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스케치] 여럿이 공존하는 인도

자이나교와 불교가 시작된 나라. 힌두교와 이슬람이 공존하는 나라. 첨단 기술과 고대적 수공업이 여전히 삶을 떠받치는 나라. 세계 최상층과 최하층의 국민이 동시에 살고 있는 나라. 인도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국민의 80퍼센트가 힌두교라 하지만 힌두교는 정확한 교리도 주창자도, 조직도 정형화되지 않는 종교라고 한다. 믿는 바에 따라 신의 형상은 가지각색이다. 현재까지도 인도에 남아 있는 신분 제도는 바로 힌두교의 종교조직이 계급의 형태로 유지되고 있는 형태이다. 세계 3대 종교인 불교는 인도에서는 역사로 남아 있을 뿐이다. 물론 불교가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나 발상지 치고는 따르는 사람이 적다는 뜻이다. 불교와 비슷한 시기의 자이나교도 명맥을 유지하고 있으나 현재 인도를 대표하는 종교는 힌두교다.

바라나시는 힌두교의 성지이다. 수많은 사원 말고도 힌두교인들이 평생 꼭 한 번 가고 싶어하는 곳은 갠지스강이다. 갠지스 평원을 적시는 강가강은 세계에서 손꼽히는 옥토이다. 인도의 서북부를 흘러 뱅골만에 이른다. 인도 전역에서 차나 기차를 타고, 그마저 허락치 않으면 걸어서 이곳, 바라나시를 찾는다.

이곳 사람들은 갠지스를 ‘강가’라고 부른다. 강가강은 힌두교인들에게 어머니의 강이다. 죽어 다시 돌아가는 곳.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통로인 셈이다. 그래서 산 자는 이곳에 몸을 담그고 그 물을 병에 담아 평생을 간직한다. 죽은 자는 이곳에서 화장을 하고 육체를 그 물에 되돌린다.

바라나시 강가강에는 ‘가트’라는 시설이 있다. 바다와 육지가 만나는 곳에 계단을 만들어 수량에 따라 사람이나 배가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왕조 시절에는 강가강 목이 좋은 곳은 왕들이 이 가트를 차지했으나 지금은 모두 개방되어 있다. 사람들은 이 가트에 모여 강가강에 몸을 담그고, 그 물을 입에 적시고 집으로 가져 간다. 화장터도 강에 붙어 있고, 화장터에 남은 먹거리를 탐하는 개와 염소와 소들이 어슬렁거리는 곳이다. 연중 사람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용기에 담은 물은 사는 곳으로 가져 가 강가강에 가보지 못한 친지들에게 희석하여 조금씩 나누어준다. 강가강의 물은 성수(聖水)다.

평생 한 번. 이보다 더 간절한 소원이 어디 있을까! 죽음과 맞바꾼다 하여도 강가강에 갈 수만 있다면 그리 하겠다는 사람들. 파괴의 신 시바의 여신이 이들을 반겨줄까? 오염을 걱정하는 이방인의 시선에는 아랑곳 없이 강가강에 몸을 담근 저 얼굴들에는 평화가 가득할 뿐이다.

강가강 가는 길

장우원

그대
홀로 산에 오르고 싶을
바로 그 세월 즈음
인도를 가라
바라나시
강가강 가에 앉아
산을 생각하라

홀몸을 거두어주는 산
조용히 내려 와
강가강 어스름에
몸 담는 시각

자타가 혼돈인
소와 개와 사람이 한 통인
우주가 갑자기 쓰레기와 섞이는 순간
산 아래를 보던 눈은
강물에 흔들거리며
다시 길을 물을 것이다
안 보이던 길,
다시 보일 것이다

얽힌 것들 비로소 풀릴 것이다

너무 빨리도
너무 늦게도 말고
홀로 산을 오르고 싶을
그대가 바로 그 때
인도를 만나면 좋겠다

강가강에 비친
슬픔을 건졌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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