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형태 가족 인정하고 시민 권리 보장해야

 

1인 가구, 혼밥, 비혼은 이제 우리 사회에서 낯설지 않은 단어다. 편의점 음식들은 이미 1인 가구가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식단으로 구성된 도시락들이 즐비하고 심지어 혼자서 먹을 수 있는 부대찌개 등도 상품화 되어있다. 고기를 먹을 수 있는 식당에서도 이제는 1인 가구 자리를 마련할 정도이다.

2017년 인구주택 총 조사에 따르면 전체 인구 중 1인가구의 비율은 28.6%로 가장 높다. 1인 가구 비율은 앞으로 점점 증가하여 30퍼센트를 넘을 것이다. 이렇듯 우리 사회의 가족형태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사회의 많은 기준들이 혈연 가구 중심의 가족형태를 이상적으로 보는 소위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 맞춰져 있다.

또한 가족 구성이 남녀 간의 이성애적 결합을 전제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의 기준들은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데 제약을 준다. 가령 집을 구할 때도 신혼부부들을 위한 주택공급의 대출이 우선시 되며 1인가구가 살 수 있는 집의 평수는 처음부터 구성되어 있는 비율자체가 적기 때문에 집을 구하기조차 어렵다.

집을 구하는 문제 뿐 만아니라 동성커플로 오랫동안 함께 살고 있어도 한쪽 파트너가 아파서 수술을 하게 될 때에 수술동의서에 서명조차 할 수 없으며 보호자로서 역할을 할 수 없다. 설령 한쪽 파트너가 먼저 죽게 되었을 경우에는 재산이나 유산 등을 남겨진 파트너에게 물려줄 수조차 없다. 사회에서 인정받는 ‘정상가족’은 오로지 엄마 아빠 그리고 혈연가족의 형태인 자녀로만 이루어진 가족형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대의 가족 구성은 혈연 가구 중심의 가족 형태 뿐 아니라 혼자 살거나, 동거커플, 미혼모 가구, 기러기 아빠, 입양가족, 장애인 공동체 그리고 고양이, 강아지와 함께 더불어 사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이루며 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는 여전히 이런 사람들을 가족 밖에 있는 비정상으로 규정하고 배제하며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주지 않는다. 사회는 이미 변했고 정상가족 밖에 사람들은 비정상이거나 소수도 아니다.

“여자 둘이서 살고 있습니다”라는 책이 요즘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한국사회에서 결혼을 선택하지 않고 여자 둘과 고양이 네 마리와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들은 함께 살게 된 계기와 삶의 이야기들을 오밀조밀 서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풀어 놓는다. 그리고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고 이야기 한다. 결국 사람들이 원하는 삶의 모습은 이런 모습이기도 하다는 적극적인 위로와 공감을 받은 것이라 생각한다.

사무실에는 출퇴근 하는 길고양이가 있다. 6개월 전 사무실 문 앞에서 한 달 정도 노숙을 하더니 지금은 자연스럽게 제일 먼저 출근하는 사람이 문열어 줄 때까지 기다렸다가 같이 사무실에 들어온다. 사무실에서 사람들이 일하는 동안 그 녀석이 하는 일이라고는 종일 자다가 맛있는 간식을 얻어먹는 것이 전부다.

오늘은 출근을 했더니 그 고양이 당고가 보이지 않는다. 처음으로 당고는 결근을 했다. 어디서 다른 이에게 보살핌을 잘 받고 있겠지 생각하다가도 걱정이 되어 사무실 인근을 빙빙 돌며 당고를 찾았다. 길 생활하던 고양이 한 마리가 사무실로 찾아오면서 사무실 식구들은 출근하자마자 녀석의 안부를 묻고 더러워진 털들을 보며 한 마디씩 뱉으며 걱정을 하는 게 일상이 되었고 매일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자는 당고에게 많은 위로와 삶의 평온함을 얻으며 함께 지낸다. 나는 이 녀석도 나의 가족이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가족은 만들어지기도 하고 만들어 가기도 한다. 그래서 오늘 나는 어딘가에 배회할 녀석 걱정에 사무실 문밖을 자꾸만 들락날락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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