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청이 진관동에 보낸 '진관동 주민과의 만남 개최 안내 협조요청' 공문 중

시작부터 예견된 자리였다. 터놓고 얘기해보자고 마련된 자리였지만 일방적인 만남이었다. 소통하고 대화하겠다며 만든 ‘진관동 주민과의 만남’이었지만 서로 간에 만나서 어떤 주제를 가지고 어떤 논의를 할지 기본 설계조차 안 되어 있었다.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를 건립을 두고 만난 은평구청과 진관동 주민들의 이야기다. 이번 만남은 지난 1월 진관동 업무보고회 자리에서 ‘진관동 주민들과 터놓고 이야기하겠다’는 은평구청장의 이야기에서 시작됐다. 주민들과 터놓고 이야기하겠다는 행정의 자세는 바람직했다. 하지만 그 소통과정이 주민을 배려하지 않는 일방적인 소통이라면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만 못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환경문제는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다. 넘쳐나는 쓰레기를 잘 처리하는 문제는 중요하고 시급하다. 아쉽게도 지난 시절, 은평구는 은평에서 생기는 쓰레기를 어떻게 처리할지 장기적인 계획을 마련하지 못했다. 다른 자치구들이 양천, 노원, 강남, 마포의 소각장에서 안정적인 쓰레기 처리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할 때 은평구는 결과적으로 손을 놓은 모양새가 되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쓰레기문제 처리를 위해 은평구청이 해법을 찾아나서는 건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이미 늦은 만큼 서둘러야 하고 조바심을 내는 것도 이해되지 않는 바는 아니다.

하지만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말이 있다. 쓰레기 문제 해결이 꼭 필요한 구청의 입장만큼 자원순환센터 설립을 불안하게 바라보는 시민들이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시민들이 갖는 불안감을 님비로 몰고 외면하지 말고 조목조목 짚어가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은평구의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민관협력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자원순환도시 은평’은 은평구민들이 함께 만들어 갈 중요 과제이다. 하지만 ‘자원순환도시 은평’이 되어야 한다는 말로 은평광역자원순환센터 건립의 필요성을 압박하는 방식은 바람직하지 않다. 1월에 진행된 동별보고회 모습과 은평구 곳곳에 걸려있는 플랫카드는 아무리 그 취지가 바람직하다고 해도 시민들을 위축시키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시민과의 만남의 자리가 구청 일방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언제 만날 것인지, 만나서 무슨 얘기를 나눌 것인지 등 구체적인 내용 협의 없이 만나는 건 서로에게 소모전이 될 뿐이다. 은평구청은 조금 더디더라도 시민과 협력관계를 만들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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