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문학하기 - 어려웠던 오카리나 연주회

마음이 바빠진다. 올 한해도 한 달 여밖에 남지 않았다. 김장에다 연말 모임, 그리고 지난 11월 2일 하기로 한 오카리나 연주회를 내년 1월 9일로 연기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곡 선정 한지 한 달이 넘었는데 자꾸 바뀐다. 결정 장애 증상인지, 완벽하고 멋지게 하고 싶은 지나친 욕심인지 알 수 없다. 어쩌면 그 동안 실수의 경험이 결정의 두려움을 증폭시켰는지도 모른다.

처음 결정한 곡은 초등생들도 좋아하는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였다. 그런데 랩 부분이 엄청 어렵다. 그 부분을 악기가 아니라 노래로 해 보려 해도 정확히 못 따라하겠다. 가사를 외우려고 받아 적고 아들한테 가르쳐달라고 해서 따라 불러봤지만 그 느낌과 박자를 잘 살리지 못하는 것이다.

12살 아들은 나보고 박치라며 계속 짜증내더니 더 이상 가르쳐주기 싫다고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동안 랩이 들어가는 노래를 열심히 듣고 따라 불러보는 건데 아쉽기만 하다. 그렇게 연습하는 중 이 곡에 대한 열정이 사라졌다. 그리고 이젠 내가‘청춘이 다한’중년의 아줌마임을 깨닫게 되었다.

선생님과 동호회 회원들은 계속 그 곡을 연주하라고 강요했지만 내 스스로 포기하고, 다음 곡으로 영화 미션의 삽입곡 <가브리엘 오보에>를 연습했다. 그런데 또 마음이 바뀌었다. 결국 쇼스타코비치의 <Jazz suite no. 2 waltz>를 해보겠다고 했다. 이 얼마나 아름답고 우아하고 품위 있는 곡인가. 모두들 만장일치로“좋아좋아”를 외쳐서 이 곡으로 결정했다.

이 곡을 연습하는데 자꾸 작년 연주회 때가 떠오른다. 작년에도 <물놀이>라는 곡을 연습하다 성급한 마음에 포기했었다. EBS <세계테마기행> 시작할 때 나오는 곡인데 16박자가 연속해서 24개 나온다. 무대 위에 오르면 긴장이 되면서 심장이 빨리 뛴다. 이렇게 빠른 곡은 자신의 심장을 다스려야 한다. 즉 긴장하지 않고 집중해서 안정된 호흡으로 연주해야 한다. 연습과 무대 밖에는 극복 방법이 없다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신다.

쇼스타코비치의 곡을 연습하면서 또 이곡도 연습한다. 손가락이 말을 잘 안 듣는다. 그러면 다시 속도를 늦추어서 연습하고 점점 빠르게 원상태의 빠르기로 연습한다. 고르게 소리가 나야하는데 그렇지가 못하다. 잘 안 되는 부분을 될 때까지 연습하고, 처음부터 연결해서 다시 연주해 본다. 악보를 보고 계속 연주하다 보면 곡이 저절로 외워진다. 반주에 맞추어 연습하면 익숙해진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하고 마무리한다. 그렇지만 며칠 뒤 다시 연습하면 또 손가락이 말을 잘 안듣는다. 다시 시작이다.

그 동안 연주회에서 독주했던 곡을 생각해 본다. ‘ 베사메무쵸, 서른 즈음에, Fly me to the moon’, 그리고 중주였지만 독주처럼 한 <California dreaming> 등등 실수 없이 완벽하게 연주한 기억이 없다. 물론 관객들이 알 수 없이 넘어간 적도 있었지만, 곡이 끝날 무렵 긴장이 풀리면 어김없이 그 흔들림이 나타난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무조건 외워서 연주하는 것이 문제점일 수도 있다.

다른 연주자처럼 악보를 보고하면 실수하지 않을까? 그런데 관객들이 있는 무대에 올라가면 악보가 안 보인다. 긴장된 상태에서 관객들의 호응과 반응을 보면서 악보도 봐야하기 때문이다. 그 동안 연습했던 나를 믿어본다. 반주에 맞추어 저절로 손가락이 움직인다. 그 흐름에 맡기다 보면 잘 하다가 마무리 부분에서 꼭 실수를 하고 만다.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연주하는 연주자들과 비교하지 않기로 했다. 인생을 보란 듯이 잘 살아가는 사람과도 비교하지 않기로 했다. 부족하고 허술한 부분이 많지만 이것이 내 모습이다. 그동안 사회 생활을 하면서 실수없이 완벽해 보이려고 부단히 노력했고, 또 겸손해 보이려고 했던 것이다.

이제는 남에게 보여주려 했던 모습보다는 내가 나에게 더 집중해 봐야겠다. 실수해도 괜찮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줘야겠다. 누군가는‘자신과 연애’해 보라한다. 자신을 사랑하라는 말보다 낯설고 설레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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