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연결되는 세상을 꿈꾸는 에이유디협동조합

장애가 있든 없든 누구나 소통할 수 있는 사회를 설계하는 에이유디사회적협동조합. 

‘함께 한다, 소통한다’는 말만큼 사람에게 힘이 되는 일이 또 있을까? 힘든 일도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라면 훌쩍 뛰어 넘는 게 또 사람의 힘이다.

청각장애인의 의사소통은 다양하다. 수화는 말을 대신해 몸짓이나 손짓으로 표현하는 의사전달방법으로 손가락이나 팔로 그리는 모양이나 위치, 이동방법, 표정이나 입술의 움직임을 모두 대화의 도구로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이외에도 상대의 말을 입술의 움직임과 얼굴 표정을 보고 이해하는 구화를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대일의 대화가 아닌 아주 많은 당사자들이 모인 넓은 공간에서는 수화나 구화만으로 소통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AUD사회적협동조합(이하 에이유디)은 바로 이 점에 주목했다. 누구나 소통할 수 있도록, 많은 사람들이 빠르고 정확하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를 찾아 나섰다. AUD는 Auditory Universal Design의 약자다. auditory는 ‘귀의, 청각의’라는 뜻으로 AUD는 ‘청각의 보편적 설계’ 정도의 의미를 담고 있다. 즉 에이유디는 대화, 강연, 공연 등의 소리를 실시간으로 활자화시켜서 사용자들에게 제공하는 일을 통해 청각장애인들이 보다 빠르고 쉽게 소통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사람이 전하는 말을 문자통역사가 동시에 타이핑 하고 그 내용이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나는 문자통역(쉐어타이핑)이 에이유디의 중점사업이다. 에이유디에서는 초중고 청각장애 학생들에게도 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학생들은 선생님의 이야기를 스마트폰 화면의 글씨와 문장으로 확인하게 된다. 교육, 세미나, 강의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실시간 문자번역을 공유할 수 있다. 

문자통역기를 통해 타이핑하는 모습.

이 외에도 의사소통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든 지원한다는 게 에이유디의 목표다.

에이유디는 음악을 즐기는 청각장애인들이 많지만 이들을 위한 공연장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 ‘비장애인, 장애인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을 만들자’는 취지로 ‘나다 페스티벌’에 참여하기도 했다. 이 페스티벌에서는 청각장애인들을 위해 노래 가사, 가수들의 즉흥적인 말 등을 모두 문자 통역으로 소개했다. ‘나다 페스티벌’에서는 현장의 울림까지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우퍼 조끼를 입고 무대 뒤는 노래를 시각적으로 즐길 수 있는 미디어아트도 마련됐다.

에이유디 이형렬 팀장은 “문자통역이 단순히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지만 함께 웃고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고 있다는 감정까지 공유하는 하나의 매개체”라고 말했다. 이어 “중증장애를 가진 한 학생이 ‘글자를 통해 수업을 이해하니까 공부할 맛이 난다, 수업은 낭비하는 시간이 아니고 참여할 맛이 난다’고 말한 게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속기 키보드를 통해 타이핑을 하고 그 내용이 실시간으로 사용자의 스마트폰 화면에 나타나는 문자통역 쉐어타이핑 앱 서비스

에이유디는 문자통역을 통한 의사소통 지원사업, 다양한 앱과 기기를 개발하는 보조공학기기 지원사업, 장애인식 개선사업, 제도개선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이외에도 각 지자체와 교육청에 다양한 정책제안도 펼치고 있다.

에이유디는 현재 사회적협동조합으로 구성돼 있다. 조합원은 240여명이며 청각당사자인 소비자 조합원, 업무를 하는 직원 조합원, 통역사와 개발자를 아우르는 생산자 조합원, 후원자 조합원 등으로 구성돼 있다. 에이유디가 사회적협동조합을 택한 이유는 문자통역은 공공의 영역에서 다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문자통역은 청각장애인에게 꼭 필요한 사업인데 영리목적으로 접근하는 게 맞지 않다는 결론이다.

현재 에이유디는 SK와 함께 쉐어톡(sharetalk)이라는 인공지능 문자통역을 개발하고 있다. 인공지능 음성인식을 통해 스마트폰으로 사람의 말소리가 문자로 변환되면 좋겠다 싶어 진행 중이다. 현재 한국어 음성인식변환율이 낮지만 앞으로 95%정도 정확성이 담보되면 큰 의미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있다. 나타페스티벌처럼 다양하고 창의적인 곳에서도 문자통역을 제공해보고 싶은 게 에이유디의 또 다른 욕심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공공기관 민간기업에서 문자통역 서비스를 이용하고 행사에서도 문자통역 도입을 해서 매출이 조금씩 생기고 있다는 점이다. 공공지원 정책제안도 계속 한 결과, 올해부터 만 39세 이하 청년 청각장애인을 위해 서울시에서 무료로 문자통역을 제공해주고 있다. 서울시가 공공정책으로 청각장애인들이 무료로 문자통역을 받을 수 있는 길을 열어 준 것이다.

이형렬 팀장은 “청각장애인들도 게임을 좋아한다. 청각장애인을 위해 한 조합원이 게임해설가의 말을 자막으로 보여주는 봉사를 했는데 호응이 좋았다. 교육, 학술적, 직무부분 이외에도 놀거리, 문화, 예술 분야에도 문자통역을 지원하고 싶다.” 밝혔다.

이어 “문자통역을 요청하는 곳은 많은데 예산이 없을 때, 청각장애인 지원이 우선이니 최소 인건비만 받고 지원한 경우가 많았다. 행사를 기획할 때 청각장애인이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같이 고민해 주면 좋겠다. 의사소통이 어려워서 고립되거나 외로운 이들이 많다는 걸 기억해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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