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을 만나다

여름 무더위가 시작됐다. 에어컨 없이는 숨쉬기도 어려울 지경이다. 에어컨을 틀면 당장은 시원하지만 바깥 열기는 더 뜨거워진다. 기후변화로 지구는 점점 더 뜨거워지는데 이래도 괜찮은 걸까? 사람도 살고 지구도 건강해 질수는 없을까? 

누구나 한 번쯤 해보는 고민, 그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나선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친환경 에너지를  쓸 수 있는 방안을 만들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방법으로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아래 태양과바람)을 만들었다. 직접적인 계기는 후쿠시마 원전사고였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보면서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죠. 지역에서 작은 일이라도 실천해보자는 차원에서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재생에너지를 확대 보급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승국 이사장이 전하는 태양과바람 출발 배경이다. 

태양과바람은 2013년 4월 19일 본격 출발했다. 창립총회일을 4월 19일로 정한 건, 4.19 혁명이 우리사회에 큰 울림을 주었듯이 에너지혁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이라는 이름도 창립총회에서 조합원 투표로 결정됐다. 창립총회에서 보여준 에너지혁명의지와 조합원 참여활동은 이후 6년 동안의 태양과바람 활동방향과 지침이 되었다.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총회를 마치고 기념촬영 <사진제공 :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에너지를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 공부모임을 했는데 특히 유럽 사례를 많이 참고 했어요. 우리가 진짜 발전소를 세우면 수익이 날까? 외부전문가를 모셔서 얘기도 듣고 다양한 사례도 공부했죠. 결론은 가능하다였습니다.”

김원국 사무국장은 태양과바람을 준비하던 오랜 기간의 과정을 들려줬다. 그렇게 오랫동안 꿈꾸고 준비했던 1호 발전소는 2014년에 은평공영차고지 옥상에 지어졌다. 에너지 농사가 시작된 것이다. 

발전소만 올리면 모든 일이 해결될 것 같았는데 예상치 못한 장벽을 만나게 된다. 발전사업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정부가 비용부담을 이유로 그간 적용하던 고정가격제 대신 의무할당제를 도입한 것이다. 

생산된 전기가 판매되는 방식은 고정가격제(FIT)와 의무할당제(RPS) 두 가지다. 고정가격제는 발전사업자들이 손해를 보지 않도록 원가를 따져서 일정 가격으로 구매를 보장해 주는 방식이고 의무할당제는 발전사업자들이 의무적으로 일정 비율을 재생에너지로 구매하는 방식이다. 

태양과바람이 출발하고 1,2호기 발전소를 짓는 과정이 바로 고정가격제에서 의무할당제로 바뀌는 시기였다. 2015년 봄, 우려했던 가격폭락이 현실이 됐다. 그동안 공급인증서(REC)당 21만 7천원인 가격이 7만 7천원까지 폭락했다. 한국전력 구매가격도 1KW당 140원에서 70원으로 내려갔다. 

“협동조합을 운영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수익사업이 필요해요. 그래서 발전사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발전소를 세울 부지를 찾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김원국 사무국장은 발전소 부지를 확보가 생각보다 어렵다고 전한다. 햇빛 발전은 건물 옥상이 제격인데 서울에서 옥상을 구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발전소를 세울 만큼 건물이 튼튼해야 하고 건물면적도 일정규모 이상이 되어야 하며 옥상 임대료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학교는 발전소를 지을 수 있는 최적의 부지다. 넓은 옥상이 있으면서 주변에 고층 건물이 없고 에너지 관련 교육도 바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은평에는 노후한 학교가 많아 부지안전검토를 통과하기 어렵고 신설학교는 지중화 사업으로 전선이 땅 속에 묻혀있어 개통연계비용이 많이 드는 문제점이 발견됐다. 30여 군데 학교를 방문하고 발품을 판 결과 신사동에 위치한 덕산중학교에 태양광 발전소를 올리는 일이 합의되어 추진 중이다. 

