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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어떻게 자라야하는가
  • 새백 하얀 / 길동무
  • 승인 2019.04.19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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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국가인권위원회

아이들이 어떻게 자라야하는가를 이야기할 때 흔히들 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격언과 함께 다뤄지는 내용이기도 합니다. 자유놀이, 유해물질로부터 안전할 권리, 숲체험,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인권감수성, 안전한 먹거리 등이 그러합니다. 하나하나 찬찬히 듣고 나면 모두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이야기입니다.

그렇다면 남자답게, 여자답게 자라는 모습은 어떤가요?

유아 미술 분야만 보더라도 대안교육을 경험하는 아이들이 대상이 되는 형상과 손에 쥐고 있는 재료에 집중하며 미술을 익히고 있을 때에 이제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다니는 많은 여자아이들은 공주그림에 열중하고 서로 다이어트를 해야 할지 고민을 나눕니다.

성평등 문화를 고민하는 다른 사회에서는 성별 구분 없는 옷차림과 모습으로 아이들이 자라나고 있다면 한국사회는 어떨까요? 남자아이가 빨간색 신발을 좋아해도 남자는 어울리는 색이 아니라며 장만해주는 법이 없고 여자아이에게는 치마를 입혀두고 천방지축으로 뛰어 놀지 말라고 이야기합니다. 아이가 정신없이 놀고 있으면 기어이 포니테일을 정리해주며 칠칠맞지 못하다고 아이를 책망합니다.

남자는 의사, 여자는 간호사가 되어야 한다고 더 이상 그렇게 말하는 사회는 아니라 해도 어른들이 드러내는 ‘남자아이답게 여자아이답게’라는 표현들과 행동들이 아이들에게 마치 당연하게 주어집니다. 남자아이는 파란색, 여자아이는 분홍색. 남자아이는 씩씩하고 여자아이는 상냥하고 남자아이는 로봇, 여자아이는 공주인형 등 이렇게 나뉘어야 할까요?

남자는 남자답게, 여자는 여자답게 커야 한다는 믿음, 그와 같은 ‘젠더박스’로부터 벗어나야한다는 이야기가 이미 스웨덴 유아교육과 핀란드 전체교육과정을 비롯하여 여러 나라에 반영되어 있습니다. 세계적으로 남녀 성차에 따른 불평등이 가장 작은 나라 중 하나가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사회임을 실감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미디어가 성별 고정관념이 드러내는 경우 해당 내용을 제한하는 사례도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성별 고정관념이 아동과 청소년, 성인이 누릴 수 있는 선택과 기회 등을 제한할 수 있다’는 명백한 증거가 있음을 근거로, 성 역할과 성별 고정관념을 나타내는 광고를 전면 금지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한국사회에서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지난 10년간 양성평등 조항 위반으로 다룬 심의안건이 총 74건, 이마저도 법정제재를 받은 경우는 단 한 건도 없습니다.

한국 사회에서 아이들이 성별에 따른 압력과 관습에 얼마나 노출되어 있는지를 두고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치부하기에는 이미 여러 나라에서 찾아볼 수 있는 노력들과 제도들이 우리에게 고민을 던집니다. 스스로 가치 판단할 능력과 권한을 확보하는 과정이 ‘성장’이라고 한다면 유년기에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자랄 수 있어야 하는 건 아이들의 권리입니다. 그렇기에 어른들 저마다가 성차별적인 문화를 해결해야 할 사회적 책임이 있습니다.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자는데 반대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 한국 사회가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는 사회인지 저마다 고민을 함께 나누며 나가야 합니다. 머리 맞대어 여러 고민들을 풀어나가야 할 순간을 미루기만 한다면 그 순간에도 우리 아이들은 정말로 필요한 이야기를 듣지 못하고 어른이 될지도 모릅니다. 당장 우리들부터도 그렇게 훌쩍 어른이 되어버렸음이 아쉽게 느껴진다면 그 아쉬움으로부터 발돋움하여 우리 이후 세대에는 다른 경험과 기회를 열어줄 수 있어야 합니다. 아이를 키우려면 정말로 온 마을이 필요한 까닭입니다.

새백 하얀 / 길동무  epnews@e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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