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환경이 변했다. 변하고 있는 중이 아니라 완전히 변했다. 이제 시민들은 집으로 배달되던 신문을 더 이상 기다리지 않는다. TV앞에 앉아 9시 저녁뉴스를 기다리지도 않는다. 대신 스마트폰이나 PC로 뉴스를 본다. 이 중에서도 PC보다는 스마트폰으로 뉴스를 보는 비율이 훨씬 높다.

뉴스 소비 양식이 종이에서 인터넷 그리고 모바일로 완전히 변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발표한 2018년 언론 수용자 의식 조사에 따르면 2011년 인터넷을 통한 뉴스 이용률이 51.5%에서 31.7%로 떨어지는 동안 모바일을 통한 뉴스 이용률은 19.5%에서 80.8%로 급상승한다. 반면 종이신문 구독률은 1996년 69.3%였던 것이 2011년에는 24.8%, 2018년에는 9.5%로 추락했다.

여기까지 이야기는 중앙일간지 기준이다. 지역주간지의 경우 유의미하게 들여다 볼 자료조차 찾기 힘들다. 중앙일간지 기준의 이야기를 지역주간지에 대입해보며 시민들이 지역신문을 어떻게 만나는지 추론한다. 모바일로 지역뉴스를 만나고 종이신문은 구독률이 크게 오르기는 힘들 것이라는. 

멀리 갈 것 없이 은평시민신문의 경우를 들여다보자. 지난 한 달 동안 인터넷 은평시민신문에 실린 기사 중 모바일을 이용한 뉴스 이용률은 59.1%, PC를 이용한 이용률은 38.7%로 나타났다. 평균 기사 클릭 수는 발행되는 종이신문의 6배 수준이다. 

하지만 시민들의 뉴스이용형태 변화에도 불구하고 은평에는 지역뉴스를 만들고 유통하는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행정에서는 지역신문에 기사가 실리는 것보다 중앙지에 한 번이라도 더 기사가 실리는 걸 선호한다. 지역 정치와 행정을 다루는 작은 지역신문은 시장논리에 밀려 고사상태에 놓여있지만 어디서부터 출구를 찾아야 할지 방향조차 잡기 어려운 상황이다. 

해답은 멀리 있지 않다. 지금이라도 지역 언론을 포함한 시민미디어 활성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변화된 시민의식,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맞는 지역미디어를 고민해야 한다. 행정이 말하고 싶은 걸 전하는 지역미디어가 아니라 시민들이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지역미디어 생태계를 구축하면 된다. 게다가 앞으로는 지방자치의 시대가 열린다. 이와 더불어 경제·사회·문화적 기능의 지역분권화가 진행된다. 지역미디어의 역할이 커져야 하고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TBS와 서울마을미디어네트워크는 재미있는 실험을 진행 중이다. 지난 3월부터 마을미디어 활동가들이 직접 전하는 서울 각 전역의 소식이 TBS를 통해 송출되기 시작했다. 중앙일간지나 TV뉴스를 통해서는 볼 수 없는 진짜 지역소식들이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미혼남녀공무원 맞선 문제점, 마을버스 공론장 소식, 길냥이를 돌보는 캣맘들의 이야기, 특수학교 설립,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까지 그동안 다뤄지지 않았던 진짜 시민들의 이야기다. 보도자료를 통해서는 절대 만날 수 없는 생생한 이야기들이다. 동네의 작은 소식들이 모여서 지역의 이슈가 되고 마을미디어가 지역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고 있다. 

이제 미디어는 소수의 소유물이 아니다. 누구나 쉽게 정보에 접근하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시대 흐름을 읽지 못하고 과거 방식으로 지역미디어를 활용하려는 생각은 이제 내려놓아야 한다. 

은평구민이 갖고 있는 풍부한 사회적 문화적 자원을 담아내고 은평구민의 삶과 밀착된 지역미디어가 새롭게 설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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