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고등학교의 생활규정... 교사추천 받아야만 학생회 임원 자격 획득 가능

이성교제는 학교생활규정 위반?
교사추천 받아야만 학생회 임원 자격 획득 가능

드라마 'SKY캐슬' (출처: JTBC)

JTBC 드라마 ‘SKY 캐슬’은 한국의 씁쓸한 고등학교 모습을 현실보다 더 현실적으로 담아냈다는 평가를 받으며 종영됐다. 드라마에서 예서는 우주를 좋아하고 우주는 혜나를 좋아하는 설정이다. 혜나는 계단에 앉아 우주와 이야기를 하던 도중 예서를 발견하고 우주와 입을 맞춘다.

하지만 가슴 아프고 쓸쓸한 학생들의 사랑이야기는 현실에서는 학교생활규정 위반으로 징계대상이 된다. 은평구 내 대다수 고등학교에서 이성 교제와 신체접촉을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생활규정은 학생선거에도 관여한다. 극 중 예서는 학생회장에 출마해서 당선된다. 만약 예서가 은평구 내 고등학교를 다니는 학생이었다면 교사 추천을 받아야만 출마 자격을 얻을 수 있다. 예서가 기독교인이 아니라면 학생회장에 출마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정치·집단 활동 금지, 학생은 ‘민주시민’ 아닌가

은평구 대다수 고등학교는 학교생활규정을 통해 정치·집단 활동 금지를 명문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진관고, 예일여고, 선일여고, 숭실고 등은 수업, 시험을 거부하고 ‘백지동맹’과 ‘동맹휴학’을 주도하거나 이에 동참한 학생, “허가 없이 단체나 동아리를 조직하거나 가입하여 교칙을 문란하게 한 학생”, “학교에서 허가된 시간, 장소, 방법 이외의 집회를 한 학생”을 징계하도록 되어 있다.

더불어 숭실고, 선일이고, 세명컴고 등은 “학생회 회원은 정당 또는 정치적 목적의 사회단체에 가입하거나 정치 활동을 할 수 없다”고 명시되어 있다. 2017년 ‘민주시민교육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서울시와 ‘민주시민교육 활성화 종합계획’을 발표한 교육부의 방향에 역행하는 교육현장의 실태이다.

선일이고, 세명컴고, 예일디고 등은 필수적으로 교사 추천을 받아야만 학생회 임원 자격을 얻을 수 있다. 한편 기독교 학교인 예일디고는 ‘학생회장단 선출규정’ 후보 자격에 기독교인이어야 함을 명문화하고 있다.

사생활까지 통제하는 생활규정

이성 교제를 통제하는 학교도 찾아볼 수 있었다. 진관고, 숭실고, 은평고, 신진과고 등은 “불건전한 이성 교제 등으로 풍기를 문란하게 한 학생”을 징계할 수 있도록 했으며, 신체접촉을 금지하고 있다. 세명컴고 학교생활제규정에서 명시하고 있는 풍기문란 행위는 교내·외에서 ‘손을 잡고 다니는 행위’, ‘팔짱을 끼고 다니는 행위’, ‘포옹 및 입맞춤을 하는 행위’, ‘신체적 접촉 관계를 갖는 행위 등’을 의미한다.

동명여고, 예일여고, 선일이고 등 여학교는 용의규정에서 속옷 색깔까지 관여하고 있다. 상의 속옷은 흰색을 착용해야 하며 스타킹은 커피색상과 살색상 이외에는 허용하지 않는다.

교사 A씨는 “규정들이 실제로 지켜지지 않고 있기도 하지만 전반적으로 매우 낡았다”며 “시대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예일여고 2학년 B씨는 “규정이 대체로 모호하고 불필요한 것이 많아 학생들의 불편만 초래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은평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