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캐나다 록키 산맥에서 스키장을 만나다

로키 산맥의 광활한 스키장.

수도권을 중심으로 새로운 스키장들이 들어서고 최근에는 스키보다 스노보드를 즐기는 사람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평창 동계 올림픽은 다양한 겨울 스포츠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끌어내기도 했다. ‘스키장’은 여전히 겨울 스포츠를 대표하는 장소이다.

나는 스키를 좋아하지 않는다. 늦게 배운 데다 장비를 갈아입고, 신는 불편함 때문이다. 인공눈이 꼭 필요한 데다 시즌이 끝나면 드러나는 민낯이 보기 싫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쭙잖게도 환경을 걱정하는 마음까지 조금 보태야 할 것 같다.

그러나 여행을 다니면서 꼭 한 번 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자연설로 뒤덮인 광활한 곳에서 스키를 타는 것이었다. 올라가면 반나절을 내려와야 한다나 어쩐다나, 막연히 알프스의 스키장을 떠올렸다. 강원도에 있던 ‘알프스’라는 이름의 스키 리조트가 문을 닫을 즈음, 나는 스위스를 다녀왔다.

산악열차와 케이블카를 타고 융프라우 전망대를 오르면서 먼발치로 스키를 타는 사람들만 부럽게 바라보았을 뿐, 스키를 타지 못했다. 패키지여행의 한계. 대신 가까운 일본의 북해도를 새로운 장소로 염두에 두었다. 알프스에 버금가진 않으나, 설국을 맛보기는 좋은 장소로 자신을 세뇌시켰다. 벌써 10여 년도 더 전에 한 생각인데 아직 북해도 근처에도 못 가봤다.

그런데 의외의 장소에서 기회가 왔다. 캐나다 록키산맥.

캘거리에 머물 때는 겨울이었다. 시내에서 버스를 타면 캘거리 동계올림픽 경기장에 금방 닿는다. 자연설이지만 내가 생각했던 광활한 스키장이 아니었으므로 그곳에서는 스키를 타지 않았다. 평균 영하 12~15도. 추위가 싫은 게 더 큰 이유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다 캘거리에서 두 시간 정도 ‘벤프’국립 공원을 여행하다 갑자기 스키장을 들렀다. ‘Sunshine Ski Resort' 캐나다에서 처음 문을 연 곳이란다. 로키산맥이 험하니 올라가면 풍광이 좋을 것이고 스키보다는 그냥 설산 구경을 할 요량이었는데 스키를 탄 것이다.

스키장은 주차장에서 30여 분 곤돌라를 타고 가야 나온다. 해발 1600미터에서 시작한다. 리프트가 연결된 가장 높은 곳은 2700미터. 주변은 3천 미터가 넘는 봉우리들이 즐비하다. 따로 슬로프가 있지 않고 그냥 지나는 곳이 길이다. 잘못 가다간 길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 사람들이 너무 많아 리프트나 제대로 탈까 싶었는데, 워낙 넓다보니 외려 사람 보는 게 반가울 정도. 영화에 나오던 절벽을 타고 내려오는 장면도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메고 다니느라 스키는 즐기지 못했다. 그러나 ‘광활한 스키장’에 대한 열망은 풀었다. 마테호른을 보기 위해 스위스를 다시 찾았지만 스키를 타는 사람들이 그닥 부럽지 않았다. 그리고 해마다 날이 더워지면 나는 록키산맥의 스키장을 생각한다. 그런다고 더위가 싹 가실까만, 마음 한 구석 흩날리는 눈보라가 날리는 기분, 그냥 그렇다는 말이다.

(벤쿠버에서 캘거리까지 비행기로 한 시간 여, 캘거리에서 벤프까지는 두 시간, 캘거리 시내 터미널에서 선샤인 리조트까지 버스가 다닌다. 스키대여와 보험, 곤돌라, 리프트 이용요금은 우리나라보다 30% 정도 싸다. 벤프 국립공원은 루이지 호수를 비롯 빙하가 녹은 호수가 많고, 겨울에는 빙하 구경도 가능하다고 한다. 사진 오른쪽 리프트 끝이 2700미터,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곳이 슬로프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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