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키타는 이슬람사원을 뜻한다. 그 중에서도 코르도바에 있는 사원을 지칭하는 말이기도 하다. 4세기 ‘밀라노 칙령’에 따라 기독교가 로마의 종교 중 하나로 인정받았다. 당연히 로마의 지배를 받던 코르도바 지역도 기독교가 전파되었다. 4세기 후반 서로마 제국이 멸망하고 서고트 왕국과 비잔틴 제국을 거쳐 코르도바는 8세기 초에 이슬람왕조의 중심 도시가 된다. 서고트 제국의 교회에 세운 메스키타는 9~10세기 동안 세 번의 증축을 거쳐 2만 5천 명이 동시에 예배할 정도로 큰 규모였다.(이상 위키 백과 참조)

13세기, 기독교 세력에 멸망당한 코르도바의 이슬람은 15세기 무렵까지 철저하게 이교도를 몰아내는 정책에 따라 사라진 종교가 되고 말았다. 그런 뒤 지금의 코르도바 대성당은 메스키타를 기반으로 기독교 성당으로 세워졌다. 이슬람 건물의 일부가 부서지고 변형되었으나 이슬람 사원을 상징하는 아치형 기둥과 장식들은 그대로 남아 있다. 아치의 빈 공간을 벽으로 메우고 기독교 성화가 걸려 있기도 하다. 

몇 개인지는 세지 않았다. 둥글고 날렵하게 잘 빠진 기둥과 기둥 사이에 아치가 걸리고 그 아치와 아치 사이에 또 다른 아치가 이어지면서 거대하고 넓은 천정을 떠받친다. 바닥 기둥에 올린 아치는 특이하게 2층이다. 또 이 아치는 붉은색과 흰색의 석재를 차례대로 섞어 놓았다. 손때가 묻어 검게 반질거리는 기둥과 어울려 반복되는 패턴이지만 단순함을 느낄 수가 없다. 이베리아 반도의 대지진 때도 피해 하나 없이 견딘 것도 이 아치에 쓰인 부재 때문이란다. 흰색과 붉은색 석재의 강도가 달라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했다니 대단한 기술이 아닐 수 없다. 우리로 치면 고려 중기 때 세워진 건물이다. 

현재도 ‘신은 오직 한 분’이라며 분쟁하는 기독교와 이슬람교. 종교적 갈등을 해결하는 방법을 이 메스키타가 암시하고 있지는 않을까. 이교도의 건물임에도 다 때려 부수지 않고 원형을 살려둔 채, 자신의 종교색을 살짝 입히는 지혜. 어색할지도 모른다. 이것도 저것도 아니라며 비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성모와 아기 예수가 걸린 액자 밑에서 이슬람의 아치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히잡 쓴 여인네들의 모습에서 나는 평화를 느꼈다. 코르도바 대성당, 메스키타가 아니면 어디서 이런 풍경을 볼 수 있을 것인가!

메스키타가 있는 코르도바 시는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이다. 어디를 가든 중세와 그 전후의 건물을 볼 수 있고,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 바로 근처 과달키비르 강에는 로마시대의 다리가 아직도 건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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