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전국대회에 참여하기 위해 경남 창원시를 방문했다. 마지막 일정 중에 마산 창동을 거점으로 이루어진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탐방이 있었다. 현재 마을공동체와 도시재생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나로서는 특히나 탐방일정에 기대가 컸다.

창원시 창동 예술촌.

이곳은 80년부터 서울의 명동과 같이 번화했던 곳으로 경제도시 경남 마산의 가장 중심에서 마산의 경제를 이끌었던 곳이다. 하지만 그곳 역시 세월의 풍파를 견디지 못해 새로운 활력을 되찾기 위해 도시재생 뉴딜 사업을 통해 활성화를 꾀한 곳이었다.

너무 기대를 한 때문인지 실망감도 컸다. 골목에 전시된 마산의 옛 모습을 담은 사진들은 낡아서 이미 알아보기 어렵고 음악이 나온다는 통술골목의 음악장치는 이미 고장이 나서 작동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곳에 자리를 잡은 예술인들의 활동에 대한 어떠한 설명도 들을 수 없었고 그냥 골목골목 예술이라는 콘텐츠로 환경을 정비한 것으로만 끝나 보였다.

심지어 골목에 입주한 예술인들이 창원시 거주자들이 아니어서 주말이면 자신의 지역으로 돌아가서 문이 닫히는 경우도 많다는 설명을 들으면서 도대체 무엇을 하고자 이렇게 많은 공적자금을 들여서 도시재생을 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었다.

이쯤에서 서울시의 도시재생을 한번 살펴보자.

서울시의 정책으로 마을공동체가 시작된 2012년부터 7년 동안 우리는 주민을 등장시키고 연결시키면서 궁극적으로는 지속 가능한 주민모임을 동단위로 풀어가는 작업들을 해왔다. 그렇게 동단위로 모인 주민들의 모임들은 ‘찾동’을 통해 마을계획이라는 좀 더 넓은 의미의 주민모임으로 성장하는 기회를 가졌고 더불어 주민의 삶을 지속가능한 마을의 역사로 연결해 가는 도시재생사업으로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내가 본 창원은 문학과 예술을 잘 융합해서 아름다운 골목 환경을 조성했고 지역 주민조차 전혀 몰랐던 역사적인 의미들을 잘 끌어내었지만 그곳엔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둔 주민이 없었고 오롯이 환경정비 된 골목만이 있었던 것이다.

서울시 도시재생사업은 5년에 100억 원이 지원되는 반면 지방의 도시재생사업은 서울시보다 몇 배의 자원이 지원된다. 그러나 지방의 도시재생사업에서 아쉬운 점은 환경을 정비하고 마을의 이야기를 만들어 냈지만 그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끌고 갈 주민조직이나 모임이 명확하지 않고 도리어 지역주민이 아닌 외부 자원들로 그 이야기를 채웠다는 것이다.

창동 예술촌도 인근지역으로 확산해서 예술인들을 모집했고 그들은 창동의 골목들을 메웠다. 그러나 그들은 그곳의 주민이 되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이 어떻게 커뮤니티를 하고 있고 어떤 이야기들을 더 많이 개발하고 있는지는 없고 오롯이 골목의 환경정비 그리고 발굴한 역사적 사실에 근거한 해설이 가득한 곳이 되었다는 것이다. 많은 공적 자금이 들어갔지만 환경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낡고 쇠퇴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면 그 환경들을 지키는 것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바로 그곳에서 형성된 주민조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도시재생 사업은 시작점이 바로 주민이다. 그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을 통해 마을의 의제를 발굴하고 그 의제들을 실행해 보고 더불어 환경의 변화와 그 변화의 가장 중심에서 이끌어 가야 하는 자리도 주민의 몫이다.

그래서 희망지라는 준비사업을 통해 끊임없이 주민들을 등장시키고 그들의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작업들을 진행한다. 물리적인 환경의 변화가 지방에 비해 미약하다고 할 만큼 작을 수는 있다. 그러나 변화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따라 그 변화는 더 큰 변화를 이끌어 갈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주민공동체가 회복되고 성장되어 기초를 튼튼히 한다면 그 위에 복지나 도시재생, 사회적경제의 필요성에 따른 집을 지을 수 있을 것이다.

도시재생사업에서 무엇이 우선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노후된 환경정비와 마을 상권 회복 등이 당장 눈앞에 보이는 결과물의 전부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곳에서 삶을 이어가는 주민들을 통해야 최소한 지속가능성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준비를 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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