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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한 소확행의 공간 구산동도서관마을책 읽고 행동하는 사람들, 은평도서관마을사회적협동조합
  • 박은미 기자
  • 승인 2019.02.27 13: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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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평도서관마을사회적협동조합 이수진 이사장을 구산동도서관마을에서 만났다. <사진 : 정민구 기자> 

우리 동네에도 도서관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다. 멀리까지 가지 않아도 아이들이, 엄마들이, 시민들이 마음껏 상상하고 책을 읽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사람들이 있었다. 이루어지기 힘들 것 같았던 상상은 기적처럼 현실로 하나 둘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때로는 싸우고 때로는 토라지기도 했지만 결국은 다시 만나 새로운 도서관을 만들어갔다. 그 힘은 바로 협동의 힘이다. 한 사람이 주인공인 아닌 모두가 주인공이 되는 기적, 그 기적을 만들었고 지금도 만들어가고 있는 곳은 바로 은평도서관마을협동조합(이하 은도사협)이다. 은도사협의 시작과 현재, 그리고 앞으로의 꿈을 이수진 은도사협 이사장을 만나 들어보았다.

은도사협 소개를 부탁드린다. 

시작은 초등학교 1학년 엄마들의 모임이었다. 아이들에게 책 읽어 줄 수 있는 공간을 생각하며 동주민센터 내에 작은 도서관을 마련하고 나니 자신감이 붙었다. 2006년 구산동에도 도서관을 만들어달라는 서명운동을 했고 도서관에 대한 목마름은 몇몇의 요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듯 십 여일 만에 2008명의 서명을 받아내며 본격적인 움직임을 가졌다.

부지를 매입했지만 건축비가 없어 서울시 주민참여예산제에 참여하였다. 그렇게 지어져가는 도서관을 바라보며 생각은 더욱 발전했다. 주민의 청원과 예산준비까지 했는데 이왕이면 운영도 주민이 하는 도서관이 생기면 좋겠다 싶었다.

주민이 원하는 공간, 프로그램, 활동 등이 고스란히 펼쳐질 수 있는 공간으로 꿈의 도서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생각에만 멈추지 않고 마을의 여러 단체들에게 함께 도서관마을을 만들어보자고 제안하고 의견을 모은 끝에  은평도서관마을협동조합이 만들어지고 구산동도서관마을을 위탁운영하게 되었다. 공공도서관 위탁운영은 영리목적이 아니어서 다시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하였다. 협동조합의 공공도서관 위탁운영은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한 사례다.   
 

은도사협은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 

은도사협의 가장 큰 사업은 구산동도서관마을을 위탁운영 하는 것이다. 이외 학교 독서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은 시작부터 다른 도서관과 다르게 운영하려는 건 아니었다. 하지만 주민의 입장에서 운영되는 도서관을 만들고 싶었다.

위탁1기에는 마을활동가들이 도서관에서 일하면서 도서관 사서자격을 갖추고 도서관운영 기본을 배웠다. 위탁2기에는 각자의 기량으로 주민 소모임을 활성화하고 은평구 각계각층의 주민들이 원하는 도서관을 만들려 하고 있다. 이용주민의 다양한 욕구와 필요를 살피면서 마을도서관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려 계속 노력할 것이다.  

조합이 점점 더 커지면서 활동 영역도 넓어지고 있다. 조합이 성장하면서 여러 위원회도 꾸려지고 있고 조합원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하려고 한다. 

조합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이 분명히 많다. 마을에서 무슨 일을 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는 시민들은 우리 조합활동에 참여하면 좋겠다. 지난 3년의 활동을 1기라고 하면 이제는 2기라고 생각한다. 

은도사협의 장점은 무엇인지? 

너무 많다(웃음). 문제가 생겼을 때 사람의 힘으로 해결 가능한 곳이 바로 은도사협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을 설득하고 동의를 받는 과정이 있어 의사결정 속도가 느리다. 처음에는 이런 과정이 낯설게 느껴졌다. 하지만 여러 강점이 부각되면서 ‘이 조합은 역사를 만드는 곳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영화 말모이를 보면 ‘이 사전은 말과 마음을 모아서 만든 사전’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여기는 ‘책을 읽는 사람을 모아서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조합’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은도사협이 지금까지 어떤 길을 걸어온 것인지 내용을 담은 백서를 만들 계획을 하고 있다. 

청소년 위기 지원, 도서관 학교, 마을 독서토론 문화조성, 혁신교육 지구 사업 등 공동체 활동과 관련된 활동들을 많이 하고 있다. 은도사협의 활동이 은평에서 가지는 의미는 뭘까? 

