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인이 함께 쓴 4부의 감동

3·1운동 백주년을 기념하는 시집이 발간되었다. 아직도 계속되는 식민 잔재를 청산하고 백년 전 온 나라에 넘쳤던 자주독립과 평화에 대한 염원을 잊지 말자는 시인들의 외침이 담겨 있다. 애초 100인 참여 시집으로 기획하였으나 호응이 높아 111인의 시인의 시가 실렸다.

이 시집은 모두 4부로 나뉘었다. 

‘1부 해방, 그날을 향해, 2부 3천리에 퍼진 함성, 3부 아직도 가시지 않은 아픔, 4부 상처 딛고 새 아침으로’라는 부제를 달고 1부는 3·1 운동이 왜 일어나게 되었는지 필연성을 살피는 시들, 2부는 3·1 운동의 전개과정과 당시 운동에 참여한 인물이나 사건의 재구성, 3부는 3·1 운동으로 고통 받는 사람들과 친일을 청산하지 못해 생긴 폐해를 아파하는 시들과 4부는 이 모든 것들을 극복하고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암시하는 시편들이다.

수원의 기생들까지 나선 만세 운동은 김밥을 만들어 나르고 쌈짓돈을 보탰던 80년 광주의 어떤 여성들을 떠올리게 한다. 이것은 3·1운동이 현재까지도 진행형이며 한반도 통일의 그날까지 계속되어야 하는 당위성을 상징한다. 

“우리를 꽃이라 부르지 마라/기생의 몸으로 어찌 그 일을 했냐고/대견하다 등 두드리지 마라.//일본제국주의 군홧발에 짓밟히고/권력과 돈에 눈멀어 친일의 더러운 옷으로/제 민족 목 조른 을사오적 판치던 나라/치마 속에 감춰둔 태극기 꺼내/독립의 깃발로 흔들었다.” (권미강, 꽃이라 부르지 마라 중)

“순수 서정시인부터로 민족의 현실을 진단하고 밝은 미래를 견인하는 민족민중시 계열의 시인들은 물론, 분단과 노사 갈등의 현실을 온몸으로 아파하는 시인들에게로 이르기까지 다양한 시각을 가진 시인들”은 3·1 운동이 얼마나 거룩한 일이었는지, 식민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되짚고 있다, 또한 진정한 광복을 이룸으로써 이 땅의 모든 사람이 평등평화의 세상을 살아갈 필요성을 절절하게 노래한다.

특히 시인들은 문단에 깊이 박혀 있는 친일의 잔재-친일 문학가를 기리는 문학상을 폐지하자는 데에도 목소리를 높인다. 

“히라가나의 개가 필요한 때/중국 전선에 일본군 위문을 다녀와/자랑스러웠다는 동인/동주가 참회하던 때/히가시 후미히토가 되어/광복 당일에도/조선총독부를 찾아가/충실한 개로 남도록 부탁한 동인//그래서 그를 기리는 상은/침을 뱉고 싶지요/그런 동인 때문에/동주가 더욱 생각나지요” (졸시 동주, 그리고 동인 중)

하노이 회담이 불발되는 것을 보면서 이 땅 대다수 사람들이 안타까움을 느꼈을 것이다. 벅찬 백주년 3·1절은 이루어지지 못했으나 우리는 안다. 한반도 통일로 이루어질 것을. 우리는 믿는다. 동학혁명 - 3·1 - 여순 - 4·19 - 5월 광주 - 6월 항쟁이 통일로 가는 디딤돌임을. 그리고 이 시집을 통해 시인들은 그 길을 보여 주고 있다는 것을.

<백년의 촛불>(2019)은 3·1운동 백주년을 기념해 김준태, 김명수, 박몽구, 전비담, 조미희, 김창규 등 111인의 현역 시인들이 함께 낸 시집이다. 3·1 백주년 시집 편집위원회에서 편집해, 시와문화에서 출판했다. 책값은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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