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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 엄마의 불안낯선 눈으로 아이를 들여다 보기
  • 차희주 시민기자
  • 승인 2019.02.25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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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서엄마가 입시 코디네이터를 소개받기 위해 설명회에 참석한 모습. [사진 JTBC]

‘스카이 캐슬’이라는 드라마가 끝났는데도 관련된 기사들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 그 얘기냐고 지겨워할 사람도 있겠지만 드라마 속 예서 엄마의 불안에 대해 잠깐 얘기하고 싶다.

예서 엄마의 모습에서 성공을 위해 물불 안 가리는 상류층의 욕망을 본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녀의 불안이 더 크게 느껴졌다. 자신의 원가족을 부정하는 일까지 감수하면서 원하는 삶을 걸머쥔 그녀는 반쪽짜리 자신과는 달리 ‘의사 집안’에 온전히 소속될 수 있는 아이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러나 그녀는 판단 착오를 했다. 아닌 줄 알면서도, 잘못되어 가고 있다는 직감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불안은 계속 잘못된 선택을 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드라마를 보면서 많은 부모들이 자신의 불안감을 확인했다. 사교육을 비판하고 있는 드라마 작가의 의도가 무슨 상관이랴. 남들은 저렇게까지 한단 말이야? 내가 잘 몰랐었구나. 난 여태껏 아이에게 최선을 다해 왔는데 나보다 더 최선을 다한 사람이 있구나. 돈이 좀 들면 어떤가. 아이의 미래가 밝아진다면! 입시 코디네이터를 찾는 부모가 많다는 전언은 비판을 위해 드라마를 쓴 작가가 개탄할 일이지만 놀랄 일도 아니다. 그것을 예상했기에 제작사는 드라마의 엔딩에 사교육 광고를 붙였을지도 모르겠다.

'스카이서성한'으로 표현되는 우리 교육의 현실

친구의 딸이 두 번째 대학입시를 치렀다. 아이는 작년에 ‘서성한’이라 불리는 대학 중 하나에 들어갔다. ‘서성한’은 ‘SKY 밑의 서성한’이라고 불리는 서강대, 성균관대, 한양대를 말한다. 처음 이 말을 들었을 때에는 한탄스럽더니만 그도 듣다 보면 둔감해지나 보다. 대학의 특성과 본인의 선호에 따라 특정 대학을 목표로 공부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겠지만 학벌의식이 뼛속까지 스며든 사회에서 사는 우리가 아니던가. 서성한에 들어간 학생 중에 반수생이 유독 많다는 소문도 그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실패한 거지.”

친구의 딸은 SKY 진입을 위해 반수를 했지만 휴학했던 학교로 돌아가게 되었다. 그런데 뭐가 실패일까? 그녀의 독백 같은 한 마디를 듣는데 친구 딸의 지난날들이 스쳐갔다.

친구는 지역의 공동육아를 선택해 닭과 토끼를 키우고 날마다 들놀이를 갈 수 있는 곳에서 아이를 키웠다. 초등학교 때부터는 ‘만 시간의 법칙’에 따라 영어 공부를 시켰다. 타고난 재능이 없어도 일정량의 연습을 하면 영어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는 주장에 동의한 그녀는 집에서 영어 그림책과 동화를 보고 듣게 하면서 영어에 대한 아이의 자신감을 키웠다. 

일하는 엄마가 퇴근 후 매일 세 시간씩 아이와 영어공부를 하기란 어지간한 인내심과 지구력 가지고는 엄두도 내기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녀는 그것을 꾸준히 했다. 사교육을 받지 않고 영어 캠프 한번 가지 않고도 그녀의 딸은 영어 실력이 뛰어났다. 중학교 때까지 반에서 1등을 놓치지 않았던 딸은 고등학생이 된 후 성적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친구와 딸은 초조해졌다. 학원 원장을 하는 지인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과외와 학원 수업을 권유받았다. 사교육 시장에 한번 발을 디디자 멈출 수가 없었다. 학원 특구라는 대치동과 목동도 드나들었다. 방학이 되면 먼 거리의 학원에 아이를 차에 태워 가고 수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데려오기를 반복하는 동안 내 친구는 무엇을 기대하고 무엇을 생각했을까.

