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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 법현 스님 / 열린선원 선원장
  • 승인 2019.01.21 0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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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하다 닮는다는 말이 있다. 흉내 내다 닮는 것을 넘어 더 하다는 말도 있다. 불교수행을 잘하면 세속사회의 잘못이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눈과 귀와 코가 있는데 왜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을까?

그것은 수행 잘한 사람에게는 수행에 도움이 되는 것만 보고, 듣고, 맡으려는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의 이야기는 듣지 말라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이다. 하지만 불교도 사회의 산물이다 보니 수행자라고 해서 세상일을 몰라라 할 수 없다. 그런데 수행 잘한 사람처럼 세상 일이 보이고 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종종 있다.

바로 요즘처럼 사건, 사고가 많이 일어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때이다.

구중궁궐 속에서 세상일을 몰랐던 조선 시대도 아닌데 나라의 최고책임자가 나랏일에 손을 놓아서 국민들이 들고 나서자 그를 옹립한 사람들마저 외면하고 직접 손을 합해 자리에서 물러난 뒤 이 나라는 온통 진영논리에 빠져있다. 미투(me too)와 관련한 힘 있는 이들의 성범죄가 심기를 흩어놓더니 청와대 관련 인사들의 언행이 사람들이 머리 아프게 하였다. 국회의원들이 이런 저런 개인과 지역 일에 조직의 힘을 활용해서 문제가 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터지는 사건 사고에 정신을 차리기 힘들 정도이다. 왜 이렇게 되고 있을까?

존재와 이웃을 바라보는 시각에 큰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위중한 질병이 있거나 큰 사고가 나서 병원 응급실이나 수술실에 갔을 때 꽤 많은 사람들이 느끼는 일이 있다. 환자 본인이나 가족들은 생명에 가해진 위협으로 숨을 쉬기도 어려운데 의료관계자들은 농담을 하거나 급하다는 것을 느끼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늑장대응을 하여 분통 터지게 하는 일들이 많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진화론적인 시각이나 총량 보존의 법칙을 생각해보면 세상 그 어떤 존재도 나랑 동떨어진 존재는 없다.

‘세상 그 어떤 존재도 전생에 나의 부모형제 아닌 이가 없다’는 <앙굴마라경>의 말씀이 떠오른다. 한편 유일신을 믿는 종교의 성전에서는 그 어떤 존재도 절대자인 신께서 창조하지 않은 것이 없다는 말씀이 나온다. 우리가 대하는 것들이 모르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가족으로 생각해보자. 우리가 대하는 동물, 식물이라도 가족으로 생각해보자. 요즘에는 반려동물, 식물이라는 말까지 하지 않는가? 우리가 대하는 것들이 사물이 아니고 존재이다. 아니 존재를 넘어 가족이라는 사실을 깨치지 못해 그러는 것이 아닌가 한다.

가족이라면 어떻게 할까? 하는 의문과 당위성을 생각하며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바로 생명권이라 할 수 있다. 생명권 가운데 사람에게 해당하는 것이 인권이다. 인권은 너무나 고귀해서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적용하여야 한다. 법마저도 사람 위에 있으면 안 된다. 사람 앞에 있는 것도 아니다.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사람을 위해 쓰는 것이 바로 법률이다. 가족에게는 평등하게 적용할 뿐만 아니라 사랑으로 대할 것이다. 자녀에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포용, 수용성을 가지지 않는가?

너무 자연스러운 당위성과 함께 조금 더 나아가 살펴볼 것이 있다. 그것은 이런 저런 이유로 혐의를 사는 사람에 대해서도 인권의식을 제대로 적용하는 가의 문제이다. 국가사회와 사람들을 힘들게 할 개연성이 있는 이들이 혐의선상에 놓아지게 되면 그들에 대해 좋지 않은 마음이 작용하는 것은 자연스럽다. 하지만 그것은 혐의가 아니라 범죄사실이 정확하게 드러난 뒤의 일이어야 한다. 특히나 수없이 많은 언론들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나 문제만을 제기하는 것은 참으로 비 인권적이라 할 수 있다. 더구나 제대로 취재하고 원인과 상황을 파악해서 보도하지 않고 나쁜 점만을 확대 재생산하는 것은 아주 비 인권적이다. 

작고한 시인 구상 씨가 젊어서 기자생활 할 때 편집국장에게 들었다고 하는 말이 가슴에 닿는다.

“기자는 범인이 잡히기 전에는 경찰 편에서 범인 찾는데 도움 되는 기사를 써야 한다. 범인이 잡히고 난 뒤에는 범인 편에서 하루라도 빨리 풀려날 수 있도록 기사를 써야 한다.”

법현 스님 / 열린선원 선원장  opentempl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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