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살 겨울, 유치원 운동장에서 부츠를 신고 줄넘기 대회를 했다. 나와 다른 남자아이 한 명이 남았다. 친구들은 남자가 당연히 이긴다고 웅성거렸다. 1개 차이로 졌다. 나는 진 게 분할 뿐이었는데 주위에서는 여자라서 졌다고 했다.

12살, 친한 친구들이 점심을 먹고 나서도 운동장에 나가지 않겠다고 했다. 나만 거의 마지막까지 남자아이들과 술래잡기를 하다가,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에 이내 나가는 횟수를 줄였다. 졸업하기 전 마지막 해, 운동장을 보았더니 축구 골대와 농구 골대 근처에는 남학생만 많이 있었다.

13살, 학급 어린이회의에서 여자 축구부를 만들어 달라는 건의사항을 들었다. 부반장이었던 내가 전교어린이 회의에 가서 여자 축구부를 만들자고 건의를 했다. 그 말을 함과 동시에 각 학년의 학급대표 30여명의 웃음보가 와르르 터졌다. 내가 웃긴 말을 했나 싶어 속상한 마음에 눈물이 났다.

10대의 마지막 해에는 여자애가 살이 너무 많이 쪘다는 말을 들으며 급히 헬스장에 등록했다. 여자라면 S라인을 만들고 힙업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스트레칭, 유산소 운동, 가벼운 중량 운동만 했다. 새로운 움직임을 배우는 즐거움이 없었고 나의 체중이 줄었는지가 주요 관심사였다.

그러다 서울 은평구로 이사 와서 살림의료사협 다짐을 다니기 시작했다. 여자는 운동을 못 한다는 전제 하에 가르치는 트레이너도 없고 힘든 운동은 남자만 해야 한다는 커리큘럼도 없었다. 모두가 각자의 건강 상태에 맞추어 스스로의 체력에 맞는 근력운동을 했다. 무거운 쇳덩이를 마음껏 밀고 들기 시작하자 태어나서 처음으로 나의 허벅지가 징그러운 것이 아닌 튼튼하고 멋진 것이 되었다.

아직도 여성들은 어린 나이부터 신체활동을 하면서 수많은 차별을 당한다. 여자 어린이는 태권도보다는 피아노를 배울 기회가 많고 운동장에는 남학생이 더 많으며 남자 축구부가 압도적으로 더 많다. 체육 시설에서는 여성에게 근력운동이 아닌 요가를 더 추천하고 40kg 대의 체중을 유지하는 것을 미덕으로 삼는다.

세상이 그럴수록 여성들이 몸 해방을 느낄 수 있는 운동을 많이 경험했으면 좋겠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하고 클럽 활동에서 여성의 선택지가 더 다양해지고 여성에게 근력 운동을 안전하게 가르치는 코치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 과정을 통해 여성들이 다양한 몸의 모습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몸을 사랑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당장 우리 마을에서부터 이런 변화들이 많이 일어나면 동네가 참 재미있을 것 같다. 성별에 구애받지 않는 운동모임이 많이 생겨나고, 함께 몸 공부를 하는 여성들의 모임이 활발히 운영되고 성별이 아닌 수강생의 건강을 생각하는 코치가 있는 체육관에 함께 운동을 하러 가는 것 정도는 모두들 쉽게 시작 할 수 있지 않을까? 이렇게 함께 운동하는 여자 친구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러면 동네가 더 건강해지고, 나도 동네를 더 사랑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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