’라는 말이 불편합니다. 대신 ‘마음이 아픈 분’, ‘마음이 힘든 분’, ‘마음이 조금 불편한 분’, ‘마음의 병’, ‘정신건강의학과 이용하기’, ‘마음주치의 이용하기’와 같은 말들이 좋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신가요? 의원을 통해 만나는 분들께 평생의 마음주치의가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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