은도사협을 만든 조합원들은 책을 읽고 행동하는 사람들이다. 아이 키우기 부적합한 동네라고 생각하면 지역을 떠나는 게 보통인데, 은평에서는 ‘여기서 아이를 키우고 싶어!’라고 생각하며 도서관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는 도서관을 만든 덕분에 삶의 질이 올라갔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이것이 생활 SOC고, 소확행이라고 생각한다. 너무 확실한 행복을 도서관이 준 것이다. 도서관은 조용히 책 보는 곳이라는 금단도 깼다. 도서관에서 편하게 수다도 떨고, 공연도 볼 수 있다. 

도서관이 있기에 내 삶이 행복해졌다고 느낀다면 그 자체의 보람이 있다고 생각한다. 편하게 수면바지 입고 와서 책 빌려갈 수도 있고, 자리를 깔고 앉아 읽을 수도 있고, 프로그램과 볼거리를 즐길 수도 있다. 그래서 사서들도 보람을 느낀다.

구산동도서관마을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의 모습 (사진제공:청와대)

사람, 지역 중심 ‘생활SOC’의 대표모델로 도서관마을이 손꼽히고 있다. 그동안 도서관마을 운영 외 다양한 지역 활동을 하시면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도서관은 과거 억지로 가는 곳, 조용히 하고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 끔찍한 곳이라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다양한 청소년 대상 사업을 하면 청소년들이 알아서 관심을 갖기 시작한다. 스스로 리더십도 생기고 자기 목소리라는 것도 생긴다. 이런 곳에서 청소년들이 성장하는 것과 이런 경험 없이 바로 사회에 나가는 것은 다르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잊지 못할 순간을 가장 크게 꼽자면 대통령의 방문을 들 수 있고, ‘날마다 도서관을 상상해’ 만화책이 나왔다는 것, 그리고 지역 활동가들을 도서관 사서 공부를 하고 취업을 하게끔 하는 일자리를 창출했다는 걸 들 수 있다. 도서관 사서가 계약직에 머무는 게 아니라 정규직으로 일할 수 있는 게 중요한데 우리는 실제 그런 사례를 만들었다. 그것에 자극받아 다른 직원들에게도 비전을 준다. 일자리 측면에서도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은평구 도서관 정책은 어떤지, 제안하고 싶은 사항이 있는지 궁금하다.

다른 구에서는 단일화 된 통합공공도서관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반면 은평구는 위탁주체가 4곳 이상이다. 위탁관리주체가 다른 경우 다양성을 제시할 수 있지만 사실 구 단위의 통합된 도서관정책을 펼치기 어렵다.  

다른 구에서는 구단위 도서관 종합발전계획을 세우고 발전방안을 모색하고 있는데 은평구는 도서관간 협력이 쉽지 않다. 도서관별로 협력하기보다 서로 경쟁하고 눈치 보는 일이 많다. 

이상적인 은평구 도서관 정책은 공생의 도서관 정책이라고 본다. 비교와 경쟁을 유발하고, 특정 도서관이 은평구 전체 도서관을 대표하는 따라가기식 정책보다 각각의 도서관의 전문성을 살리고 정책을 상호 보완하여 종합발전계획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현재 은평구 도서관이 7개, 작은도서관이 90여개인데 이 모든 업무를 총괄하는 팀장이 순환근무 행정직이다보니 업무의 연속성과 장기 데이터 구축 등 긴 호흡으로 논의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현재 성북구 등에서는 도서관 담당 팀장을 전문사서로 하여 지원하고 있는데 우리 은평도 이런 제도를 도입하면 좋겠다. 

2019년 활동계획은? 

주민참여예산으로 나온 만화책 ‘날마다 도서관을 상상해’에 못 담은 자료와 이야기들, 초기에 애써주셨지만 이름도 남지 않았던 분들의 기록까지도 찾아내고 모아서 자료집을 만들 예정이다. 마을의 기록처럼 한권의 책으로 남아 이후에 우리와 같은 도서관을 만들려는 분들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다. 지금도 궁금해 하면서 물어오는 이들도 있고 비슷하게 만들고 싶다 하는 곳도 있으니 꼭 필요한 자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올해 은도사협의 외부사업으로 도서관마을활동가들과 함께 특수학교에 독서프로그램을 3년차 진행하게 되었다. 장애로 인해 듣는 것 같지 않고 책을 읽지 못하는 아이들이지만 반복적으로 들려주고 움직이는 체험활동을 하면서 변화되는 모습은 활동가들과 담당선생님 그리고 전해 들은 부모님까지도 감동하게 한다. 책 안의 정보는 모두에게 공평함을 느끼게 하는 단편적인 예이기도 하다. 

그리고 은도사협 내부의 마을주민조합원들이 소모임도 적극적으로 하려고 한다. 어느 단체나 주민이 모이고 같이하지 않는다면 존재가치만이 아니라 단체자체가 지속할 수 없다. 마을주민이 필요에 의해서든 단순한 호기심에서든 관심과 참여를 한다면 그것이 은도사협이 계속 성장해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될 것이다.       

 

인터뷰 진행 : 박은미 기자 / 인터뷰 정리 : 박장식 기자

박은미 기자  yasodhara@ep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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