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이 다 있네' 하며 펴봤지만...

이완용 평전

2019년은 3.1운동 100주년이자 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 100주년이 되는 해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뜻 깊은 날을 준비하는 중에 다소 황당할 법도 한 책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완용 평전(윤덕한,중심출판사,1999)

10여 년 전 늦은 밤 도서관의 자료실을 거닐다 누군가 선반위에 올려놓았던 책으로 ‘이런 책이 다 있네’라고 의아해하며 살펴보게 된 책이었다.

책은 1858년부터 1926년까지의 이완용의 생애를 이야기하고 있다. 갑신정변, 임오군란, 갑오경장, 아관파천, 을사늑약, 한일 합방, 3.1운동까지 조선 그리고 대한제국, 식민지 시기까지를 유망한 엘리트 관료로 왕실의 큰 신뢰 속에 신식교육과 선진국의 파견 경험을 바탕으로 언제나 국정운영의 중심이었던 인물의 시선으로 풀어내고 있다.

이완용은 1882년 과거에 급제한 유망한 선비로 1886년 고종이 세운 교육기관인 육영공원에서 수학 후, 1887년부터 1890년까지 미국으로 파견되어 대리공사 근무를 하고, 구라파 클럽이라 불린 친미·친러 세력의 중심인물이 되어 국정을 이끌었다. 민비시해 사건 후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미국공사관으로 피신한 후 아관파천을 기획 실행한 것으로 알려지며, 독립협회 초대위원장으로 협회를 이끌며 독립문 건립 만민공동회 개최 등을 통해 청나라의 종주권을 부정하는데 앞장서고, 이후 러일전쟁의 결과로 일본의 한반도 주도권이 확실해지자 을사늑약에 참여하며 적극적 친일파로 변신 후 1910년의 한일합방 주도, 3.1운동에 대한 대국민 경고문을 발표하는 등의 우리가 알고 있는 매국노 이완용의 모습을 기록하고 있다;

1894년의 청일 전쟁, 1904년의 러일전쟁의 결과로 조정의 주도권이 하룻밤 사이에 흔들리는 모습부터, 국가의 안위가 아닌 자신들의 권세만을 위해 외세를 이용하는 왕족과 관료들의 모습, 운산금광·경인철도 부설권 등 우리나라의 이권을 쟁탈하기 위해 뇌물과 겁박 회유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열강의 외교관의 모습 등을 고종의 절대적 신임 속에 국정운영의 중심이었던 이완용의 시선으로 하나하나 풀어헤쳐나간다. 이를 통해 역사교과서나 소설·영화 등의 미디어를 통해 일반적으로 알려진 모습과는 다른 시대상황과 우리의 개화기를 이해를 할 수 있었다.

또 구식군인들에게 부당한 처우를 하여 임오군란이 발생하게 만든 인물인 민경호가 우국충정의 상징인 민영환의 아버지라는 아이러니한 이야기부터, 1896년 청일전쟁에서 승리한 일본이 러시아에 38도선을 부근에서 남북을 분할하자는 비공식 제안을 했음에도, 우리의 관료들의 세계정세를 이해하지 못했음을 지탄하는 외교비사, 우리 역사상 최초로 근대적인 초등교육 의무화를 규정하고 그 교육체계와 내용 및 관리운영 전반을 법적으로 제도화 한 인물이 이완용이었다는 사실까지 그간 관심 갖지 않았던 세세한 이야기들도 함께 기술되어 있다.

책의 표지는 굵은 글씨의 ‘이완용 평전’이란 제목과 함께 인쇄된 “이제 문제는 ‘엉뚱한 이완용 상’에 욕설을 퍼붓는 것이 아니라 한 때 대단히 애국적이었던 인물이 어떻게 해서 만국의 매국노로 전락하게 되었는가 하는 그 비극적 과정과 변신의 논리를 밝히는데 있다”는 글이 쓰여 있다.

더불어 책의 마지막 장에는 해방 후에도 권력을 쫓아 권세를 누린 친일파들에 대한 기술과 함께 “우리는 이완용에 대한 단죄와 함께 이들 망국배와 매국노들에 대해서도 공정한 역사의 심판을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고 망국과 매국의 모든 책임을 이완용 한 사람에게만 묻는다면 그것은 또 다른 역사의 이지메이며 그를 속죄양으로 삼은 대다수 매국노들의 비열한 책임전가라는 평가를 면치 못할 것이다.” 라는 저자의 절규가 실려 있다.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역사를 되새기는 2019년, 우리는 저자의 말에 어떻게 대답할 수 있을까?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