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노동인권교육 활동기

10여 년 전 노무사 시험에 합격했을 때, 특성화 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했던 선배 노무사들의 이야기를 접했다. 그리고 그들이 그 성과를 모아서 책을 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당시 나는 이런 교육을 한 번 해보면 좋겠다는 생각과 그 교육은 진짜 부담스런 교육이겠다는 생각이 공존했었다. 청소년 노동인권교육 단체들은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이 제도적으로 확대되도록 노력했고 그 성과가 몇 년 전부터 나에게도 영향을 미쳐서 강의를 많이 다니게 됐다.

은평에서는 은평노동인권센터가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청소년 노동인권 강사들의 모임인 ‘토닥토닥’과 연계를 하고 서울지역 청소년노동인권 지역단위 네트워크와 연계하여 노동인권교육의 강사풀과 내용을 고민한다. 또한 교육청, 은평구청, 서울노동권익센터, 서대문구근로자복지센터, 각 학교 등과 일정 및 교육 내용 등을 협의한다. 초등학교에서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지역아동센터 등 많은 곳을 묶어가고 있으며, 교육을 요청하는 학교들도 점점 늘고 있다.

많은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은 언제나 떨리지만 학생들 앞에 서는 것은 더욱 떨렸다. ‘노동’과 ‘인권’을 어떻게 알려야 할지 부담됐고 ‘인권’ 친화적인 교육을 받아봤던 적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인권’ 친화적 교육을 해야 한다는 부담도 있었다. 학생들이 원해서 듣는 수업이 아닐 가능성이 높고 처음 보는 ‘외부강사’로 학생들을 마주하고 학생들이 원하는 바를 찾아내야 하는데 만만하지는 않았다.

보통 2교시로 진행을 하는데 첫 시간은 ‘인권’과 관련한 강의를 하고, 두 번째 시간은 ‘노동’과 관련한 부분을 이야기 했다. 토닥토닥 강사단에서 제공된 표준교안을 조금 수정해서 사용하는데, 학생들의 주목을 끌기 위해서 ‘영상’을 많이 보여주도록 노력했다. 참여형 수업으로 진행을 하는 경우도 있지만 이것은 강사마다, 강의 주제마다 달랐던 것 같다.

초등학생 수업은 그렇게 많지는 않았었는데, 이들에게 ‘인권’, ‘노동’ 모두 낯선 단어이고, 생소하게 느끼는 것 같았다. 그래서 초등학생 수업은 학생들 눈높이에서 이야기하기가 제일 어렵다. 초등학생들이 또랑또랑한 눈빛으로 보고 강의를 귀 쫑긋 세우고 듣고 질문에 대한 대답도 큰소리로 잘 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

중학생, 고등학생 수업을 제일 많이 한다. 중학생들 같은 경우는 ‘노동’을 직접 경험한 경우가 매우 드물지만 고등학생들 같은 경우는 특성화 고등학교인지 인문계 고등학교인지에 따라서 조금 다르지만 ‘노동’을 직접 경험한 경우가 여럿 있었다. 미경험자들에게는 ‘노동’을 접했을 때 어떻게 준비하고, 수행하고, 어떠한 권리가 있는지를 알려줬다. 경험자들이 있는 곳에서는 그 경험 속에서의 사례들을 찾아보면서 하나씩 풀어나갔다.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은 보통 학기말, 방학하기 전에 많이 하고, 특성화 고등학교의 경우는 현장실습을 나가기 전에 하는 경우가 많았다. 고3학생들은 수능시험을 마치고 교육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어떤 특성화 고등학교에서 수업 시간이었다. 그 반 학생들이 막 실습을 마치고 왔을 때였다. 나는 실습은 어떠했는지를 물으면서 수업을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구체적인 노동상담을 해주고 있었다. 근로계약서 작성, 최저임금 준수 등 형식적인 부분들은 지키지만, 나이가 어린 학생이라고 반말과 욕설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이다.

특히 문제가 됐던 것은 전공과 전혀 관련이 없는 사업장에서 일을 하게 된 경우이다. 학생들은 그 회사에 죽어도 가기 싫은데, 어떻게 방법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나는 준비해왔던 교안을 바탕으로 교육을 한 것이 아니라, 그 회사의 노동법 위반 사항들을 하나하나 적으며 노동인권교육을 해나갔던 기억이 난다.

2018년부터 서울에서는 ‘서울특별시 교육청 노동인권교육 활성화 조례’가 제정됐다. 조례에서는 고등학교 교장이 학생들에게 한 학기에 2시간의 노동인권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키도록 되어 있으며, 교원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도 정하고 있다. 이 조례에 근거해서 올해 서울교육청은 노동인권교육 지도 자료를 만들어서 참고하도록 배포하기도 했다.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이 활성화 되고 늘어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일이라고 생각한다. 제도화도 됐고 양적으로도 늘어났으며 내용도 계속적으로 준비하고 있다. 이제는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인권’과 ‘노동’에 대해 점차 심화되어 가는 방식의 교육과정 설계를 준비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모든 청소년들이 교육과정을 통해서 ‘인권’과 ‘노동’을 접하고, ‘인간’과 ‘노동’을 존중하면서 살아갔으면 좋겠다. 나도 계속 청소년 노동인권 교육에 대해 고민하고, 다양한 방식으로 실천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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