태양과바람은 에너지 관련 교육을 진행하며 ‘에너지 감수성’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콘센트에 코드를 꽂기만 하면 전기를 쓸 수 있으니 별 생각 없이 전기를 사용하거나 원전이나 화력발전을 통해서만 전기가 생산되는 줄 아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실제 태양광을 통해 전기가 생산되는 걸 보고 원전과 화력발전 이외에 대안에너지가 가능하다는 걸 아는 순간 또 다른 목소리를 내게 된다. 

“개인이 발전소를 지으려면 100KW 기준으로 2억원 정도가 들고 발전소를 지을 부지도 있어야 한다. 하지만 태양과바람에서는 출자금만 내면 발전소의 주인이 될 수 있습니다. 발전소에 대한 정보도 얼마든지 공개하기 때문에 볼 수 있고 직접 운영하면서 원자력이나 화력 뿐 아니라 재생에너지로도 전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김원국 사무국장은 태양과바람의 주인의 되는 일이 곧 미래세대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한다. 

현재 태양과바람에서는 320KW 정도의 전기가 생산된다. 이는 4인 가구 기준으로 250가구 정도가 1년 동안 쓸 수 있는 양이다. 이미 태양과바람이 세운 5개 발전소를 통해 250가구에 전기를 공급하고 있는 셈이다. 현재 발전소는 은평공영차고지에 1,2호기, 난지재생센터에 3호기, 서울혁신파크에 4호기, 서대문도서관 옥상에 5호기가 세워졌다. 

“태양과바람은 신규발전소를 만들어 전기를 생산하는 일과 재생에너지가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일이 주요 사업입니다. 대부분의 협동조합이 발전소만 세우는데 그치지만 우리는 정부 정책을 제대로 마련하고 시민들의 인식변화가 중요하다고 봅니다.” 

최승국 이사장은 태양과바람이 전국에서 정책운동을 제일 많이 하는 곳으로 전국적인 모범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고 소개한다. 

조합원들과 함께 발전소를 청소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 : 태양과바람에너지협동조합>

“장기적으로는 지역에 전기를 판매하는 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집에서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된 전기가 남을 경우 원하는 이웃주민들에게 판매할 수 있어야 해요. 즉 에너지를 중개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하는 거죠.”

최 이사장은 지금은 전기를 한전에만 팔 수 있는데 시민들이 직접 에너지를 거래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유럽에서는 신재생에너지 특히 태양광이나 풍력으로 발전한 반면 우리는 원자력과 화력발전으로 전기를 사용하고 있다. 그 결과 재생에너지 규모로는 OECD 꼴찌를 기록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번 정부 들어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는 점이다. 정부는 3020 정책을 발표하며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발전비중으로 2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은 재작년 기준으로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30% 넘었어요. 재생에너지가 가능하다는 얘기죠. 원자력은 위험부담이 너무 크고 화력발전은 기후변화의 원인이 됩니다.” 

최승국 이사장은 재생에너지로 100% 전기공급을 할 수는 없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더 많은 재생에너지가 공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에너지 전환도시 은평을 꿈꾼다

태양과바람은 현재 녹번역 입구 은평구사회적경제허브센터 3층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에너지 농사를 함께 짓자, 옥상마다 발전소가 지어진다면…’ 등의 활동을 꾸준히 지역에 제안하고 있다. 

올해 태양과바람은 ‘에너지 전환도시 은평’을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전환도시위원회를 만들고 은평구청과 협의해서 은평구청 내에 민관에너지위원회도 만들고 협약도 추진하려 한다. 발전용량이 커지면서 시설투자비도 줄어들고 수익이 생기면서 조합원 배당도 시작했다. 배당금은 출자금의 3~4% 규모다. 

발전소도 추가로 3개 정도를 올릴 계획이다. 6호기는 가평 취수장, 7호기는 수서역 주차장, 8호기는 덕산중학교에 추진 중이다. 

태양과바람이 무엇보다 중점을 두는 사업은 조합원 활동이다. 포럼, 교육, 태양광발전기 청소, 각종 지역 행사에 함께 참여하고 8월에는 강원도에서 조합원 캠프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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