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 담소전] - 사람 냄새 가득한 녹번 산골마을 이야기

은평, 담소전 

아랫집 윗집 사이에 우리집

지역문화는 수많은 이들의 삶이 얽혀 만들어진다. 그 순간을 담은 사진 한 장은 은평생활사를 증언하는 자료집이 된다. <은평, 담소전>은 지역주민의 사진을 통해 은평생활사를 들여다보는 자리로 후원 서울문화재단, 주최 은평문화재단, 주관 은평문화재단, 반짝반짝사진방에서 진행한 지역문화기록사업이다.

 

은평구에서 35년 거주한 신현수 어르신.

녹번 산골마을은 뫼 산(山)에 뼈 골(骨) 자를 쓴 동의보감에 있는 옛말에서 따온 이름으로, 자연에서 난 동이나 구리 성분의 약재를 먹으면 뼈가 빨리 붙는 의미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골짜기와 다른 의미의 산골인 것이다. 신현수 녹번 산골마을회관 회장님의 마을 이야기는 뼈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까지 아물게 하는 효과가 있는 것 같다.

1960년대, 가족을 이루다

“작은 건물이 만들어 낸 기적” (1980년대 초반)

서초가 다 꽃마을이었던 시절, 재개발되면서 은평으로 이사 오게 됐어. 처음엔 전셋집을 구하고 여기 은평에서 35년 이상을 살았지. 지금이나 옛날이나 여기가 서울이라고 이웃집에 누가 사는지 누가 알아. 그런데 마을 가꾸기라는 것을 시작하고, 마을회관이 만들어지면서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어. 마을회관이라는 조그마한 건물이 중심이 돼서 이곳에서 밥도 해 먹고, 모여서 대화하면서 서로서로 잘 알게 된 거지. 이 마을회관이 만들기 전엔 다들 몰랐지. 알고 보니 사람에 대한 갈증이 있었던 거야. 예전에는 안 그랬거든. 이 건물이 3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우리를 이어주고 있는 거야. 얼마나 훌륭하고 기특한 건물이야.

2010년대, 산골마을 전경

“기적을 유지하기 위해 머리를 맞대다” (2016)

그렇게 마을 가꾸기가 마무리되고, 2016년 11월 23일에 개관식을 했는데 그때부터가 문제였어. 개관식이 끝나자마자 마을회관을 유지하는 작은 정부 보조금마저 끊긴 거지. 처음에는 정부에서 도와줬지만, 이제는 우리가 이 기적을 유지해 나가야 하는 숙제가 생긴 거야. 마을 사람들끼리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했어. 그래서 여러 길이 있었지만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해보자는 답을 낸 거지. 그게 바로 청국장이야.

2010년대, 마을회관 개관 전 폐가를 정비했다.

“청국장으로 우리 냄새 가득한 은평” (~현재)

청국장은 우리가 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어. 여기 마을회관에는 깊은 맛을 아는 노인분들이 잘 많으니까 우리가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거지. 우리의 마음이 통했는지 노하우와 정성을 담아 3일간 숙성시킨 청국장을 사람들이 알아봐 주더라고. 요즘은 마트에서도 청국장을 팔지만 그거보다 싸고, 파주 장단콩만 사용해서 우리의 맛이 담긴 청국장을 팔려고 노력하고 있어. 이 기특한 청국장이 지금은 없어서 못 팔아. 그리고 그 수익으로 지금 우리를 연결해주는 마을회관이 유지되고 있는 거야.

2016년, 산골드림 개관식.

지역문화는 수많은 이들의 삶이 얽혀 만들어진다. 그 순간을 담은 사진 한 장은 은평생활사를 증언하는 자료집이 된다. 

<은평, 담소전>은 지역주민의 사진을 통해 은평생활사를 들여다보는 자리로 <후원 : 서울문화재단> <주최, 주관 : 은평문화재단>, <진행 : 반짝반짝사진방>에서 진행한 지역문화기록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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