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칼럼] '문제행동' 대신 '도전적 행동'

2015년 발달장애인 권리보장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발달장애인법’)이 제정 및 시행된 이후, 발달장애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과 제도적 환경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이러한 변화 중에서도 가장 주목할 만한 사안으로는 과거 발달장애인의 행동 특성을 ‘문제행동’, ‘과잉행동’, ‘이상행동’, 그리고 ‘부적응행동’으로 표현하던 것이, 최근에는 ‘도전적 행동’이라는 용어로 표현되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도전적 행동(challenging behavior)은 영국 공중보건 분야의 싱크탱크인 King’s Fund가 학습장애와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주제로 한 연구(Facing the Challenge: an Ordinary Life for People with Learning Difficulties and Challenging Behaviour)에서 처음으로 등장한 표현이다. 국내 학계에서 주로 통용되고 있는 도전적 행동의 의미는 ‘그 자신 혹은 타인의 신체적 안전을 심각하게 해할 가능성이 있는 강도, 빈도, 기간의 측면에서의 행동 또는 지역사회시설을 이용하는데 심각한 제약을 주거나 접근을 불가능하게 하는 행동’인 것으로 보인다.

이와는 달리, 일부 실천현장에서 통용되고 있는 도전적 행동의 의미는 ‘비장애인들에겐 특별할 것 하나 없는 일상에서의 다양한 활동들이, 발달장애인에게는 그러한 활동 하나하나가 도전해야 할 그 무엇’으로 해석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이와 같은 표현방식의 변화는―앞서 언급한 내용 중 어떠한 의미를 강조하던 간에―발달장애인의 행동 특성에 대한 관점을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에 대한 ‘도전’으로 변화시킴으로써,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폭을 확장시켰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해볼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사회적 인식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도전적 행동이란 표현에 대한 불편한 느낌은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같은 불편한 느낌의 원인은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이 지점에서 우리는 언어를 활용한 표현방식의 변화가 발달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폭을 확장시켰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언어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외부세계(external world)를 인식하고 표현하는 과정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발달장애를 규정짓는 고유한 행동 특성을 ‘문제’라는 언어로 정의할 경우, 여기에서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거나 난처한 대상, 또는 그런 일’이나 ‘귀찮은 일이나 말썽’ 등의 사전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문제 행동’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회적 규범과 다양한 인간들과의 관계 속에서 수용될 수 있는 행동 유형에 부합할 수 있도록 ‘고쳐지거나’, ‘개선되어야 할’ 개인의 행동 특성으로 간주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른 한편, 발달장애인의 고유한 행동 특성을 ‘도전’이라는 언어로 정의할 경우, 여기에서 도전은 ‘정면으로 맞서 싸움을 걺’ 혹은 ‘어려운 사업이나 기록 경신 따위에 맞섬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 근거해본다면, ‘도전적 행동’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사회적 규범과 이것을 학습하기 위한 훈련이라는 명분하에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각종 제약에 대한 ‘맞섬’ 혹은 ‘저항’의 의미로는 적용이 가능하겠지만, 다양한 인간들과의 관계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이러한 의미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이 지점이, 도전적 행동이라는 표현이 만들어낸 다양한 긍정적 측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에게 불편한 느낌을 주는 부분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발달장애를 규정지을 수 있는 다양한 행동 특성에 대해, 문제 행동이나 도전적 행동과 같이, 발달장애인의 다양한 행동 특성 중 부분만을 고려할 수 있는 ‘개념어’를 사용하는 것은 발달장애에 대한 또 다른 혼란과 오해를 초래할 가능성을 남겨두고 있다는 점에서 시급한 개입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된다.

이 같은 문제점을 감소시키기 위해서는 발달장애의 행동 특성 그 자체를 문제나 도전과 같은 특정 개념어로 포착해내는 것이 아닌, 주어진 환경 속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의사의 표현방식으로 이해를 해본다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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