아이가 건강하고 밝게 자라 스스로 행복을 찾고 행복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 다만 어떤 것에 중점을 둘지는 결국 본인이 선택하는 것이다. 어떤 부모는 좋은 식재료로 건강한 식생활을 하도록 마음을 쓰고, 어떤 부모는 아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살펴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고, 어떤 부모는 아이의 시행착오를 줄이기 위해 가르치고 길을 열어 주고 손을 내밀어 준다. 

모두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행위이다. 그 충실함의 바닥에 불안이 똬리를 튼다. 내가 제대로 하고 있는 걸까? 나중에 아이가 나를 원망하지는 않을까? 의지력이 약한 아이를 그냥 내버려 두었다가 후회하게 되면 어쩌지? 

스멀스멀 올라오는 불안은 남들이 하는 대로 따라하는 게 보다 안전할 거라고 유혹한다. 내 친구가 그 불안의 정체를 알고 대처했을까? 아이가 이왕이면 좋은 대학에 가기를 바라는 마음이 이기심이라고 치부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러나 준비한 대로 미래가 도래하는 건 아니고, 내 속도대로 감으로써 맞이하는 결과에 만족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확신을 가지고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학부모 상담 모습 <사진출처 : 교육부 블로그>

얼마 전, 우리 반 학생의 어머니가 상담을 청해 왔다. 내신성적이 급상승 중인 학생으로 의지력이 강한 아이다. 우리 반에서 1, 2등을 다투는데 전교에서는 5등 안에 들 정도로 성적이 우수했다. 그런데 어머니의 얼굴에는 근심이 가득했다. 작은 학원을 운영하다가 최근에 일을 그만두었는데, 딸이 어느 날 ‘다른 엄마들은 입시 정보도 많이 아는데 엄마는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며 ‘나한테 관심은 있냐?’고 물었다고 한다. 중학교 때에는 제발 관심 좀 끄라고, 엄마가 이런다고 내가 변하더냐고 항변했던 아이였던지라 충격이 컸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많이 불안하시죠?”

했더니, 어머니 눈동자가 동그래지면서 물기가 서렸다. 몇 군데 입시 설명회도 다녀보았는데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머리만 더 복잡해졌다고 했다.

 “어머니가 열심히 입시 설명회를 다니신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거나 하지는 않을 거예요. 거기 다녀오시면 더 불안하실 거예요. 나보다 많은 정보를 알고 있는 부모를 보면 내가 부족해서 애한테 도움을 못 주나 미안하고 그동안 무심했던 것 같아 죄책감까지 들구요.”

 어머니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끝으로 눈 주위를 눌렀다.  

 “그냥 맛있는 밥 챙겨 주시고, 공부하고 돌아오면 따뜻하게 맞아 주시고, 고생한다고 격려만 해 주세요. 따님이 알아서 잘할 거예요. 얼마나 의지가 강하고 욕심이 많은지 잘 아시잖아요? 어머니가 특별히 매니저 역할을 안 해도 알아서 할 아이니까 아이를 믿고 지지만 해 주세요.”

 ‘처음인 것처럼 낯설게 보라!’ T.S. 엘리엇이 한 말이다. 우리는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어떤 흐름에 밀려 떠내려가는 일이 많다. 그러나 이쯤 해서 아이를 가만히 들여다보자. 내 아이는 어떤 기질인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즐겨하는지. 어떤 일을 하면 잘할 것 같은지. 처음인 것처럼 낯선 눈으로 아이를 다시 들여다보는 것이다. 어느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머릿속 지시를 멀찍이 밀어 두고 말이다.

차희주 시민기자  heejoo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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