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구 인권보장 및 증진을 위한 아동청소년 인권 연구 결과 발표, '청소년 공간' 필요성 제시

은평구 청소년이 지역사회에서 헌법과 세계인권선언에 나타나는 ‘존엄한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하다는 인권연구결과가 나왔다. 연구는 지역사회 속에서 청소년들이 시민으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주민 대상 인권교육, 청소년 공간 평가 방식을 정량평가가 아닌 정성평가로 변화, 실질적 참여가 가능한 청소년 공간 확대, 청소년 참정권 보장 및 기본소득 보장 등에 관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은평구청 인권센터는 ‘은평구 인권보장 및 증진을 위한 아동청소년인권 연구’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은평지역 아동·청소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첫 인권 연구로 ‘은평구 인권보장 및 증진 기본계획’에 따라 실시됐으며, 연구는 ‘인권교육센터 들’에서 실시했다.

이번 연구는 청소년을 청소년 공간의 ‘이용자’로 보는 인식을 넘어 인권적 관점에서 실제 참여를 이루어내기 위한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문제의식에서 이루어졌다. 이 과정에서 청소년들이 지역사회 속에서 성인과 같은 존엄한 대우를 받으며 시민 권리까지 함께 누리고 있는지에 관한 연구도 진행됐다. 연구는 실태 파악을 위해 청소년 당사자의 목소리를 듣는 심층인터뷰를 10명의 청소년과 7명의 비청소년 등과 함께 진행한 정성평가 방식에 무게를 실어 진행됐다.

‘투명인간’으로 여겨지는 지역 속 청소년들 

연구 실태 분석에서 눈에 띄는 점은 지역 속에서 청소년들은 ‘투명인간’으로 여겨지고 있다고 분석된 점이다. 연구는 “우리 사회에서 청소년은 마땅히 있어야 할 곳에서 있을 때는 ‘포함된 배제’를 경험하는 반면, 그곳을 벗어나면 비정상적인 존재로서 ‘완전한 배제’를 경험하게 된다”고 분석했다.

포함된 배제란 ‘시민의 범주에 포함은 시키지만 실제로 구체적 참여에서는 배제되는 모습’을 의미한다. 연구 속 인터뷰에서 청소년 A는 “어른들이 제일 많이 하는 말이 ‘너네는 공부나 해, 이런 거 신경쓰지 마’인 것 같다. 어른들한테는 공부만 잘하면 밥 먹여준다는 게 너무 확실한 논리가 있으니까 반박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즉 사회는 청소년이 학생답기만을 원하고 청소년이 살고 있는 현장에서 청소년들에게 고정된 위치이자 역할은 바로 ‘학교에 있는 학생’이라는 고정관념이 깊게 박혀 있다고 분석했다.

학교 밖 청소년은 시민의 범주에도 포함되지 않는 그야말로 ‘완전한 배제’를 겪는다. 연구 인터뷰에서 청소년 공간 활동가는 “학교 밖 청소년들에게 밥을 주니까 동네 주민이 반대를 한다. 아이들이 길거리에서 노숙을 하기도 해서 가출 청소년을 위한 쉼터를 하고 싶어도 주변 모든 사람이 ‘모든 애들이 가출할 건데 어떻게 감당하겠냐’며 반대를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청소년 공간 활동가는 “어느 날부터 소위 ‘노는 애들’이 낮부터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동네에서 시끄럽게 하니깐 주민 신고에 의해 경찰한테 쫓기고, 주민자치센터 도서관으로 가면 주민 민원으로 공무원에 쫓긴다”고 말했다.

연구는 사회가 청소년은 착하고 착실해야 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갖고 있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학교 밖에 있을 때 모습이 불온하고 위험하게 여긴다고 설명한다. 연구는 학교 밖 청소년이 부적응한 것인지, 학교가 지나치게 정형화된 구조로 이들을 멀어낸 것이 나닌지에 대한 새로운 질문을 던져야한다고 강조했다.

청소년이 시민으로 참여하는데
지역은 왜 중요한가?

지난해 11월 은평구 인권보장 및 증진을 위한 아동청소년인권 연구용역 중간발표회가 서울혁신파크에서 열렸다.

청소년과 비청소년은 지역사회에서 분리되지 않고 가정과 정치, 활동기관과 교육기관, 골목길과 거리, 문화공간 등에서 다양한 곳에서 함께 살아간다. 청소년들은 밀접해 있는 지역사회에서 시민으로서 성장할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연구는 은평 지역사회에서 청소년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배제되거나 시민성을 제한적으로 갖고 있다고 말한다. 이는 청소년이 ‘학생’이라는 위치에 고정되면서 지역사회에 참여하고 실천하는 주체로 여겨지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

연구는 청소년이 스스로 삶을 바꾸고 사회를 바꾸는 것에는 가장 가까운 지역 공간에서의 실천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고 설명한다. 연구는 “공간이라 함은 삶의 현장인 마을과 지역인데 이곳에서의 실질적인 참여의 경험을 통해 시민으로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비로소 가능해진다”고 말한다.

하지만 연구에 따르면 현재 은평 지역에서 청소년들은 청소년 공간을 이용하기 전까진 스스로를 시민으로 인식하지 않았고 지역에 대한 소속감도 없었다고 말한다. 연구는 “우리가 만났던 청소년들은 은평지역에서 청소년 공간을 이용하기 전까지 시민으로 대접 받아본 적이 없기에 소속감을 갖기 어려웠다”며 “청소년들이 청소년 공간에서 참여활동을 해오면서 서서히 마을과 함께 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 점을 발견했다”고 분석했다.

청소년이 지역에서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청소년 공간 활성화가 필요하다

지난해 열린 은평 상상컨퍼런스에서는 '청소년 공간이 필요해' 토론회가 열렸다.

연구는 은평 지역사회에서 청소년이 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한 정책 실천 과제 네 가지를 꼽았다. 정책 제언 네 가지는 △인권교육을 통한 지역사회 청소년 참여 토양 일구기 △청소년 공간에 대한 평가 방식을 정량 평가에서 정성 평가로 변화 △실질적 참여가 가능한 청소년 공간 확대 △청소년이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참정권과 기본소득 중심의 정책 변화 등이다.

이중 연구는 실태 분석에 따라 청소년 공간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청소년들이 시민권을 갖는 경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 것과 같이 청소년 공간에 대한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는 제언을 하고 있다. 

청소년은 내 공간·우리 공간이라는 감각이 생겼을 때 청소년들의 실질적 참여가 일어날 수 있다. 연구는 청소년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범위가 클수록 공간에 대한 책임감이나 지역과 함께하는 활동에 보다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청소년이 주도해서 운영할 수 있는 청소년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또한 실질적 참여가 가능한 청소년 공간이 확대되는 것에 앞서 청소년 공간을 평가하는 방식이 행사에 몇 명이 참여했고, 프로그램이 몇 개가 있는지 등에 관한 정량 평가가 아니라 정성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연구는 “청소년 공간에서 활동하는 비청소년들이 양적 평가에서 벗어나 청소년 스스로가 삶의 존엄에 대해 질문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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