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8.18 일 20:40
상단여백
HOME 연재 젠더를 말하다
내게는 다른 방식의 사회가 필요합니다
  • 이동은(보쌈)
  • 승인 2019.03.14 15:04
  • 댓글 0

사회적 경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 사회적 경제 지원조직에서 6년을 일했기 때문이다. 사전적 의미로 대답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사회적 경제는 “공동의 이익을 목적으로 사회적 가치에 기반한 경제활동”이라고.

이렇게 대답하는 나에게도 그리 와 닿는 정의는 아니다. 그래서 대체로 답하기를 회피하거나, 억지로 답해놓고 멋쩍게 웃어버리고 만다. 아주 가끔 그렇게밖에 설명 못 하냐는 핀잔을 주는 사람도 있다. 대부분 씁쓸하게 고개를 끄덕이지만, 머릿속에 떠오르는 이야기가 있긴 하다. 6년 전 사회적 경제 지원조직에서 일하고 싶어 썼던 나의 자기소개서이다.

사회적 경제 기업을 지원하는 센터에 청년활동가로 지원했었다. 지원서의 자기소개서 질문은 특별할 것이 없었다. “왜 이곳에 지원하셨나요?” 그런데 나는 그 질문이 참 신선하고, 또 운명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써 내려갔다.

“나는 계속 실패하고, 자꾸 넘어지는 사람입니다. 취직도 참 어렵게 했고 그렇게 들어간 회사도 오래 다니지 못했습니다. 나는 큰돈을 벌지도 못할 겁니다. 우리 집은 넉넉한 형편도 아닙니다. 이대로는 매번 실패하다가 나중에는 넘어진 채로 일어서지 못할 겁니다. 내게는 다른 방식의 사회가 필요합니다.”

나는 다른 방식의 사회가 궁금했고 이왕이면 그 다른 방식을 조금이라도 빨리 찾을 수 있도록 일조하고 싶었다. 다른 방식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말이다. 물론 영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사회적 경제를 설명하는 또 다른 사전적 의미 중 하나가 “시장경제가 발전하면서 나타난 불평등, 빈부격차, 환경오염 등 다양한 사회문제의 대안”이라는 정의도 있으니까.

다시 6년 후인 지금으로 돌아와서, 사회적 경제가 무엇이냐는 질문을 생각해 본다. 나에게 여전히 사회적 경제는 ‘다른 방식’이다. 달라진 것이 있다면 방법으로서 ‘다른 방식’이 아니라 ‘다른 방식’의 인식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여성주의에도 같은 말이 있다. 젠더를 말하는 글에서 사회적 경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 이유이다. 

(그러고 보면 사회적 경제 안에 수많은 여성이 존재하는 것은 필연이다. 2012년 사회적기업 실태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사회적 경제 기업 여성 고용현황은 일자리 제공형이 59.1%, 혼합형이 86.3%, 마을기업이 71.3%이다)

나는 여성주의가 사회적 경제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경제 체제가 설명하지 못하는 현실을 인식하게 하는 것이 사회적 경제라는 점에서 말이다. 인식의 전환이 아니고선 사회적 경제에 참여할 수 없다.

사회적 경제는 ‘경제’를 그러니까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인식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생산과 소비가 연결되어 있다는 현실을 인식하면, 커피 한 잔, 초콜릿 한 조각에도 지구 반대편의 거친 손을 떠올리게 된다. 장애인의 일상 속에 일터가 들어가 있는 것이 효율성의 또 다른 말임을 인식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 얼마나 비효율의 사회인지를 알려준다. 마치 다른 눈을 갖게 된 것처럼.

또다시 6년 전 나의 자기소개서로 되돌아가 본다. 나는 다른 방식의 사회를 찾고 있었다. 6년이 지난 지금의 나는 다른 방식의 사회를 찾은 걸까? 현실을 바꾸는 수단으로써 사회적 경제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다만, 나의 이야기를 하자면 난 다른 방식을 찾기보단, 다른 방식으로 살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수많은 페미니스트처럼.

이동은(보쌈) 님은 은평구에서 오래도록 동네 주민으로 살아가고 싶은 사람입니다. - 편집자 주

이동은(보쌈)  epnews@epnews.net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동은(보쌈)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오늘의 주요뉴스
1조 그루면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1조 그루면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지역에너지기본조례 실행으로 기후변화시대 대처 필요
지역에너지기본조례 실행으로 기후변화시대 대처 필요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